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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지역회의 주최 ‘재일 조선학교 교육 발전 방안’ 토론회

“조총련 교육은 북 정치교육
재일교포 통합 민족교육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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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연합회(조총련)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 토론회가 9월 1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민주평통 일본지역회의, 미야쓰카코리아연구소가 ‘광복 70주년 재일 조선학교의 교육발전 방안’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그동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총련의 조선학교에 대한 교육 환경 등을 논의했다.

재일교포사회의 학교 교육은 단연 조총련계가 주류다. 현재 조총련계가 63개 지역에 93개 학교가 있는 반면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계는 11개교에 머물러 있다. 민단계 학교는 경영 주체별로 세분하면 4개로 줄어들 정도로 영향력이 미약하다. 조총련계 학생 수는 한때 4만 명에 육박했으나 교육 내용에 대한 재일교포들의 불만, 자녀 수 감소, 일본 국적 변경으로 현재는 6000명 수준. 그러나 조선대학교를 비롯해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수직계열을 구축하면서 여전히 민단계를 압도하고 있다. 그럼 조총련계 학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이번 토론회는 베일 속에 가려진 조총련계 학교 교육의 실상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토론회는 미야쓰카 토시오 미야쓰카코리아연구소 대표,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전 일본 조선대학교 정치경제학부 교수), 이인자 도호쿠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인덕 청암대 교수, 미야쓰카 수미코 도치기대학 강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임삼호 민단중앙본부 부단장은 오공태 민주평통 일본부의장을 대신한 개회사에서 “일본의 민족교육은 조총련계와 민단계로 나뉘어 상이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통일의 주역인 재일 청소년들의 교육 실태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조총련은 ‘북한 밖의 북한’으로 북한 모습을 그대로 따라간다. 통일 준비 과정이나 통일 이후 조총련을 비롯한 일본 동포사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특히 교육의 문제는 재일동포사회의 통합과 직결된 사안으로 남북 통합 이전에 일본 동포사회 통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재일교포사회 교육은 당초 일본 공산당과 결합한 재일 좌파 성향 인사들이 주도했다. 이날 ‘조선학교 교육은 북한의 공민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에 따르면 광복 직후 재일교포 교육은 ‘공권력이 개입되지 않은 민족교육’의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1955년 조총련이 결성되고 1959년부터 ‘귀국운동(북송사업)’이 시작되면서 조선학교가 급속히 확대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북한 권력이 직접 조총련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조총련 내부에 조선노동당 조직인 ‘학습조’, ‘열성반’ 등이 만들어졌다. 북한은 조총련 교육을 위해 그동안 총 160회에 걸쳐 473억3100만 엔(2014년 시점)을 일본에 보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2014년 4월 김일성 출생 102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재일조선인 자녀 교육 원조자금으로 2억7800만 엔을 보내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혹독한 경제난에 처한 상황에서 북한이 교육 원조자금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일성 혁명력사’ 과목 통해 유일사상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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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도쿄 시내에 위치한 조총련 본부 모습. 오가는 사람이 뜸한 가운데 일본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조총련의 학교 교육을 민족교육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민족교육이 아닙니다. 북한 노동당이 지도하는 철저한 정치교육, 공민교육입니다.”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의 진단이다. 박 소장은 조총련의 학교 교육이 표면적으로는 민족적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정치적인 세뇌교육이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왜 조선학교 문제를 논하는 것인가’를 발표한 미야쓰카 토시오 미야쓰카코리아연구소 대표는 “‘김일성 일가의 혁명력사’가 가장 중요한 과목이고 성적 평가에서 ‘혁명력사’가 낙제점을 받으면 전 과목 낙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조선학교가 다른 민족교육과 동일하게 민족의 전통을 중심으로 가르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주체사상·유일사상 체계’를 교육하는 재일교포 세뇌 조직”이라고 밝혔다.

미야쓰카 소장은 “조총련이 일본 정부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학비보조금을 자신들에게 납부하도록 강요한 사실까지 드러났다”며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유용하거나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일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개혁과 변화의 움직임도 없지 않았다. 일부 조총련 인사들이 1998년 조총련 지도부에 ‘민주주의 민족교육 개선 및 강화’라는 구체적 개선안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조총련 지도부가 개별적으로 제안 인사들을 면회하고 회유 작업을 벌여 제안을 무력화했다. 이후 재일교포 일반 학부모 사이에서 조총련 교육에 대한 반목과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총련은 2003년부터 교과서 개편에 착수 했으나 허위가 심한 내용만 수정됐을 뿐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이날 주제 발표자들의 입장이었다.

