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전력이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 핵전력 고도화의 핵심은 핵물질 보유량 증가, 핵탄두 제조 기술력 향상, 탄도미사일 능력의 향상이다.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2012년 이후 지난 5년간 북한의 핵전력은 과거에 비해 가파르게 신장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핵전력에 대한 과신과 맹신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강경한 강압정책을 투사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도발 자제와 비핵화 조치를 염원하는 국제사회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레짐은 지속적으로 공고화될 것이며, 제재 국면은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핵 국면에 대응해 한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견인해야 한다. 이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을 구상하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은 바로 북한의 핵전력을 엄밀하게 구명하는 것이다.
우려되는 북한의 핵탄두 제조 능력
북한의 핵탄두 제조 기술력은 현재 어느 수준일까. 그리고 현재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북한 스스로 이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관련 자료의 부족으로 정확한 분석 또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 결과와 국제사회가 객관적으로 확인한 핵시설을 기준으로 북한의 핵능력의 대강을 가늠할 수 있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핵탄두 제조 기술력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핵무기 선진국들과 비교해볼 때 현재 북한은 중·상급 이상의 핵탄두 제조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2017년 현재 핵 기술 면에서 핵분열탄과 핵융합탄(수소폭탄)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세대 핵분열탄의 경우 북한이 2, 3차 핵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능력을 과시했지만 폭발력이 표준형 핵분열탄에 미치지 못해 그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왔다. 하지만 북한이 2016년 5차 핵실험에서 10~30킬로톤(kt)의 폭발력을 과시한 것으로 볼 때 이미 완성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통상 표준형 핵분열탄의 경우 그 폭발력은 20킬로톤 내외이다.
북한이 1세대 핵분열탄 기술을 넘어 핵융합 기술을 원용한 증폭핵분열탄 제조 능력을 일부 부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4차 핵실험 직후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당국은 4차 핵실험을 증폭핵분열탄 실험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증폭핵분열탄 실험에 필수적인 삼중수소를 5메가와트(MWe) 원자로를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주요 이유이며, 북한 스스로 4차 핵실험을 ‘시험용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것이 부가적 이유이다.
북한의 증폭핵분열탄 시험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이 1세대 핵 기술 능력을 2, 3차 그리고 5차 핵실험을 통해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방향은 지난 4차 핵실험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증폭핵분열탄의 폭발력 강화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마도 북한이 폭발력 50~200킬로톤 정도의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성공한다면 이를 수소탄 완성이라 주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느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향후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핵무기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궁극적으로 핵물질 보유량과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에 좌우된다. 핵탄두 제조에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영변의 5MWe 흑연로를 통해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다. 100% 가동하면 연간 8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으나 시설 노후화로 연간 3, 4kg 정도 생산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과 과학적 분석을 원용하면 북한은 2016년 10월 기준 약 19~48kg의 플루토늄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2020년경에는 약 31~64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고농축 우라늄의 경우 현재 북한이 공개한 시설만을 기존으로 할 경우 2016년 하반기 기준 약 200kg 내외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매년 40kg 정도씩 보유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폭발력 15킬로톤 내외의 표준형 핵폭탄 제조에는 통상 플루토늄 3~6kg, 고농축 우라늄 10~40kg이 소요된다. 제조 과정에서의 핵물질 손실율과 소형화 능력 그리고 제조 핵탄두의 성격에 따라 핵물질 소요량은 변동된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북한은 2016년 하반기 기준 대략 8∼3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2020년경에는 14~57개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5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일정 정도 이상의 핵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 고도화
북한은 현재 스커드 미사일 200~800기, 노동 미사일 90~200기, 무수단 미사일 50기 미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기 이상 등 대략 300~9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스커드 B·C계열, KN-02), 준거리 미사일(스커드 ER, 노동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대포동 1호, 노동 미사일, 북극성 계열 SLBM 개량형),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 계열, KN-08 등의 ICBM)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북한이 보유한 290~1000기 정도로 추정되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은 한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고, 대포동 1호와 무수단 미사일은 일본과 괌 미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노후화된 구형 스커드 미사일 계열을 제외하면 실제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은 약 500개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탄도미사일의 위력은 미사일에 탑재되는 탄두의 폭발력에 좌우된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미사일의 탄두 무게는 그간 소량화 진척으로 대략 1000±200kg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힘들게 개발하고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에 재래식 폭탄 탄두를 탑재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의 대부분에는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설치할 것인데, 이 경우 위력은 대략 축구장 1개 내외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여타 미사일들의 위력은 탑재하는 핵탄두의 폭발력에 따라 결정된다. 표준형 핵무기인 15~20킬로톤 정도의 핵탄두는 그 위력이 폭발 지점 반경 2km 내외의 거주민 약 50%가 사망하는 정도의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피해 및 살상 범위는 핵탄두가 고고도 폭발이냐 지표면 폭발이냐 그리고 인구 밀집의 정도 및 풍향 등에 따라 달라진다. 즉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위력은 그 유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핵탄두 탑재 여부 및 핵탄두의 폭발력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은 추진 연료와 엔진의 고도화이다. 스커드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지금까지 액체 연료를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고체 연료 엔진을 개발하고 시험 중임을 보여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액체 연료는 추진 제어에는 유리하지만 미사일 발사 수 시간 전에 주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고 대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술적 측면에서나 관리 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반면 고체 연료를 사용하면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하고 안전하며 지상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여부도 능력 측정의 중요한 요소다. 2016년 북한은 둥근 돔 형태의 재진입체를 지상에서 로켓 화염으로 실험했다. 돔 형태는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대기의 저항을 받으며 속도가 줄어든다. 따라서 탄두 부분의 온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처럼 돔 모형으로 탄두 모형을 바꿈으로써 재진입 속도가 줄어들면 미사일 방어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북한은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탄두의 기동형 재진입(MARV)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기술은 전용 정찰위성의 도움으로 탄두의 유도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평가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이동식 발사대(TEL) 보유량이다.
미 국방부는 ‘2015년 북한 군사동향 의회보고서’에서 북한은 2015년 기준 TEL을 200기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주로 스커드 B·D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용 TEL 100기, 스커드 ER·노동·무수단 등 중거리 미사일 전용 TEL 100기, 그리고 ICBM용 TEL 6기 정도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수중 TEL 1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TEL을 이용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군사위성 등을 통해 조기 탐지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현재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Kill Chain)의 효용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직은 해결하지 못한 기술적 결함
북한의 미사일 전력 고도화의 추세를 보면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 안보 위협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다. 2016년 이후 최근까지 북한이 보여준 미사일 능력을 종합하면 사거리 500~1200km의 스커드 계열과 노동 미사일 능력은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수단 계열 미사일과 SLBM,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아직 기술적 결함이 분명하며 실제 시험발사 성공 가능성도 낮다. 북한이 미사일 설계값과 실제 실험 측정값을 대비해가며 이러한 미사일 전력 결함을 보완하려면 최소 3, 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 성 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고려대 정치학 석사,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아메리칸대 객원연구원,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역임. 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