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억제력 어느 정도인가?
준비와 연습, 그리고 능력을 보여
‘믿게 만드는 과시’로 북한을 억누르는 무형의 힘
미국은 전략폭격기 전진 배치로, 한국은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로 북한의 핵능력을 막는다. 그리고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으로 북한에 스트레스를 가한다.
대북 억제력은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북한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대북 억제력의 특성을 통해 ‘판단’해볼 수는 있다. 억제력은 북한이 핵무기를 활용해 전쟁을 도발하는 것을 포기시킬 수 있는 충분한 거부 능력과 응징 능력을 보유하고, 이를 북한에 정확히 인식시킬 수 있을 때 달성될 수 있다.
그동안 한미는 북한에 이러한 능력을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에 대한 논쟁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핵능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핵위협을 감행하는 등 호전적인 군사 도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월의 4차 핵실험을 시험용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발표했다. 핵폭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도 밝혔다. 핵탄두 실물을 공개하고, 탄도미사일의 탄두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출력 엔진 시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KN-08 미사일 등을 연일 공개했다.
각각의 상황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력 마련돼 있어
북한은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해 핵물질을 대량 확보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0년쯤이면 북한이 약 2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실질적인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능력을 사용해 청와대 등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이러한 핵위협에 대한 한미의 억제력 또한 준비되고 또 강화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기본적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보장과 한국의 독자적 능력에 의해 확보하고자 한다. 핵위협에 대한 억제는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독자적인 핵옵션을 선택할 수 없기에 미국의 확장 억제 보장에 의한 대북 핵 억제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보장 수단은 핵우산을 포함한 첨단 조기경보 전력, 정밀타격 전력,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함한다. 한미는 평시, 북한이 국지도발을 했을 때, 한반도 위기 시, 전면전 상황 시의 위협 특성에 맞는 대응을 실시할 수 있는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우산 보장 전력은 미 본토에 배치하고 있는 B-2 및 B-52 전략폭격기와 전술핵무기로 구성된다. 미국은 괌에 B-52 전략폭격기 4대를 전진 배치해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함정 배치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은 미 본토에 위치한 전략폭격기와 이에 탑재해 운용하는 핵무기에 의해 이행될 수 있다.
미국은 위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호크 등 조기경보 자산을 24시간 운용해 북한의 행동을 감시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첨단 정밀타격체계와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고 북한 도발을 즉각적으로 응징하고 무력화하며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킬체인과 한국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은 다양한 형태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지상 및 함정 발사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2012년 한미 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함으로써 한국은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돼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0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춘 순항미사일을 갖고 있다. 또한 요격거리 15km 내외의 중거리 미사일 방어체계는 2020년까지 배치 완료하고, 요격거리 50km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해 확보하고자 한다.
조기경보 능력 향상을 위해 2018년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고, 2020년 이후엔 군 정찰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전력들은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북, 미국이 한국 지원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 구상
그러나 북한이 핵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핵위협을 증대함에 따라 미국의 확장 억제 보장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대북 핵 억제력을 미국의 확장 억제 보장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문제 제기이다.
북한은 무수단과 대포동 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하와이와 괌, 일본 등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춰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것을 막고자 하고 있다. 즉 북한의 직접적인 핵미사일 공격 위협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동맹의 분리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이러한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우리 국민들에게는 공약에 대한 신뢰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2만8500명을 한국에 주둔시켜 연합방위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체계 등 첨단 전력에 의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고, 조기에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군사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 미래 비전 공동성명에서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을 확실하게 명시했으며, 연례 양국 국방장관 공동성명 등을 통해 확장 억제 공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미는 북한에 이러한 억제력을 효과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적극 과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경우 B-52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파견해 무력시위를 실시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실시한 연합훈련 등을 통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참수작전, 4D 작전개념 등을 연습했다. 참수작전은 북한의 전쟁 도발 징후가 명확한 경우 이를 첨단 신속정밀타격 전력으로 선제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4D 미사일 대응작전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한미가 조기탐지(Detect)하고 교란(Disrupt)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중간에서 요격하고 방어(Defend)하며, 미사일 기지와 관련 시설을 직접 공격해 파괴(Destroy)하는 것이다. 한미의 첨단 군사 능력은 북한의 움직임을 조기에 경보하고 위협을 제거할 수 있도록 재래식 전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새로운 핵능력 발전 속도,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증대 등 새로운 상황에 대응해 억제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첫째, 김정은 정권의 비용·이익 계산방식을 면밀히 고려해 이에 적합한 억제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증대함에 따른 내부적 문제점을 군사적 도발과 핵 위기 조성으로 극복하고자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남북 간 군사력 격차, 한미 첨단전력의 위력을 고려해 핵능력을 좀 더 공세적으로 운용해 승리를 추구하고자 할 것이다. 한미는 이러한 북한의 인식과 행동을 포기시킬 수 있는 억제 능력을 지속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새로운 핵능력을 상정해 억제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한미의 억제체제가 북한 핵능력을 초보적 수준으로 상정했다면 이제는 북한의 핵능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해 이에 맞는 억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자신의 새로운 핵능력을 활용해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어렵게 하고, 미군의 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자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예상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서도 확장 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대응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북한에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의 군사 패러다임은 북한의 재래식 전쟁 위협에 대한 대응에서 핵억제 전략으로 변화했다. 이는 한국이 어떻게 핵억제 능력을 갖추고 군사전략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요구한다. 특히 킬체인과 한국적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방 예산과 첨단 군사기술 능력이 요구되지만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핵억제전략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접근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해사 35기.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박사.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미국연구실 실장, 국방전략연구실장 역임. 저서 <중국이냐 미국이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