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4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의 대북 설득 한계점
한반도 핵균형 위한 한미 협의 필요

4월 6~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2개의 모라토리엄(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병행 논의(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강조했지만 대북특사 파견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최고의 압박과 개입’ 전략을 통한 중국과 북한 압박은 통할 것인가.

미·중 정상회담이 4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렸다. 주요 의제는 북한 핵 문제와 미·중 무역 관계였다.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한 6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 때문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에 이 문제에 대한 어떤 합의점이 나올지 국제적 관심이 쏠렸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이전부터 강력한 대중 및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3월 29일 ‘대북 제재 현대화법’, ‘테러지원국 재지정법’,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규탄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촉구 결의안’을 일괄 처리했으며, 미 국무부는 ‘이란·북한·시리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법’에 의거해 북한과 이란 등에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개인 9곳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다.

또한 미 행정부는 북한 석탄 수출에 관련된 기업 및 개인들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밝혀 추후 대북정책이 강경하게 진행될 것임을 암시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무역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합의점을 도출했다. 먼저 미·중 양국 간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100일 계획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4개 분야의 전략대화를 열기로 했다. 경제 분야 대화체에서 미·중은 양국의 경제 관계를 좀 더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엇갈린 미·중의 대북정책

문제는 북핵 문제이다. 양측의 대북정책 관련 태도는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여전히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 당시 중국 측은 2개의 모라토리엄(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병행 논의(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강조했다. 양측은 여전히 북핵을 푸는 방법론에서 다른 방향을 강조했다. 단지 북핵 문제가 심각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는 합의를 이루었다.

현재 미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위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며, 동시에 거래를 이루려는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을 때리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중국의 강한 대미 보복조치(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수입품 45% 관세 부과 등)는 미국에도 큰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품은 미국산 수출품의 중간재이며, 관세 부과는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세금 부과를 의미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보복관세 대응, 희토류 등 주요 물품 제공 거부, 1조2000억 달러의 미국 국채 매도 등 보복조치가 가능하다. 이는 전 세계 경제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날 평양은 태양절 행사 준비를 하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다.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날 평양은 태양절 행사 준비를 하는 등 평온한 모습이었다.

따라서 트럼프가 초반엔 강경한 대중국 정책으로 미·중관계가 위험하게 되는 분위기였지만, 미·중 간 일종의 딜을 통해 미·중 양국은 각국의 우선순위가 높은 국익을 챙기는 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즉, 미·중 양국은 무역 및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타협해나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선제 타격론 등 한반도의 위기 증폭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험에 놓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강경한 대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월 18일 평양에서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가 필요하다”며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발사를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미국이 우리를 향한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의 방식과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이 무모하게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다면 즉각 전면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4월 15일 열병식에서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재 한반도 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언제 이행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중국 역할론 강조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 옵션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중심의 아시아정책이 혼란에 이르게 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순간 일본은 안보 불안감을 느끼며 자체 핵무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한국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해 동아시아전략을 추진하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망가지게 된다.

두 번째는 대화인데, 현재 미국은 대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 또는 적어도 북한 핵의 동결을 이루고 싶어 하는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서로 다른 대화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 자체는 무의미하게 된다.

세 번째는 군사적 옵션이다. 실제 1994년 미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1차 핵위기 당시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 때문에 취소됐지만, 그때는 지금과 상황이 매우 달랐다. 북한의 핵 개발 단계는 매우 미미했으며,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은 북한의 대한국 보복으로 한국 국민들과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살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됐다.

현재는 이 같은 위험이 더욱 크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경우 핵시설 타격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선제 타격을 피해 보존된 북한의 2차 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은 한국을 핵폭격의 피해지로 만들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타격한다면 한국 내에 거주하는 주한미군과 미국 국민들 역시 피해 당사자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를 전쟁 상태로 몰아넣을 군사적 옵션은 현실성이 떨어지게 되며, 결국 미국은 이전보다 더욱 강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등으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억지력 강화와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내비치며 현재 칼빈슨 호 등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해역에 급파했다.

현재 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으로 정리된다. 즉, 과거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할 것이며, 여기에는 군사적 옵션도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외손녀가 중국 민요를 부르고 있다.미·중 정상회담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외손녀가 중국 민요를 부르고 있다.

두 가지 시나리오

그러나 현재 한반도는 미·북 간 강 대 강 분위기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며, 비록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한 수단으로 남아 있다.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4월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북한은 이 지역 미군의 결의와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대북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중국이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과 동맹국이 할 것”이라며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고위 외교 관료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조건(Precondition)”이라고 밝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김인룡 차석대사는 4월 17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에 대해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미 간)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두 문제(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는 서로에게 제약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갈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이며, 향후 미·북 간 치킨게임의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에 기반을 두고 북·미 대화에 나서려는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설득력도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결국 두 가지 시나리오에 봉착할 것이다. 첫째는, 미국의 대북 대응이 무엇일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및 북핵 동결에 실패할 경우 이를 빌미로 대중국 압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핵태세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핵 균형을 잡기 위한 한미 간의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핵 위협의 균형 및 공포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남북한 간 대화는 불가능하다. 한반도의 안정과 대화 국면을 위해 남북한 간 핵 안정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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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 브라운대 정치학 박사·전 미국 UC샌디에이고 방문교수.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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