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5 | 2016.05

전체메뉴
메뉴닫기
SEARCH

특집 이전 메세지 보기 홈 다음 메세지 보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와 안보외교

핵테러 억제하고 북핵 도발도 막아라!

4월 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사진> 4월 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

핵안보정상회의로는 마지막인 워싱턴 회의에서는 핵안보와 핵안전, 핵안전조치가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불참과 강제성 없는 이행계획 때문에 합의된 것들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0년 시작된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4차 워싱턴 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2010년 미국에서 열렸던 1차 회의에서는 핵물질 및 핵시설 방호, 핵물질의 불법 거래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논의됐다. 2012년 3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100여 개 국가로부터 핵안보 공약을 확인받는 등 핵안보의 이행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3차 회의는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려 각국의 핵안보 이행조치 강화에 합의했다.

마지막인 이번 워싱턴 회의는 핵테러 위협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국내 조치와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그동안의 핵안보 관련 성과들을 종합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네 차례의 정상회의를 통해 핵안보의 개념과 의제(어젠다)가 구체화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확대된 점은 커다란 성과였다. 핵안보는 핵안전(Nuclear Safety), 핵안전조치(Nuclear Safeguards)와 더불어 3S의 핵심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불참, 강제성 없는 이행계획들

워싱턴에서 열린 4차 회의는 항구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핵안보정상회의 2016 코뮈니케(Nuclear Security Summit 2016 Communique)’와 ‘5개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마무리됐다. 이번 코뮈니케에서 세계 정상들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핵테러리즘의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비국가 행위자들이 악의적 목적으로 핵과 방사능 물질을 획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지난 1~3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핵과 방사능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하고 포괄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을 확인했다. 이번 워싱턴 회의는 비록 정상회의 차원에서는 마지막 회의였지만, 향후에도 정부 간 네트워크를 확대해 핵안보 국제 협력 모멘텀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코뮈니케의 부속서로 채택된 ‘5개 행동계획’에는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터폴,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등 국제기구와 핵안보 관련 협의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약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안보에 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제 핵안보 체제를 강화하고 국제 지침을 만들어나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번 4차 회의의 논의에 따라 향후 핵안보 관련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하고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을 발효시키는 일과 함께 핵안보에 관한 문화를 증진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는 박근혜 대통령.<사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유엔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와 핵테러억제국제협약(ICSANT)의 이행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부여받았다. 인터폴의 행동계획에는 핵테러 관련 사건의 수사에 대한 국제 공조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계핵테러방지구상 행동계획은 핵테러 예방과 탐지 대응 관련 각국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글로벌파트너십 행동계획은 핵안보 증진을 위한 국가 간 지원 등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네 차례의 정상회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핵안보 문제가 장밋빛 미래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가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은 핵문제에 관한 국제 협력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만큼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제시된 각국의 공약과 공동 성과물은 강제성이 없는 단순 권고사항에 그칠 뿐이기에 향후 공약이 얼마나 이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논외… 그러나 미·중·일과 공동 대응 논의

세 번의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은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줬다. 한국 정부는 ‘핵·방사능 테러 대비 및 대응 역량 강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의 보편적 이행 강화’라는 공동 성과물을 주도해 발표했다.

이는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핵테러 위협이 높아진 상황에서 핵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역량 강화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위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이에 크게 기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은 오는 12월의 국제원자력기구 핵안보 국제회의의 의장을 맡게 될 것이기에 국제 핵안보 체제 구축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상 북한 핵문제는 핵심 어젠다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핵 문제는 세계 정상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고, 이번 회의에서도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핵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핵안보의 관점에서도 북핵 문제가 커다란 도전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이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이행과 추가 도발 억제를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된 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

가장 커다란 소득은 중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 모두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에 한목소리를 내며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양국 정상의 강력한 의지가 재천명됐을 뿐 아니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일치된 의견만이 개진된 것은 아니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시각차를 보여주었다. 한미의 입장과는 달리 시진핑 주석은 6자회담 틀 안에서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핵안보 문제와 더불어 북한 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북한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미국이 세계 여론을 호도하면서 핵위협 책임을 북한에 전가해 대북 압박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기만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의를 북한에 대한 ‘반(反)공화국 핵소동 모의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미국이 없는 세계가 핵 없는 세계”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를 비판했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는 그들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공감대가 재확인됐고, 핵안보 관점에서도 북한은 위험국가로 인식됐기 때문에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photo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정치학박사. 외교부 평가위원, 국무조정실 국정과제 평가위원 등 역임. 현재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저서 <한미관계론(공저)>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이전기사 보기이전기사 보기 다음기사 보기다음기사 보기

댓글이벤트

웹진앱을 설치해보세요! 웹진 이용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