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와 경남 합천군협의회의 자매결연식이 열렸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양 협의회가 손을 맞잡고 통일 전망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합천군협의회 이점용(58) 회장은 이번 결연식이 마련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합천군협의회는 경남 지역에서도 교통 오지라 불리는 작은 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미래만큼은 결코 오지가 아닙니다. 지역 내 청소년들과 자문위원들의 열린 의식을 바탕으로, 넓은 의미의 통일 준비 활동을 위해 샌프란시스코협의회와 자매결연을 추진하게 됐죠. 이번 자매결연을 통해 양 협의회의 통일 공감대 형성과 활발한 소통 및 교류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통일 활동을 선보일 수 있었던 데는 협의회 위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경남지역회의 ‘여성 통일수다방’에 참여한 이점용 회장(아랫줄 맨 왼쪽에서 세 번째)과 여성위원들.
“우리 협의회는 위원들 간의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합니다. 서로 위해주는 정이 넘치기 때문에 위원들 간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죠. 이런 분위기가 협의회의 발전을 이끄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동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명절에도 짬짬이 통일 활동을 이어나간다. 지난 설에는 재일학도의용군을 위문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재일학도의용군은 6·25전쟁 당시 일본 전역에 거주하던 청년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인천상륙작전, 백마고지 전투 등 각종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한 최초의 재외국민 참전의용군을 말한다.
“현재 경남에는 두 분의 재일학도의용군이 생존해 계십니다. 그중 한 분인 김운태(92) 옹이 합천군에 거주하고 계시죠. 2014년부터 명절마다 어르신 자택을 방문해 위로금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원들 모두 한목소리로 어르신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탈북민들로 구성된 문화예술단 초청 공연.
군민 1000명과 걷기 행사 등 지역 내 사업 활발
과거의 통일세대를 보살피는 한편, 미래의 통일세대를 키워나가는 일에도 열심이다. 특히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통일안보 현장학습은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
“지역 내 청소년이 바른 생각과 투철한 국가관을 지닐 수 있도록 다양한 통일 활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통일안보 현장학습의 경우, 국내와 국외를 번갈아가며 격년으로 진행하고 있죠. 또한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기행문을 작성하게 하며, 각 학교에서 우수작을 선정해 상장 및 부상으로 노트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통일 후계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원 상당의 통일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래 통일세대의 역량이 본인들 세대의 노력에 달렸다며 ‘가교’ 역할을 거듭 강조한다.
“현재의 책임이 우리 기성세대에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소년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투자해도 부족한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합천군협의회는 모든 사업에 가능한 한 많은 청소년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지역 내에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요한 가교 역할도 한다고 봅니다.”
전남 화순군협의회와 함께한 평화통일 기원 합동연수.
이 회장은 지난 1년간의 협의회 활동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 중 하나로 지난해 9월에 열린 ‘군민과 함께하는 건강 걷기 행사’를 꼽았다. 군민 등 약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걷기 행사는 군민체육공원 인조 2구장에서 출발해 황강변 트랙 2km를 걸은 후 퀴즈대회 등이 포함된 통일 한마당 행사로 마무리됐다.
“야외에서 군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통일 사업은 많은 어려움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군민과 자문위원들이 동참해주신 덕분에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걷기 행사는 지역 내 군민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 의식을 제고하는 데 가장 적격인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통일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부분에 힘입어 앞으로 지속적으로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 회장은 매년 군민들과 함께하는 통일 행사를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한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초청해 북한의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지역주민들 속에서, 되도록이면 더 깊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지역 내 여러 사업과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통일 사업을 더 많이 연구하고 꾸준히 실천해나갈 생각입니다.”
군민들과 지역 내 청소년의 통일 의식 고취에 힘쓰며 달려온 지 어느덧 1년. 이 회장은 “앞으로도 청소년 통일 사업 발굴, 최근 자매결연을 한 샌프란시스코협의회와의 사업과 교류 확대에 남은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