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5 |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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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7차 당대회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돈의 맛’을 본 북한 주민,
김정은 시대를 허용해줄 것인가

2014년 4월 9일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로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중계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사진. 
노동당은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에게 어떤 감투를 씌워줄 것인가.
<사진> 2014년 4월 9일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로 재추대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중계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사진. 노동당은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에게 어떤 감투를 씌워줄 것인가.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피한 제7차 당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 자신감 때문인지 불안감 때문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 것이다.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에 독과 득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 김민서 세계일보 외교안보기자 |

북한 노동당의 공식적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린다. 김정은 체제 출범 5년 차에 열리는 제7차 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권력구조 개편, 김일성·김정일 시대 총화, 새로운 비전 제시 등 3가지 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1980년에 개최된 제6차 당대회 등 과거와 비교해 북한의 제7차 당대회를 미리 들여다본다.

북한의 당대회 역사를 보면 1946년 제1차 당대회 개최 이후 1980년 제6차 당대회까지 총 6차례 소집됐다.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5월 초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대회는 올해로 집권 5년 차를 맞이한 김정은 시대를 본격 선포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북한 권력구조의 기본 골격이 형성된 것은 1980년 10월 개최된 제6차 당대회였다.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앙위원 248명을 선출했다. 김정일은 제6차 당대회를 통해 당 중앙위 정위원, 당 정치국 위원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 비서국 비서, 당 군사위 위원 등으로 선출됨에 따라 당과 군을 주도하는 권한을 확보했다. 김정일이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제6차 당대회는 김정일의 후계체계 확립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셈이다.

7차 당대회를 위한 준비작업들

이번 제7차 당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의 북한’을 공식화하고 이를 위해 김정은에게 최고지도자로서의 권한과 위상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직책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자리였던 당 ‘총비서’ 자리에 앉을지, 주석제를 부활하거나 국방위원회를 폐지할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 직책 신설 여부나 새로운 권력구조 개편 그림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김정일의 경우에는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3년이 지난 1997년 노동당 총비서에 올랐다. 이듬해 9월 헌법 개정을 통해 권한이 강화된 국방위원장 지위에 올라섬으로써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열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그간의 행보는 제7차 당대회 개최를 앞둔 사전 준비작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북한은 김정일 생전인 2010년 제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을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자 신설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등장시킴으로써 3대 세습 후계구도를 공식화했다.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김정일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 및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선출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노동당 창건 70주년(2015년 10월 10일)을 앞두고 평남 남포에서 열린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 제막식. 북한은 강계, 함흥 등 주요 도시에도 이 같은 부자 동상을 세웠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조선중앙TV 화면 캡처<사진> 노동당 창건 70주년(2015년 10월 10일)을 앞두고 평남 남포에서 열린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 제막식. 북한은 강계, 함흥 등 주요 도시에도 이 같은 부자 동상을 세웠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일 사망 이후인 2012년 제4차 당 대표자회(4월 11일)에서는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에 추대됐고, 김정은의 위상 강화를 위해 노동당 규약이 개정됐다. 당시 개정된 노동당 당 규약 서문은 노동당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당으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지도사상으로 명문화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집행하는 ‘영도자’인 셈이 됐다.

제4차 당 대표자회 직후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4월 13일)에서는 김정일이 노동당의 ‘영원한 총비서’ 및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김정은이 신설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으로의 권력 집중’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직책이 신설되고,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인물들이 과거 인물을 대체하는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7차 당대회가 ‘김정은의 1인 지배체제’ 구축작업을 완료하는 ‘끝판왕’ 성격의 목적이 큰 정치 행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이유다.

문제는 ‘김정은 시대’로 넘어가려면 어떤 식으로든 지난 36년간의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정리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1차 당대회를 제외하고 제2차 당대회부터 제6차 당대회까지는 당 중앙위와 당 중앙검사위의 사업 총화를 빠뜨리지 않았다. 제6차 당대회 이후 36년 동안 진행된 정치, 경제, 군사 부문 등 당 사업 전반에 걸친 평가가 필수적이다. 경제적 성과가 핵심이고, 지난 36년간 당대회를 열지 못한 것도 인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는 가시적 경제적 성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 총화에 주목하라

36년 만에 열리는 제7차 당대회는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시기의 경제 파탄 등을 어떤 방식으로 감추고 포장할지가 관건이다. 제7차 당대회 개최 계획 발표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공식 매체가 연일 ‘70일 전투’ 소식을 다루면서 전력, 금속, 기계공업 등 각 산업 분야의 생산 성과를 독려하고 마른 수건 쥐어짜듯 압박하는 것도 가시적 ‘경제 성과’가 필요한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각종 전시성 건설사업이 우후죽순으로 진행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과 동떨어진 전시성 건설사업에 과연 북한 주민의 ‘민심’이 어느 정도나 호응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아무리 ‘극장 국가’ 같은 나라일지라도 인민경제 향상에 대한 주민의 체감도가 낮으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체제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전위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호응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제7차 당대회에서 내놓겠다고 공언한 김정은 시대의 ‘휘황한 설계도’는 무엇일까. 1956년에 열린 제3차 당대회는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4차 당대회(1961년)는 인민경제 발전 7개년 계획을, 제5차 당대회(1970년)는 인민경제 발전 6개년 계획을 채택했다. 제6차 당대회는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를 내놓았다.

제7차 당대회의 ‘미리보기’에 해당되는 올해 김정은 신년사는 경제 부문과 관련해 ‘자강력(自强力) 제일주의’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부르짖으며 대외 경제 부문에 대한 언급은 없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적 확립을 강조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각 생산단위의 자율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6·28 방침’이나 ‘5·30 조치’ 등을 확대하거나 공식화하고 나올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최근 ‘자주성을 선언하고 사회주의 기초 건설의 설계도를 펼친 당 제3차 대회’라는 제목으로 1956년의 제3차 당대회를 소개한 글을 통해 “혁명과 건설에서 이룩한 성과들을 긍지 높이 총화하고 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제7차 대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새로운 대남·통일정책 발표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6차 당대회에서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내놓았고, 제3차 당대회에서는 대남정책과 관련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를 채택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도전을 짓부시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내걸고 ‘조국통일 3대 원칙’을 강조하면서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한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적 통일’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투 코리아’를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3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노동신문 사진).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아버지가 가졌던 직책 중에 무엇을 이어받을지 주목된다.<사진> 2013년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노동신문 사진).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아버지가 가졌던 직책 중에 무엇을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어떤 설계도를 내놓을 것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피한 제7차 당대회를 열기로 한 김정은 체제의 결정이 나름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불안감 때문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질 것이다. 제7차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에 독과 득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종전에 비해 촘촘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국면에서 열리는 제7차 당대회에서 경제 회생의 획기적 반전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반대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인 핵·경제 병진 건설 노선이 성공할지 등에 대한 대내외의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을까.

더욱이 국가가 아닌 ‘시장’을 통해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돈 맛’을 본 북한 주민들이 ‘제2의 고난의 행군’에 이어 1950년 6·25전쟁 당시 나온 구호인 ‘군자리 정신’까지 강조하며 주민 희생을 정당화하는 식의 선전에 언제까지 ‘세뇌’당한 채로 버텨낼지도 김정은 체제의 내구성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7차 당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화려한 청사진이 담긴 ‘휘황한 설계도’를 제시한 뜻깊은 행사로 기록될지, 아니면 컵 안의 물이 넘치는 계기가 될지 눈여겨봐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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