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방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방 지역은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에는 세계 인구의 75%가 거주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생성하고 세계 에너지 자원의 75%를 보유할 정도로 막강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이젠 북방으로 집중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북방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의 다리를 놓아 협력을 강화하자는 9-브리지(Bridge) 전략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국내 철도망 연결, 동북아 슈퍼그리드(광역 전력망) 구축, 북극항로 개척 등 구체적 청사진도 내놓았다.
신북방경제 구상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끊어진 남북의 경제를 다시 연결해 대륙으로 경제 지평을 넓혀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가 함께 도약하자는 거대한 구상이 바로 한반도 신경제지도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 정도에 따라 한반도를 동해권, 서해권, 비무장지대(DMZ) 등 3개 경제·평화벨트로 나눠 개발하고, 이를 북방경제와 연계해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창의적 플랜이다.
신북방경제 시대가 개막되면 우리의 경제 무대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뻗어나가게 되고, 무역과 비즈니스 등 모든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 세계적인 자원 및 에너지의 보고, 산업과 물류의 중심지로 부각되는 북방 지역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관건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신북방경제 청사진을 어떻게 실행해나갈 것이냐이다. 처음부터 북한과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우선 한국과 러시아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고, 추후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우회 전략이 필요하다.
신북방경제를 성공시키려면 기업의 협력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경제구조 재편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면 과제와도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새롭게 도약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 북방 지역은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도 민첩성, 유연성, 전문성 등의 특성과 글로벌 진출 경험을 살려 전용단지 구축이나 클러스터 형태로 공동 진출하고 협업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정부는 신북방경제 구상 추진을 계기로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고 혁신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세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북방 지역 개발과 시장 확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로드맵도 짜야 한다. ‘북방경제협력기금’을 조성하고 기업의 북방 진출을 촉진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꽉 막혀 있는 한반도 문제를 경제 고리를 중심으로 풀어가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IBK경제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