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고 그들이 통일한국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힘써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탈북 청소년 멘토링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 우수 멘토 36명(팀)을 선정했다. 그중 자문위원 4명이 최우수상 및 우수상 수여자로 선발돼 민주평통으로부터 사무처장상과 부상을 받았다.
5월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에서 열린 ‘제17기 탈북 청소년 우수 멘토’ 시상식에서 민주평통 서울강동구협의회 남기영(58) 자문위원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탈북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습상담 및 영어 학습을 지도하고, 탈북 대학생에게는 취업을 알선해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운 공로다.
우수상은 탈북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야외 캠핑, 영화 및 공연 관람, 전통문화 체험 등 문화 활동을 함께하며 지속적으로 연락해 상호 유대감을 쌓은 민주평통 대전 서구협의회 최은섭(45) 자문위원, 탈북 중학생의 생활 및 의료를 지원하고 장학금을 전달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격려한 경남 진주시협의회 이정수(58) 자문위원, 탈북 청소년 자녀 4명을 둔 북한이탈주민 가정에 대한 멘토링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온 울산 울주군협의회 정인숙(50) 자문위원(대리 수상)이 수상했다. 32명(팀)은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을 맡은 권태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 청소년과 그 가정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자문위원들의 헌신 덕분에 탈북 청소년 멘토링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 주민 통합을 위한 자문위원들의 멘토 역량이 크게 함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앞서 2014년 탈북 청소년 멘토링 사업 추진계획을 세우고 지역별로 멘티를 희망하는 지역 내 탈북 청소년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는 자문위원들을 연결해준 후 멘토링 활동을 펼치는 탈북 청소년 멘토링 사업 ‘어깨동무하기’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어깨동무하기’ 사업은 9~24세 사이 초·중·고 및 대학생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멘토가 멘티의 나이대별로 필요한 멘토링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멘토링 활동은 거주지 중심의 지역밀착형과 정서공유형으로 이뤄진다. 멘토와 멘티는 ▲장학금·학원비를 지원하는 학업 지원 ▲장래희망을 상담하는 진로 및 고충 상담 ▲생활용품이나 병원비, 명절 선물을 전달하는 생활 지원 ▲영화나 스포츠를 관람하는 문화 및 통일 현장 체험 ▲가족여행이나 캠프 등 여행 및 놀이동산 방문 ▲외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초청하는 멘티 가족 만남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수시로 개별 연락 ▲봉사활동·멘토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이어간다.
멘토링으로 남한 사회 정착에 기여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제17기 탈북 청소년 멘토링 우수 멘토 심사에서는 접수된 전국 17개 시·도 지역협의회별 멘토링 추진 실적이 총 563건에 달해 탈북 청소년 멘토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업 지원 320건, 진로 및 고충 상담 11건, 생활 지원 15건, 문화 및 통일 현장 체험 104건, 여행 및 놀이동산 9건, 멘티 가족 만남 61건, 봉사활동 등 기타 43건으로 집계됐다(2016년 기준).
민주평통은 탈북 청소년 멘토링 활동 기간 동안 자문위원들이 멘토로서의 소양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멘토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2016년 11월 30일부터 12월 1일 1박2일 일정으로 대전 유성호텔에서 진행된 멘토 아카데미에서는 곽종문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이 직접 탈북 청소년 멘토링 기법과 사례 등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밖에도 강동완 동아대 교수의 진행으로 멘토링 토크콘서트와 분임토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병행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각 지역에서 참여한 멘토 자문위원들은 자신의 멘토링 경험담을 나누며 지금까지 추진했던 멘토링 사업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민주평통은 결연을 통해서도 멘토와 멘티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 멘토(자문위원) 2, 3명과 멘티(탈북 청소년) 1명의 멘토링 팀이 구성되면 결연서를 작성한 후 선서문을 낭독한다. 이들은 멘토의 자녀나 동생이 멘티와 교류하는 등 친구 맺기를 통해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결연기간은 최소 1년으로 하되, 희망하는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어깨동무하기’ 사업이 탈북 청소년이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면 탈북 청소년 대상 장학금(품) 지원사업은 지난 1년간 도움이 필요한 미래 인재를 육성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뿐 아니라 국외 14개 지역 61개 지역회의 및 협의회에 속한 초·중·고 및 대학(원)생 등 탈북 청소년 총 664명(국내 622명, 해외 42명)에게 총 3억 원이 넘는 지원금이 전달됐다. 그중 422명이 장학금(장학재단 통한 지원금 포함)을 받았고, 242명은 물품을 지원받았다. 1년 동안 전달된 장학금액은 2억66025만 원이며 전달된 물품은 책걸상, 학용품, 노트북, 태블릿PC, 도서, 문화상품권, 생활용품, 식품, 항공권 등 3496만 원 어치다.
