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엔 강원 도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중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례를 찾아보자는 ‘아이디어’일 뿐이었다. 일단 부딪쳐보자 해서 알아보니 5쌍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강원지역회의 차원에서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였다. 그때 어떻게 알고 왔는지 강원여성위원회 자문위원들이 가세했다. 자문위원들은 며느리와 사위를 얻는다는 마음으로 직접 결혼식을 준비했고, 동네 주민들은 새 이웃을 맞는다는 기쁨으로 축하했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뜻깊은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지역에 퍼지면서 동네 웨딩홀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유명 리조트는 숙박권과 자유이용권을, 향토기업에선 주류를 후원했다. 특산물, 화장품, 이불을 후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강원지역회의와 강원여성위원회가 기획한 ‘북한이탈주민 행복누리 합동결혼식’이 6개월의 준비 끝에 그해 11월 10일 호텔인터불고 원주에서 열렸다. 결혼식에는 박용성 강원지역회의 부의장과 자문위원들을 비롯해 도내 주민 200여 명이 하객으로 참석해 탈북민 5쌍의 앞날을 축복했다. 비로소 부부로서 백년가약을 맺는 순간이었다. 합동결혼식을 직접 기획한 박용성 부의장이 벅차하면서 말했다.
“그날 결혼식장이 눈물바다였어요. 신랑신부들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났는지 펑펑 울더군요. 하객들은 억압과 고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주례를 보던 저도 만감이 교차해서 눈시울이 뜨거웠죠. 이들을 보면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0일 강원지역회의 주최로 합동결혼식이 열려 탈북민 5쌍이 화촉을 밝혔다.
산골 평창에서 개최되는 평화올림픽
강원도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 도(道)이다. 과거 수복지역이었던 강원 속초와 고성엔 고향이 이북인 도민들이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강원 도민에게 통일은 누구보다 중요한 민족의 과제다. 대한민국의 통일은 곧 강원도의 통일인 셈이다. “통일과 북한에 대한 강원 도민들의 여론은 복합적입니다. 안보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면서도 평화통일을 강렬히 열망하죠. 분단의 경계에 있다 보니 북한의 도발과 한민족으로서 공존, 평화에 대한 상념이 교차하는 겁니다.”
강원 도내에는 북한과 통일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지역이 워낙 넓은 데다 산골이다 보니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강원지역회의가 직접 움직여 자문위원 연수, 평화통일포럼, 통일 아카데미 등을 개최한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강원도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금강산과 설악산을 벨트로 하는 세계 최고 관광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도 급증할 것이란 게 박 부의장의 생각이다.
“강원 도민이 약 150만 명(2016년 기준)인데, 북(北)강원 도민이 약 17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통일이 되면 강원도 인구가 320만 명을 넘어설 거예요. 한반도에서 강원도의 세(勢)가 커지는 것은 물론 인구까지 확보한 강력한 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강원도는 통일 이후 청사진이 확실해 어느 지역보다 통일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대단합니다.”
최근 강원지역회의는 중요한 책무를 맡았다. 2018년 강원도 깊은 산골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다. 강원 도내 자문위원들은 올림픽 자원봉사 활동과 서포터스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며 올림픽 붐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3월엔 평창동계올림픽 ‘평화의 벽’ 건립 사업을 위해 민주평통 강원 도내 18개 시·군 간부위원 100여 명이 1인당 5만 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동참했다. 5월엔 강원지역 간부위원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해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특색 사업도 마련했다. 강원지역회의는 2015년부터 매년 ‘이승복 추모 전국 웅변대회’를 개최해왔다. 올해부터는 이 대회를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전국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제1회 이승복 추모 전국 웅변대회가 개최될 때만 해도 박 부의장이 자비로 진행할 정도로 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회를 맞은 대회는 전국에서 452명이 웅변 원고를 제출하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올 5월에는 대회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이승복사업기념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이승복이 안보의 아이콘이었지만, 최근엔 평화의 아이콘으로 활용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성지가 강원 산골 평창에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실제로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된 다음 해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독일이 통일됐잖아요. 평화통일의 기운을 이어받으면 우리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한반도가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럼 강원 지역도 세계적인 명성과 경쟁력을 지닌 지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