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애락(喜悲哀樂). 기쁨과 슬픔과 애처로움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만 그래도 기쁨이 슬픔 앞에 온다.
“청년이 기쁘려면 슬픔을 이겨내야 합니다. 어려움을 이겨내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거죠. 청년실업, 양극화, 금수저론에 갇혀 ‘헬조선’을 부르짖는 청년들에게도 봄이 올 겁니다. 이제 굴레에서 벗어나 통일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제17기 전북지역회의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전북지역 청년들과 호흡해온 박영택(51) 전북지역회의 청년위원장의 말이다.
“그동안 미래세대 주역인 청년들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얘기해왔는데, 더 늦기 전에 직접 청년들과 함께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박 위원장이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인 것은 전북 청년위원회 조직 정비였다. 14개 시·군 청년분과위원장(전주,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 완주,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이 전부였던 조직을 확대·신설했다. 부위원장 3명(익산, 완주, 전주)을 추가 임명한 데 이어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을 비롯해 12개 국장과 국장을 보좌하는 부국장을 세웠다.
5월 13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개최된 제4회 전국 청소년 댄스퍼포먼스대회.
여기에 2030청년회장, 6개교 대학생 통일동아리(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우석대, 전주비전대, 군산대)를 신설해 전북지역회의 청년위원회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했다. 전북지역회의는 통일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청년 통일 토크와 문화 콘서트도 진행한다.
“예산이 넉넉하면 좋지만 여의치 않아 자비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생겨요. 그럴 때마다 조용히 호주머니를 털어 청년들의 활동을 돕는 분들이 있어요. 전북지역회의 송현만 부의장이 개인 사비 2000만 원을 6개 대학 측에 대학생 통일동아리 활동비로 사용해달라며 지원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측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통일동아리를 꾸리도록 한 거예요. 덕분에 대학생 통일동아리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동학 정신 계승한 전북 청년들 활약 기대
전북 지역에선 탈북민과 전북지역회의 자문위원 간의 일대일 결연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현재 10여 명의 탈북민이 자문위원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탈북민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들인 청소년과 대학생과도 함께 어울린다. 영화 관람은 물론 진로나 취업 문제도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일대일 결연이라고 해서 적당한 선에서 관계를 맺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탈북민과 자문위원이 자꾸 만나고 서로 부대껴야 합니다. 시내에 나가서 함께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래야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전북은 동학농민운동이 기포(起包)한 지역이다. 농민들이 전라도 각 고을의 관아에 설치한 민정기관인 집강소(執綱所)가 지역 곳곳에 있다. 박 위원장은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동학 정신’을 내세운다. 세계 최초 농민의 민주화 운동인 동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현대에 맞게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으로 재해석해 전북지역회의 평화통일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북 소재 6개 대학교에 통일동아리가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통일 공감대 형성은 청년으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대학생, 청소년들이 통일에 무관심해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등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우리 청년 자문위원들이 좀 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박 위원장의 청년 시절에도 세상은 한반도 통일을 염원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는 끝없이 이어졌고 남북관계는 경색됐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기성세대로서 청년 세대의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일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64.8%)을 기록했다.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범국민적 통일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향후 18기 전북 청년위원회가 그리는 대한민국 청사진과 통일시대는 어떨까.
“전북지역 청년들은 역사의 고비마다 정의와 인권의 기치를 들고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습니다. 곧 출범하는 18기 청년위원회가 선구적인 정신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거예요. 통일시대를 열면 청년실업, 양극화, 금수저론도 머지않아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