민주평통 사무처 관계자는 “민주평통은 꾸준한 사업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국가적 소명과 책임을 실천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탈북 청소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INTERVIEW
최우수상 | 남기영 서울 강동구협의회 자문위원
“탈북 청소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대한민국 성장동력 확보하는 길”
남기영(58) 서울 강동구협의회 자문위원은 ‘탈북 청소년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습학원을 운영하면서 탈북 청소년들에게 따로 영어를 가르친 게 올해로 5년째다. 그는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제17기 탈북 청소년 우수 멘토’로 선정돼 최우수상을 받았다.
“탈북 청소년이 통일 후 대한민국을 이끌 원동력이라는 생각에서 멘토링에 참여했습니다. 서울 강동구협의회가 강동경찰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덕분에 북한이탈가정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어요. 탈북 청소년들은 먹고사는 건 그럭저럭 해결이 되는데 자녀 사교육비는 부담된다고 호소하더군요. 지금까지 6명의 탈북 청소년에게 영어를 무료로 가르쳤고, 그중 일부는 수학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도왔죠.”
그의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탈북 청소년의 특징은 학습 성취욕이 높다는 점이다. 집중력이 높은 데다 끈기가 있어 어떤 문제든 끝까지 해결하려고 한다. 그는 “탈북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야말로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탈북 청소년에게 교과학습 지도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통일 후 이들이 고향에 가서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거죠. 그럼 남한 지역뿐 아니라 북한 지역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탈북 청소년 가르치는 일, 사회가 협력해야 가능
그는 지역 내 북한이탈가정의 ‘진로 멘토’로도 활동한다. 탈북 청소년과 학부모를 지역사회 커뮤니티인 마을계획단 구성원으로 임명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민속 행사에선 북한이탈주민이 진행요원이 돼 마을 주민들과 함께 민속놀이를 진행했다. 남 자문위원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활동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멘토링은 탈북 청소년만 성장시킨 것이 아니다. 남 자문위원 자신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는 “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를 함께 성장시킵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인 거죠. 특히 탈북 청소년들을 인재로 키우기 위해선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해요. 훗날 탈북 청소년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인재가 될 거라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멘토링을 꾸준히 이어갈 겁니다.”
INTERVIEW
우수상 | 최은섭 대전 서구협의회 자문위원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기다리면 굳게 닫힌 마음도 활짝 열려요”
“탈북 청소년이 마음을 여는 것은 자신이 인정받을 때입니다. 그 어떤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탈북 청소년을 바라보는 것이 멘토링의 성패를 좌우하죠.” 최은섭(45) 대전 서구협의회 자문위원은 “연말연시 각종 단체들이 탈북 청소년을 찾아 장학금을 주고 간담회를 갖는데, 이런 단발성 이벤트가 아이들한테 상처를 준다”며 지난 3년간의 멘토링으로 얻은 깨달음을 설명했다. 그는 멘토링을 위해선 기다림, 경청, 공감, 인정, 섬김 등 다섯 가지 덕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탈북 청소년 남매를 멘티로 만났는데, 여동생은 저와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는 반면 오빠는 땅만 내려다보더군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기다렸습니다. 6개월쯤 지났을까, ‘여름방학 때 하고 싶을 걸 얘기해보라’고 했더니, 남매 중 오빠가 ‘물놀이를 가고 싶다’고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더라고요.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요.”
또 최 자문위원은 멘토링은 ‘국가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멘토링을 단순한 사업으로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제도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북한이탈가정이 멘토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답니다.”
INTERVIEW
우수상 | 이정수 경남 진주시협의회 자문위원
“화목한 가정 만들기 주력… 멘토링 통해 충효 실천하고파”
이정수(58) 경남 진주시협의회 자문위원은 지난해 12월 탈북가정과 함께 김장김치를 담갔다. 양배추 뽑기, 돼지고기 삶기 등 시골 생활 체험도 이어졌다. “많은 북한이탈가정이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고립돼 살아갑니다. 김치 한 포기 담그면서 탈북 청소년이 문화 체험도 하고 북한이탈가정의 안부도 물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 자문위원은 ‘작은 통일운동’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멘토링에 참여했다. 그가 멘토링 사업에서 중점을 두는 건 ‘온전한 가정 만들기’다. 진주시협의회는 가족 단위 멘토링 사업 ‘열두 달의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탈북 청소년의 온전한 가정 만들기를 실천한다. 그는 “탈북 청소년이 올바르게 성장하려면 가정부터 바로 서야 한다”며 “화목한 가정 만들기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탈북 청소년과 멘토링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북한이탈가정도 함께해요. 제 가족도 북한이탈가정과 교류합니다. 멘토링 활동 덕분에 또 하나의 아들과 딸이 생겼어요.”
이 자문위원의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탈북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가정을 이뤄 자식 낳을 때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