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 탐방

고등학생 통일골든벨 지역대회에 참가한 학생들과 이영식 회장.

고등학생 통일골든벨 지역대회에 참가한 학생들과 이영식 회장.

통일 콘서트, 통일안보 견학…
청소년 통일 인식 쑤욱~ 향상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는 조급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부안군협의회의 느리지만 꾸준한 통일 활동은 이미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에게 통일이란 농사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는 값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통일이란 수레바퀴다. 남북은 분단되어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굴러가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전북 부안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청소년 통일 드림 토크콘서트’ 이후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누군가는 ‘쉽게 발견할(이루어질) 수 없는 네잎클로버’라고도 했고, 누군가는 ‘떨어져 있는 자석의 N극과 S극’이라고 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만 할 과제이자 숙명이라는 것. 전북 부안군협의회 이영식 회장은 통일 콘서트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에 주목했다.

“지난해 처음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통일 콘서트를 기획해 진행했어요. ‘청소년이 말하고 싶은 통일 이야기’를 주제로 약 6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했죠. 거창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통일 이야기, 그들이 직접 통일을 상상하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어요. 나중에 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들어보니, 그간 통일에 안일했던 학생들이 통일 관련 질문을 부쩍 많이 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는군요.”

부안군협의회가 직접 제작한 통일 홍보 전단을 관내 청소년에게 나눠주고 있다. 부안군협의회가 직접 제작한 통일 홍보 전단을 관내 청소년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회장은 청소년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4월 6일 관내 고등학생들을 대동하고 판문점으로 통일안보 현장 견학을 다녀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작년에 백산중·고등학교 재학생 80여 명을 대상으로 1박2일에 걸친 통일안보 견학을 실시했어요. 올해도 40여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경기도 파주의 제3땅굴과 판문점으로 안보 견학을 다녀왔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말로만 듣던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본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어요. 울컥해하는 학생도 있었고요. 휴전 중인 우리의 현실과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동시에,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의 호응이 워낙 좋아 학교 측에서도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기적 행사로 제안했을 정도란다. 실제로 이와 연계한 ‘통일 감상문대회’를 준비해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부안여고 학생들의 통일안보 현장 견학 모습 부안여고 학생들의 통일안보 현장 견학 모습

청소년을 위한 통일의 장 꾸준히 마련

부안군협의회의 청소년 통일교육은 통일 콘서트, 통일골든벨, 안보 현장 견학 외에도 홍보 전단 제작, 통일 사진·동영상 콘테스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부안 관내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통일 의식을 고취하는 홍보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 글자만 빼곡한 지루한 전단이 아닌, 만화를 접목한 재미있는 전단을 제작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래 통일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만화를 활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어요. 북한 실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만화를 통해 친근감을 전달하고 통일의 필요성도 강조했죠. 올해에도 관내 중·고등학교들을 대상으로 통일 전단지 배포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부안군협의회의 청소년 통일교육 활동은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 협의회는 청소년 관련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의 청소년들, 즉 미래의 통일 세대들은 우리 같은 전쟁 세대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통일에 대한 생각이 막연할 수밖에 없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강제적인 교육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 통일의 주인공이 되어 통일을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올해 처음 실시한 홍보 전단 배포를 시작으로 통일안보 현장 견학, 통일골든벨, 통일 콘서트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통일관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백산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통일안보 현장 견학 모습. 백산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통일안보 현장 견학 모습.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 지금처럼 하나둘 청소년 통일교육을 늘려나간다면 통일은 우리 가까이에 성큼 다가서 있을 것이라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
“청소년이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먼저죠. 지금의 학생들은 통일시대를 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요. 그들이 (남북 분단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자발적인 통일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입니다.”

오는 5월 말 이 회장은 자문위원들과 함께 백령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수시로 통일안보 현장을 찾는다는 그는 천안함 폭침 7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방문한 백령도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눈물을 훔쳤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고귀한 희생에 비해 너무 빨리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최근 국내외 정세가 어지럽지만 이럴 때일수록 통일 국론 결집에 주력하고 계층과 이념, 지역과 세대 갈등 완화를 위해 민주평통이 힘써야 합니다.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위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지금처럼 정진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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