설태환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장
땀과 정으로 만든 소통
‘캡틴’은 그래서 바쁘다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설태환 청년위원장의 올해 중점 사업은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올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선수단을 방문해 응원하는 것이었다. 어떤 계기로 그가 그런 계획을 세워 탈북 청년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을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지역회의 설태환(46) 청년위원장의 별명은 ‘캡틴’이다. 그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은 탈북 대학생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다. 처음에 학생들은 그를 ‘위원장님’이라고 불렀다. 관계가 서먹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경계심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고, 그래서 마음을 쉬 열지 않았던 탓이다. 민주평통이라고 뭐 크게 다를까. 이들은 처음 설 위원장을 대하면서도 그리 여겼던 것 같다.
설 위원장은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마음을 녹이는 것은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겠구나, 3년이고 5년이고 길게 바라보고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을 일했다. 지성이면 감천인 법. 그들이 변했다. 한결같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형과 오빠 역할을 하러 다가선 설 위원장에게 그들은 온전히 마음을 열어버렸다.
“호칭만 변한 게 아닙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해를 입을까봐 두려워 스마트폰 메신저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 친구들이 저와는 스스럼없이 ‘친구’를 맺고 철마다 안부 인사도 보내고, 때로는 허물없이 농담도 날리곤 한답니다.”
설 위원장이 탈북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민주평통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하면서다. 그 행사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고난의 행군’ 시절 이야기를 듣고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을 위해 뭔가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지인은 그에게 ‘재능 기부’를 권했고, 그는 곧바로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자원했다. 이후 그는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회 간사와 동대문구협의회 청년분과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 3월에 공석이 된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장직을 승계하면서 탈북 청년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다.
탈북민 돕기, 민주평통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에 주목
그런 설 위원장이 올해 들어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한 것이 ‘대한민국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한마음 통일문화축제’다.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행사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아직까지 한 번도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 국가대표 응원 행사를 통해 이들에게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좀 더 확실한 국가관을 갖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리우올림픽 개막 97일 전인 4월 30일 태릉선수촌 운동장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민주평통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 200명, 각 지역 협의회장, 전직 국가대표 선수 50명, 각 대학 통일 동아리 학생 200명, 북한 인권 관련 단체 소속 50명 등 총 500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에서 지도자 대표인 이원희 유도 코치와 선수 대표인 양궁 최미선 선수에게 대형 태극기와 페넌트를 전달했다.
그 외에도 서울지역회의 청년위원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대학 통일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1박 2일간의 ‘청년 통일 대장정’을 연중 2회 개최할 예정이다. 5월에는 중앙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청년 자문위원들이 함께하는 통일 문제 대톤회를, 11월에는 어깨동무 멘토·멘티 결연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이렇게 탈북 청년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뛰고 있는 설 위원장이지만, 그가 비단 북한이탈주민에게만 관심을 갖고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약재 유통회사인 ㈜뿌리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나 어린이를 위해 꾸준히 돌봄 활동을 펼쳐왔다. 그 자신 고 2때 부친과 사별한 데다 아내 역시 젊어서 부모님을 잃어 부부가 모두 외로운 처지였다고. 그래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자신들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삶을 살자고 부부가 함께 다짐했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소외계층에 관심을 기울이며 봉사해온 그가 특히 요 몇 년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주력하는 이유는 ‘민주평통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우리 국민을 돕는 일이야 누구든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을 돕는 일은 마음만으로는 하기 힘든 한계가 있습니다. ‘신뢰 쌓기’가 그것이죠. 민주평통은 자문위원의 신분이 확실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그들이 좀 더 안심하고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민주평통에서 일하는 동안은 그 어느 소외계층보다 북한을 탈출해온 그분들을 돕는 데 가장 큰 힘을 쏟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