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힐러리 전 국무장관 부부와 함께한 정재건 뉴욕협의회장.
1세대 뉴요커 중 성공한 사업가로 손꼽히는 정재건 미국 뉴욕협의회장은 ‘뉴욕 평통’의 상징성에 걸맞은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구상 중이다. 그 가운데 글로벌 컨퍼런스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그의 의지와 생각을 담은 야심 찬 프로젝트다.
내년 중에 민주평통 뉴욕협의회가 주관하는 대규모 글로벌 컨퍼런스가 유엔에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한 통일에 초점을 맞춘 이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과학자,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정재건 민주평통 뉴욕협의회장은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평화, 그리고 과학기술과 보건의료를 주제로 대규모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경제가 화두인 글로벌 사회에서 유능한 학자들의 식견을 한미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정 회장의 경제 이론과 정책에 대한 관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평통과 인연을 맺은 2004년에도 시도가 있었다. 경제정책부회장을 맡은 그는 임기 시작과 함께 곧바로 다소 생소한 행사를 기획해 실행에 옮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제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F 엥글 뉴욕대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저명한 경제학자의 한미 FTA에 대한 분석은 당시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한미 FTA의 이론적 논거도 제공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전미주 한미경제학회 연례포럼이 수여하는 ‘젊은 경제학상’을 후원하는 등 학계의 연구 작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강대국인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 하나하나 성과를 내는 한인 학자들에게 많은 애정이 갑니다. 국가의 경제력이 곧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그들이 연구해서 얻어내는 성과가 우리 조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후원할 예정입니다.”
정 회장은 1981년 청운의 뜻을 품고 미국 뉴욕으로 달려간 이른바 1세대 뉴요커. 서울대 응용미술대학원 재학 중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 정 회장은 미국 동북부 미술대학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PRATT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트머스대학 터크(TUCK)스쿨 MBDA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88년 ‘제이 조슈아’라는 관광용품 회사를 설립했다. 아버지(Jay)와 아들(Joshua)의 영문 이름에서 따온 제이 조슈아는 브로드웨이 등 뉴욕의 이미지를 새긴 티셔츠와 캐릭터 등 수천 가지의 기념품을 제작·유통해 유대인이 운영하는 시티 머천다이스에 이어 뉴욕 제2의 기념품 업체로 급성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I♥NY’ 사용료로 뉴욕시에 상당 금액을 지불한다. 그는 2013년 ‘같이 놀자 뉴욕, 함께 가자 서울’을 출간해 지난 32년간의 뉴욕 생활과 25년간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도맡아 해온 뉴욕 관광용품 비즈니스 경험을 밑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세계를 향한 관광용품 글로벌화 필요성과 그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브랜드 전문가답게 뉴욕협의회장 취임 이후 ‘열린 뉴욕 창조 평통’을 17기 슬로건으로 선정했다. 뉴욕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구호다. 뉴욕 평통이 더 멀리 나아가고 자라나는 차세대 사이에 통일에 대한 당위성과 공감대를 형성해가기 위해 창의적으로 일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차세대 한인에게 문호개방
“이제는 차세대 한인들에게 과감히 민주평통을 오픈해야 합니다. 획일적이고 고답적인 사업방식보다는 각 나라 실정에 맞는 맞춤형 해외동포 통일운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 회장은 ‘뉴욕 평통’이 갖는 무게와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계 등 미국 주류사회의 여러 채널을 통해 통일의 당위성을 확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 동포들은 통일을 간절히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합니다. 통일에 필요한 통일복지 등 비용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 철저하게 계획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8·25 남북 고위급 회담 합의가 그간 다소 주춤했던 해외 통일운동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실제로 뉴욕 한인들은 민간 교류 활성화에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뉴욕협의회 경제정책추진위원회의 개성공단 방문 추진이 대표적이다. 현재 뉴욕 한인 기업인들 중에는 개성공단의 ‘양질의 노동력’, ‘제품’, ‘경쟁력’에 주목해 투자 의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14년 개성공단을 방문한 후 공장 설립 등을 추진했다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된 전례도 있다. 뉴욕협의회는 회원의 의견을 취합해 공단 방문을 추진할 예정이다.
68개국 130개 지회를 둔 재외동포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간부를 역임했던 정 회장은 “재외동포사회는 다양한 민간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를 다져놓은 상태”라면서 “그동안 북한의 긴장 조성 때문에 교민들의 통일에 관심이 미미했는데 이제 분위기가 반전됐으니 뉴욕 평통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