한국 대학 일본 캠퍼스 설립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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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론회에 참석한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 임삼호 민단중앙본부 부단장,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 미야쓰카 수미코 도치기대학 강사(사진 오른쪽부터).

토론회에서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박두진 소장은 “외부의 힘이 아닌 교육의 흐름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선학교를 대신하는 민족적 교육마당, 가령 한국 유명대학의 캠퍼스 설립 △조선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국적 학생에 대한 정밀 조사와 대책 수립 △조선학교의 개혁을 방해하는 한국의 일부 세력 움직임 규제를 과제로 꼽았다.

박 소장은 “도쿄조선중고급학교에서 한국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입학시켜 조총련 내부가 커다란 파문에 휩싸여 있다. 입학생 중에는 조총련 간부 가족까지 있었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민주주의와 세계로 연결되는 민족교육 쪽으로 흐름을 바꿔나가자”고 말했다.

‘일본 이주 100년의 삶과 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이인자 도호쿠대 교수는 “재일동포들에게 고향(조국)은 멀리서 그리워하는 대상이자 동시에 가까우면서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일교포 3·4세대들이 자기 범위 내에서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받아들이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우선은 재일교포 청소년 중에 우리의 민족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면 받을 수 있도록 조국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적인 교육 강화를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리 쉽지 않고 새로운 학교 설립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조선학교를 한국학교로 만들어가는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덕 청암대 교수는 “재일동포가 한국 재외동포사회의 원형이지만 그에 걸맞은 관심과 대우을 못 받고 오히려 지원이 적어지는 추세”라면서 “무엇보다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지대한 물질적 공헌을 한 재일교포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평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Interview

 

조총련 전문가 박두진 전 일본 조선대 교수

“조선학교에 대한 환상과 오해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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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조총련 교육의 실태를 정보와 사실에 기초해 강하게 비판한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장은 조총련계인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조선대 교수를 역임한 조총련 전문가.

2008년 일본에서 조총련을 해부한 <조선총련>을 출간한 박 소장은 “한국 사회에는 조총련 학교에 대한 환상과 오해가 있다. 오히려 조총련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투쟁을 억누르고 방해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총련계 학교를 직접 지원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은 조선학교가 어디에 돈을 쓸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조선학교를 정상적인 교육기관으로 전환시켜야만 재일교포사회가 통합되고 통일로 가는 지름길도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에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조선학교 지원을 강화했고 심지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제작에도 지원 예산을 할당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일부 시민단체가 모임을 갖고 조총련의 일방적인 보고 기회를 주면서 반일적 행동에 이용하는데 이는 한국 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조선학교의 ‘민주적 민족교육’으로의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다. 한국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 미야쓰카 토시오 소장

“사상교육이 청소년 장래에 무슨 도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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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의 사상교육은 일본에서 살아가야 하는 재일교포 청소년들의 장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미야쓰카 토시오 미야쓰카코리아연구소장은 “조선학교는 초급부 4학년 이상, 중급부 3학년까지 학생을 재일본 조선소년단에, 고급부부터 재일본 조선청년동맹에 의무적으로 가담시켜 정치적 활동과 김일성 일가의 위대성을 소개하는 조직 활동과 사상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카사키경제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 경제학 석사, 단국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일본 내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이다. 그는 조총련계 학교의 미래에 대해 매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에 학비가 무료인 일본 공립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가 늘어났습니다. 편향된 교육 내용에 대한 비판과 우려, 국공립대학에서도 수험 자격을 원천적으로 주지 않아 일본대학 진학이 불리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생 수가 급감하고 운영난에 빠져 있습니다. 폐교와 통합이 연이어 발생할 것입니다.”

미야쓰카 소장은 “일본에서 조총련이 쇠퇴하듯이 조총련 학교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김일성 사상의 보급과 세뇌를 중단하는 것이 그나마 살아나갈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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