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서 석유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석유의 비중은 5~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 당국이 에너지정책의 제1원리로 강조해온 ‘자력갱생의 원칙’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력갱생의 원칙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사용을 최대화하고 수입 에너지의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 의지로, 북한에서는 석탄과 수력의 사용을 최대화하고 석유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수급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이런 현상은 에너지 국가배급제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공고해졌다. 결국 에너지 수요에 맞춰 공급정책을 운용한 것이 아니라 당국의 에너지 공급정책에 따라 에너지 수요를 제약해온 것이다.
북한의 집요한 자력갱생의 정책 원리는 결국 민생 부문은 물론, 산업과 수송 등 국가경제 전 부문을 크게 낙후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석유 관련 인프라와 유통구조 등이 미약해 작은 수급 교란에도 충격을 크게 받는 매우 취약한 에너지 안보 체계를 형성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합계 (천TOE) |
석탄 | 석유 | 수력 | 기타 | 계 | |
---|---|---|---|---|---|---|
1990 | 23,963 | 69.2 | 10.5 | 15.6 | 4.7 | 100.0 |
1995 | 17,655 | 67.1 | 8.4 | 20.0 | 4.5 | 100.0 |
2000 | 15,687 | 71.7 | 7.1 | 16.2 | 5.0 | 100.0 |
2005 | 17,135 | 70.2 | 6.1 | 19.2 | 4.6 | 100.0 |
2010 | 15,663 | 66.1 | 4.5 | 21.4 | 8.0 | 100.0 |
2011 | 12,598 | 46.4 | 4.9 | 21.4 | 8.0 | 100.0 |
2012 | 12,284 | 55.3 | 5.4 | 26.2 | 10.0 | 100.0 |
2013 | 10,630 | 42.3 | 5.8 | 27.4 | 10.3 | 100.0 |
2014 | 11,050 | 54.7 | 6.9 | 32.6 | 11.9 | 100.0 |
2015 | 8,700 | 35.6 | 9.1 | 29.4 | 11.4 | 100.0 |
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원유 교역국
전통적으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해왔다.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공급은 1990년 이후 중단됐으며, 그 후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도입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한 원유 공급은 ‘조·중우호송유관’을 통해 이뤄진다. 이 송유관은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유전과 랴오닝성 다롄(大連)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의 중간 지점인 랴오닝성 북부 톄링(鐵嶺)에서 분기해 압록강을 건너 북한 신의주에서 안주까지 이어져 있다. 톄링에서 안주까지의 송유관은 약 400km로 중국 영내 길이가 약 260km, 북한 영내가 약 135km이다.
송유관은 보안과 도난 방지를 위해 땅속에 매설돼 있으며, 압록강은 강바닥을 통과해 매설되었다. 현재 ‘동북수유관리국조중우호수유공사’의 관리하에 있으며, 연간 수송능력은 석유제품 100만 톤, 원유 300만 톤으로 설계되었다. 1974년 2월에 착공해 1976년 1월에 개통했다.
관로(km) | 관로 직경 | 연간 수송능력 | 공사 | 사업 주체 |
---|---|---|---|---|
중국 260+ 북한 135= 총 395 |
219mm 377mm |
제품 100만 톤 원유 300만 톤 |
1974년 2월 착공 1976년 1월 완공 |
동북수유관리국 조중우호수유공사 |
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중국은 현재 북한의 유일한 원유 교역국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가 북한 원유 수입의 전량에 해당된다. 북한의 2013년 대중 원유 수입은 57만8000톤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한 바 있으나, 2014년 이후 다시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에 일시 감소했으나 이후 매년 50만 톤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수입량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해관 통계는 2014년 1월 이후부터 대북 원유 수출 실적을 ‘0’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봉화화학공장이 예년처럼 가동되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으나 정확한 수출량은 알 수 없다. 한국 통계청은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을 2014년과 2015년 각각 53만 톤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표3>
중국 | 기타 | 총계 | 중국 비중(%) | |
---|---|---|---|---|
1990 | 1,005,642,437 | 70,198,872 | 1,075,841,309 | 93.5 |
1995 | 1,021,519,937 | - | 1,021,519,937 | 100.0 |
2000 | 389,236,128 | 466,876,505 | 856,112,633 | 45.5 |
2005 | 522,844,416 | 1,106,033,335 | 1,628,877,751 | 32.1 |
2010 | 528,315,226 | - | 528,315,226 | 100.0 |
2011 | 526,175,843 | - | 526,175,843 | 100.0 |
2012 | 523,040,525 | - | 523,040,525 | 100.0 |
2013 | 578,001,810 | - | 578,001,810 | 100.0 |
2014 | 530,014,000 | - | 530,014,000 | 100.0 |
2015 | 530,014,000 | - | 530,014,230 | 100.0 |
자료 : UN Comtrade Database
주 : 중국의 해관 통계는 2014년 1월 이후 대북 원유 수출 실적을 ‘0’으로 발표하고 있어 정확한 양을 알 수 없음. 한국 통계청은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 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53만 톤으로 추정해 발표하고 있음
