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5 |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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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북한 식당

연간 120여억 원을 빨아들이며
북한 공작조직의 해외 거점 역할도 해

3월 말 탈출해온 중국 닝보시 소재 북한 식당 종업원이 한국에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고 밝혔다.<사진> 3월 말 탈출해온 중국 닝보시 소재 북한 식당 종업원이 한국에 입국해 보호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13명의 종업원 집단 탈북으로 본 해외 북한 식당. 그곳은 어떻게 돌아가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본다.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있는 북한 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로 입국하면서 북한 식당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생활하는 해외 북한 식당에서 10여 명이 함께 탈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3인 1조로 구성된 감시망은 물론 보위부원이 식당마다 배치돼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출신성분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 등 사상을 엄격히 검증해 선발한 인원들로만 구성되는 해외 일꾼들의 이 같은 집단 탈북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중국을 자주 오가며 북한 식당 지배인, 종업원들과 식사 자리를 같이할 만큼 친분을 쌓아 어느 정도 북한 식당의 운영 실태에 대해 알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치적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임은 물론이고 화장실에 갈 때조차 종업원끼리 2, 3인 조를 지어 가야 할 만큼 규율이 엄하고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해외에 있는 북한 식당이다. 집단으로 탈북을 결행해야 할 만큼 급박한 내부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세한 정황은 정부 합동신문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 북한 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한 부분이다.

중국 단둥시 압록강변의 관광거리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 고려관’. 현지 가이드가 관광객을 자주 모시고 가는 비싼 북한 식당이다.<사진> 중국 단둥시 압록강변의 관광거리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 고려관’. 현지 가이드가 관광객을 자주 모시고 가는 비싼 북한 식당이다.

중국 내 북한 식당, 북·중 접경지역에 많아

북한 당국 역시 이번 집단 탈북이 북한 사회 내부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의 서울 도착 닷새 만인 4월 12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행위”라고 주장했다. 4월 21일에도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들의 집단 탈북을 자발적 귀순이 아닌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사랑하는 딸들을 백주에 유인·납치당한 우리 가족들은 지금 한시바삐 꿈결에도 보고 싶은 자식들과 직접 대면시켜줄 것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가족을 서울로 보내 대면하게 해줄 것을 요청하며 만약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가혹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할 만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독자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해외 12개국 130여 개의 해외 식당 등을 통해 연간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정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 소재 전체 북한 식당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중국에, 10%가량은 러시아에 몰려 있다고 한다.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은 북·중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다. 신의주를 마주하고 있는 중국 단둥은 조그만 변방도시인데 그곳엔 10여 개의 북한 식당이 영업을하고 있다. 북한을 바라볼 수 있는 단둥시에는 압록강변 2km 정도의 관광거리에만 6곳의 북한 식당이 밀집해 있다.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사진> 중국 베이징의 북한 식당.

북한 식당은 북한 당국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인과 합자하거나 투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중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 북한 인력을 파견해 운영되는 곳도 많다. 특히 단둥시의 어느 특급호텔 식당부는 북한에서 인력 수출로 파견된 인원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해외 노동력 수출은 중국과 러시아, 몽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이 겪는 열악한 생활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인권 이슈가 될 만큼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북한 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아침 9시경 출근해 저녁 10시까지 일을 하는데, 일부 식당은 새벽 1시까지 공식 영업을 하기도 한다. 북한 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식당 근처 아파트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출퇴근 시에도 함께 조를 맞춰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외출할 때에도 상호 감시가 가능하게 서너 명 이상 반드시 동행하게 돼 있다. 해외에 근무하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여성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층으로 평양 장철구상업대학을 졸업했거나 2년씩 실습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공개된 ‘장철구상업대학’ 소개 영상은 ‘교육 강국, 인재 강국 건설의 주인은 우리다’라는 제목으로 장철구상업대학을 호텔경영일꾼과 봉사일꾼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음식만 파는 식당 형태가 아니라 전문화된 공연을 중심으로 주류점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라오스의 북한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북한 종업원.<사진> 라오스의 북한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북한 종업원.

장철구상업대학 출신이 많아

이번 집단 탈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옌지(延吉) 지역에는 특급호텔 안에 주점 형태로 운영되는 북한 식당도 있다. 주점 형태의 북한 식당은 점심에는 음식을 판매하고 저녁에는 술집으로 변모하는데, 현지 물가에 비해 두세 배 이상 가격이 비싸다.

현지 중국 맥주 한 병 가격이 10위엔(한화 2000원) 정도인 데 비해 북한산인 대동강맥주는 한 병에 50위엔(한화 1만 원)에 판매될 만큼 가격이 비싸다. 우리 당국이 독자 대북 제재안을 통해 북한 식당을 통제하는 것은 이들 식당이 단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대형 영업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 옌지 지역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곳인데, 현지 여행사들은 북한 식당을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코스에 넣어놓고 있다.

이번 집단 탈북이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것은 해외 북한 식당이 북한 정보원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북한 식당은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등을 주축으로 한 공작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원이라 불리는 종업원 외에 지배인과 안전대표, 봉사지도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어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정보원의 해외 거점 역할도

이번 집단 탈북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들이 왜 탈북을 결행했는가 하는 문제다. 통일부에 따르면 입국한 탈북자들은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 선전의 허구를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층이지만 해외에서 외부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 북한 사회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사상성이 투철한 계층이 철저한 감시를 뚫고 탈북했다는 점은 현재 북한 사회의 불안정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북한 주민이 북한과 세계를 알면 북한은 바뀔 것이다’라는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말처럼 외부 세계에 대한 진실과 자유에 대한 요구는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번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이 단순히 하나의 이벤트성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억압과 통제 속에 고통 받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유세계로의 탈출을 결단하는 하나의 도화선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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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 정외과 교수·부산하나센터장
성균관대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통일부 남북협력기금 심사위원 역임. 현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국무조정실 국정과제평가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문화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저서 <사람과 사람 : 김정은 시대 북조선 인민을 만나다>, <한류, 북한을 흔들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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