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9월 23일과 24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열린 인천지역 자문위원 연수에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통일 특강을 하고 있다.
9월 18일 충북지역회의를 필두로 일제히 열리고 있는 2015년 하반기 자문위원 연수회 현장에는 웃음과 활력이 넘쳐났다. 연수회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여러분, 송편에도 콩고물과 팥고물 두 가지가 있잖아요. 핵폭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콩고물이 플루토늄이라면 우라늄은 팥고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은 불행히도 우라늄이 넘쳐납니다. 아마도 다음은 북한이 우라늄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요.”(김태우교수)
“북한 출신 며느리, 사위를 집에 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셨나요. 말도, 음식도, 생각도 다른데…. ‘민족 동질성 회복’이 그리 쉬운 게 아닙니다. 3개월간 집중교육 받고 수당 많이 줄 테니 3년간 북한에 가서 일하고 오라면 가시겠어요?”(김영수 교수)
지난 9월 18일 충북 증평유스호스텔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충북지역회의가 주최한 ‘2015년 17기 자문위원 연수’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의 강의 현장은 활력과 에너지가 넘쳐났다. 이날 강사로 나선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와 김영수 서강대 교수(민주평통 통일정책분과위원장)는 능수능란한 말솜씨와 유머감각으로 자문위원들을 울리고 웃겼다. 김태우 교수가 직설적인 화법이 특기라면, 김영수 교수는 성대모사와 연극배우 같은 제스처까지 선보였다. 최선을 다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끌어내려는 강사들의 열강에 자문위원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자문위원 2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연수회는 한상길 충북부의장의 개회사에 이어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통일 준비와 민주평통의 역할’을 주제로 한 ‘통일대화’, 두 교수의 강연, 분임토론, 그리고 둘째 날 동영상 상영과 ‘김정은 체제 변화 전망과 남북통일’에 대한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의 강연 등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폐회 이후 교육장 인근에 위치한 충북 괴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현장’을 방문하고 일정을 마무리 했다.
17기 자문위원 연수는 이날 열린 충북을 시작으로 강원(9월 21일), 인천(9월 23일) 등 전국적으로 일제히 개최됐다. 자문위원들은 1박 2일 동안 자문위원들이 알아야 할 기본사항에서부터 대북정책, 민주평통의 역할 등에 대해 종합적인 교육을 받고 소속 분과별 토론에 참여한 후 건의 사항 등을 종합 정리해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찬봉 사무처장은 18일 강연에서 “민주평통은 통일에 대한 논의와 통일 준비를 맨 앞장서서 하는 조직”이라며 “자문위원들이 먼저 의견을 제시해 통일을 논의하면서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으면 이를 다시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통일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와 같은 주변 국가들에 부탁할 수 없는 문제”라며 “통일의 주체는 남북한이고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 갈수록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독, 지자체 교류로 통일 물꼬 터
<사진>충북지역회의 연수회 참석자들이 강사들의 강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자문위원 연수회에서는 통일 준비의 지방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충북 연수회에서도 박찬봉 사무처장은 ‘통일 준비를 위한 민주평통’의 3대 방향을 제시하면서 통일 준비의 구체화, 국제화와 함께 지방화를 언급했다. 박 처장은 “민주평통의 중심 조직은 지방조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늘 중앙의 과제를 지방에서 먼저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제 남북이 지역별로 자매결연과 같은 형태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도시화가 많이 진척돼 있으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우리 지역의 발전 경험을 북한 파트너에게 전수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고민해서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남북한 지역이 다 같이 잘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광역단체 17곳과 기초자치단체 32곳, 광역교육청 2곳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나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사실상 지자체의 남북 교류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최초의 지자체 간 남북 교류 사업은 1999년 시작된 제주도의 감귤 지원사업. 이 사업은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감귤 가격이 폭락해 감귤 처리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이라는 명분을 갖고 진행됐다. 감귤 생산 농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0년간 진행됐으나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됐다.
