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5 |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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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락시설

‘사회주의 선경’ 속에 감춰진 민낯

로라스케트장. <사진> 로라스케트장.

북한은 유희·오락시설을 이용하는 인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도케 함으로써 ‘사회주의의 부귀영화’가 실현된 것으로 꾸미고자 한다. 그러나…


2012년 7월 25일 평양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거구의 김정은 제1비서가 주북한 중국대사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 웃지 못할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눈에 띄게 자주 나타난 보도가 유희·오락시설을 즐기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27일 국토건설 전략을 담은 노작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를 발표했다. 2013년 12월에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일주일간 ‘건설 부문 일군 대강습’을 진행하며 ‘건설의 대부흥기’를 주창한 바 있다. 2012년부터 평양 등지에서는 주택거리와 유희·오락시설이 대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건설·개건됐다.

북한이 건설 부흥을 강조하는 이유는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약속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2000년대 후반부터 김일성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구호를 제시했다. 북한 당국은 그들이 약속한 강성대국의 모습을 어떻게든 보여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평양을 ‘사회주의 선경’, ‘미래의 지상낙원’으로 치장하기 위해 각종 유희·오락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능라인민유원지.<사진> 능라인민유원지.

지난 4년간 김정은은 유희·오락시설 건설을 열성적으로 다그쳐왔다. 김정일 정권 말기 유희·오락시설에 대한 현지지도는 2010년 1건과 2011년 3건뿐이었으나, 김정은 시절인 2012년엔 13건, 2013년엔 25건으로 증가했다.

2012년 북한은 개선청년공원유희장(5월), 능라인민유원지(7월), 평양민속공원(9월), 만경대유희장과 대성산유희장(10월), 류경원과 통일거리운동쎈터(10월), 인민야외빙상장(11월), 로라스케트장(11월) 등을 건설했으며, 2013년에는 대동강호와 해당화관을 개업(4월)하고 금수산 태양궁전광장 공원화(5월), 능라인민체육공원(5월), 능라입체율동영화관(9월), 평양체육관(10월), 문수물놀이장(10월), 미림승마구락부(10월)를 준공했다.

2014년에는 소위 ‘마식령 속도’로 강조된 마식령스키장(1월), 메아리사격관(3월), 청춘거리 체육촌(3월), 5월1일경기장(10월)을 개건·준공했다. 2015년에는 평양국제비행장 역사(7월)를 개건하고 중앙동물원 개건에 들어가며 이 시설들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의 징표로 선전·선동해왔다.

라인민유원지에서 중국대사와 놀이기구를 탄 김정은.<사진> 라인민유원지에서 중국대사와 놀이기구를 탄 김정은.

급증한 유희·오락시설에 대한 현지지도

북한은 유희·오락시설을 이용하는 인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도케 함으로써 사회주의의 부귀영화가 실현된 것으로 꾸미고자 한다. 단위조직의 대표들을 평양으로 초청해 이 시설을 이용하는 특혜를 주고 사회주의의 부귀영화를 먼저 맛보게 했다고 선전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선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일까. 일반 주민들이 개건된 유희·오락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평양 주민들에게 유희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는 입장표를 국정 가격에 분배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입장표를 사용하기보다는 지방에서 올라온 선발된 관람객들에게 웃돈을 받고 되파는 방식으로 가계에 보탠다는 것이다.

문수물놀이장.<사진> 문수물놀이장.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이 시설을 이용하는 주체라기보다는 동원과 헌금의 대상이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마식령에서 스키 타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부분 선전용이다. 나 또한 평양에 살면서 유희장에 가본 적이 없다. 국정 가격으로 입장권이 배당돼도 이용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 사업을 하는 데 국가가 돈을 쓰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쌀을 공급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평양 출신 탈북자 A 씨)

“마식령스키장같이 규모가 큰 국가 규모의 유희·오락시설을 건설할 때는 국가-도-시로 내려오면서 모금이 진행됐다. 상위 단위부터 나눠서 부담하다 보니 ‘간부들이 나누기 할 줄만 안다’는 불만이 일었다. 직장에서도 내고, 학교와 인민반별로 겹쳐 내는 경우가 있어 불만이 있다.”(함흥 출신 탈북자 B 씨)

다만 많은 재정 투자 없이 건설된 유희시설들이 일반 주민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다. 평양과 각 도시에 만들어진 ‘로라스케트장’이 그것이다. 특히 2012년 11월에 평양에 들어선 롤러스케이트장은 총 부지 면적 1만3300㎡에 스케이트장과 봉사시설들이 조성돼 있다고 한다. 남포와 원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롤러스케이트장이 조성돼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의 소식들 중에서 북한의 아이들이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은 이제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의 일상이 되고 있다.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대단위 주택거리와 유희·오락시설을 건설하며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이상향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건설 사업이 자신의 삶과 격리돼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배급제도가 붕괴되고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이용하지도 못하는 시설에 대한 원호사업이나 모금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유희·오락시설을 지어도 북한은 암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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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선임연구원
성균관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자문위원,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연구지원실장 역임.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천주교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현). 저서 <남북한 통합연구 분석(Ⅰ) : 정치, 행정, 법제, 외교·안보(공저)> 외 다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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