중국의 대북한 원유 공급 중단이 대북 제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 이외의 다른 원유 공급선과 석유제품 수입에 대한 조치 등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예상되는 북한의 대응 방안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는다면 북·중 간 원유 교역 차단만으로는 제재 효과가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한 원유 공급 중단이 실현되면, 북한으로서는 수입처를 다른 국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으로 단일화된 2010년 이전 10년 동안 북한에 원유를 수출한 국가는 중국, 가봉, 나이지리아, 카타르, 태국, 브라질, 알제리, 러시아, 에콰도르, 예멘, 콩고 등 다양하다. 북한의 원유 수입선 전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대북 원유 수출 금지 제재가 북·중 간의 양자적 제재가 아닌 유엔 차원의 다자적 제재조치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석유류의 3분의 2 정도는 수입 원유를 정제해 공급되며 나머지는 석유제품을 직접 수입해 공급된다. 2015년의 경우 원유 53만 톤과 석유제품 31만 톤을 수입했다. 그 이외에 북·중 해역과 접경지역, 극동 러시아 지역 등으로부터의 석유제품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규모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석유제품의 수입이 동시에 제한되지 않는다면 원유 공급 중단만으로는 제재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은 국제시장이 다양하고 북한도 이미 비교적 다양한 수입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유 대신 석유제품 수입을 그만큼 늘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미 하원이 북한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지난 3월 휘발유 수입을 지난 1월보다 6배 증가시켰으며, 경유 수입액도 1월에 2만4000달러에서 3월 300만 달러로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난다.
석유제품 수입도 막아야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고 석유제품의 수입도 현재 수준에서 확대하지 못하도록 제재한다면 북한은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산업 부문의 모든 기업소에 대한 석유류, 윤활유 등의 석유제품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어 산업체의 가동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뜩이나 가동 여건이 열악한 북한 산업 부문을 빈사 상태로 몰고 갈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군부대의 전투력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축유의 비축 수준이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군장비의 기동 능력 저하, 훈련 감소 등에 따른 전투력 유지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 전역에 걸친 수송 부문의 마비현상도 확장될 것이다. 주유소에 대한 석유류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연유장사’ 등 시장에서의 수송 연료 조달, 어업용 유류 조달 등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디젤기관차 운행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민간 유통 부문의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석유류 가격 인상이 예상되며, 그 때문에 군, 기업소, 기관 등으로부터의 석유류 불법 유출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유출 물량이 고갈되면서 광범위한 석유대란이 발생해 돈이 있어도 석유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암거래 등이 성행하게 될 것이다.
중국 랴오닝 단둥에 있는 석유저장소. 이곳 석유는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운송된다.
북핵 저지 위한 유용한 정책수단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은 단순히 에너지 수급상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에 일종의 공황 상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류 가격이 하루아침에 수백 퍼센트 오르고 돈이 있어도 석유를 살 수 없어 사회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네팔의 경우는 인도로부터 석유류 100%를 수입하던 내륙국가인데, 1989년과 2015년 두 차례 국경봉쇄를 겪었으며, 그때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역시 석유대란이었다. 갑작스러운 석유류 공급 부족은 북한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중국이 대북한 원유 공급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북한에 전해지면서 최근 북한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3%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조치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조치만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원유 수입선을 전환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으며, 원유 대신 석유제품 수입을 늘려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고 석유제품의 수입도 현재 수준에서 확대하지 못하도록 제재한다면 북한은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것은 단순한 석유 수급상의 어려움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 공항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 당국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충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북핵 저지를 위한 유용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