김영수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당시 귤값보다 배삯이 두 배 이상 비쌌고 쇄빙선이 없어 감귤을 실은 배가 얼음 때문에 이틀간 북한 항구에서 외항에 머물러 귤이 꽁꽁 얼었다가 녹아버려 아예 먹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북측의 항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며 “남북 간 교류는 꼼꼼하고 세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좀체 성공하기 어렵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사진>충북지역회의 여성분과위 분임토의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 주체 자체를 아예 ‘통일 준비 지방화 현황과 과제’로 정했다. 김 교수는 “중앙정부 교류가 인체의 동맥과 정맥의 역할을 한다면 지방 간 교류는 핏줄과 신경을 잇는 것과 같다. 동맥과 정맥만 있고 핏줄과 신경이 이어지지 않으면 감각을 느낄 수 없다. 땅의 통일과 마음의 통일이 더해져야 진정한 통일이 가능하다”면서 “통일 준비에 중앙 따로, 지방 따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1986년부터 동서독 간 자매결연 협상이 진행돼 서독의 자알루이스시와 동독의 아이젠휘튼슈타트시 간의 자매결연이 체결되면서 자매결연이 빠르게 증가해 1989년 말까지 동서독 도시 62쌍이 자매결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동서독의 지자체 간 교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다양한 부문에서 교류와 이를 통한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져 독일 통일을 촉진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첫 자매결연이 추진된 이후 동서독 주민 총 2037명이 자매결연사업 명목으로 상호 방문했고, 이를 통해 상호 유대감이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통은 <2015 자문위원 연수자료집>을 통해 “남북 지방 차원의 교류협력은 남북 주민들 간 지역감정 및 적대의식을 약화시키고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유도하며 통합 과정에서 심화될 수 있는 남북 간 이질화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문위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역 특성과 주민 참여, 사업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남북한 모두 이익이 되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문위원 개인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민간단체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 연수는 10년 가까이 활동한 선임 자문위원부터 난생처음 연수에 참여한 새내기까지 참석자들의 경험이 다양하다. 14기 자문위원을 시작으로 민주평통과 인연을 맺은 한상길 충북부의장과 자문위원 연수에 처음 참가한 서지영 영동군협의회 자문위원의 소감을 들어봤다.
민간 통일운동 10년 한상길 충북부의장
“사명감과 책임감 느끼는 모멘텀”
한상길 충북부의장은 “자문위원 연수는 민주평통 참여가 단순한 봉사 개념이 아니라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모멘텀”이라며 “자신이 민들레 홀씨처럼 통일 전도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돌아보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체감한 한 부의장은 “연수회가 남북관계에 대한 소양을 갖추고 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반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시대정신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국민의 책무인데 자문위원들은 그런 점에서 용기 있고 운이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복 이전에는 독립과 광복이, 1960~70년대에는 산업화, 80년대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지만 2000년 이후엔 통일이 다른 가치보다 앞서는 시대정신입니다. 자문위원 분들도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훗날 역사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로 기록되지 않을까요.”
한 부의장은 2004년 초록우산 충북지역 회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제빵시설과 밀가루를 평양의 제2인민식품공장에 전달했고, 현재도 북한이탈주민 지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는 등 민간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첫 참가 서지영 자문위원
“생각보다 유익… 강사들 강의 귀에 쏙쏙”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을 잘 들어서 주변 분들에 알려주고 싶네요.”
올해 설흔다섯인 서지영 영동군협의회 자문위원은 올해 처음 지인의 추천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날 다니는 직장에 휴가원을 제출하고 연수에 참가했다. 강연 도중에 틈틈이 주요 내용을 메모하면서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민주평통에 참여할 때도 사실 망설였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좀 부담이 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활기가 넘치고 배울 게 많아서 좋습니다.”
그는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세태인데, 민주평통에 참여하면서 그러한 성향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면서 “통일 문제가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강사님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쉽게 이해돼 놀랐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주변 분들이 통일이나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자문위원은 일반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현실을 감안해 주민들이 남북 관계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일문고 사업 등에 앞장설 포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