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아 지역이 전 세계를 잇는 중요한 교역 요충지로 떠올랐다. 냉전 종식 이후 한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약화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흐름을 주도할 ‘신영토’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서남아 지역의 맹주국인 인도의 경우 지난 10년간 연평균 6%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반 이상이 지나가는 인도양 관문에 위치한 스리랑카와 잠재력이 풍부한 미얀마는 놓칠 수 없는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이기수(44) 서남아협의회 간사는 남북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서남아 지역이 갖는 의미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서남아 지역은 글로벌 시장의 마지막 ‘보고’입니다. 국제사회의 눈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죠. 세계가 주목하는 이곳에서도 남북 평화통일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답니다.”
서남아협의회는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등 9개국 자문위원 85명이 활동한다. 향후 글로벌 교역 요충지가 될 서남아 지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평화통일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각국 인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서남아협의회 자문위원들이 태국 참전용사촌을 방문해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 스리랑카에 왔을 때만 해도 서남아 지역의 한국 교민들은 평화통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지금도 통일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이 큰 건 아니지만 과거보다 한국 교민과 서남아 지역의 군·경찰 고위급 인사들이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쏟아지고요.”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서남아협의회가 서남아 지역 주재국민과 한국 교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통일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2월 인도지회는 권태오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초청해 현지인들과 대북정책 공감대를 조성했고, 방글라데시지회는 자문위원들의 노력으로 비(非)인권으로 논란이 됐던 북한 식당을 철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각 지회별로 통일 강연회와 통일 음악회, 통일골든벨, 북핵 규탄대회, 인권 사진전 및 동영상 상영회 등을 수시로 개최해 동포사회의 통일 의지를 키웠다.
공공외교 통해 재외동포 역량 결집
서남아협의회의 ‘공공외교’ 전략도 주효했다. 공공외교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매력을 널리 알려 외국 국민들을 친한 세력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서남아협의회는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적극 활용한다. 실제로 요즘 스리랑카에선 태권도 바람이 거세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후 국제대회 심판으로도 활동하는 이기수 간사는 “태권도는 적은 자본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공공외교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스리랑카가 신흥국가로 떠오르면서 여러 나라의 해외 원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상당한 금액을 들여 정부 청사, 병원, 방송국 건물 등을 짓고 있죠. 그에 반해 한국은 태권도로 스리랑카 군·경찰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에게 한국의 공인정신(公人精神)을 심어줍니다. 개인 심신 단련은 물론 국가 안보와 교육에까지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어요. 태권도를 매개로 구축된 한국과 스리랑카 간의 네트워크는 서남아 지역의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될 겁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통일 음악회.
한반도 통일과 안보는 미래 세대가 이뤄야 할 숙원 사업이다. 미래세대 리더를 육성하는 것이 곧 국가적 사명인 셈이다. 이런 뜻을 받들어 서남아협의회는 지난 2년간 차세대 통일 리더를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미얀마지회가 민주평통 최초로 ‘주니어 평통 위원’을 위촉하고, 스리랑카지회가 스리랑카 한인학교 주관으로 청소년 평화통일 글짓기 및 태극기·한반도 지도 그리기 대회를 개최한 것은 그 결과물이다.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재외동포들의 협력과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수 간사가 “재외동포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력이자 외교력의 일부”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재외동포는 국력의 연장선이고, 모국과 거주국을 잇는 가교입니다. 통일을 위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려면 재외동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남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