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공감

소소하지만 알찬 마을 모임이 이뤄지는 농촌 읍내 카페인 ‘카페빈둥’을 운영하는 이은진 자문위원.

‘평화통일 스피커’ 이은진 자문위원 “소소하지만 알찬 마을 모임
경남 함양군이 달라집니다”

경남 함양군협의회 간사인 이은진(41) 자문위원은 농촌 읍내 카페인 ‘까페빈둥’을 운영한다. 6년 가까이 커피와 음료를 팔면서 마을 사람들의 관심사와 재능을 서로 나누는 마을 모임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있는 그의 카페에선 작은 살롱 음악회나 이야기 콘서트, 농산물 직거래 장터, 마을 사람이 모여 함께 영화 보는 빈둥씨네마 같은, 직접 뭔가 배우고 만들어보는 장(場)이 수시로 열린다.

이 자문위원은 서울에서 함양으로 거주지를 옮기던 당시를 회상하더니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함양에 카페빈둥을 열면서 바라던 것이 있었어요. 제가 관심을 갖고 재밌어하는 일과 지역에 필요한 일을 이 작은 공간에서 펼쳐보자는 것이었죠. 처음엔 카페빈둥이 함양 최초 공정무역 카페이니 마을 사람들에게 공정무역부터 알리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이곳이 마을 사람들에게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만들어내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지가 되면 좋겠다 싶어 강습형 프로그램이 아닌 자족적인 모임을 통해 배움을 만들어가는 모임 문화를 만들었어요. 나중엔 학교와 도서관 외엔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공간을 내주게 되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카페에선 여러 마을 모임이 열린다. 장터, 책모임, 영어공부, 생태학교, 커피 큐브, 수공예 같은 각종 체험 활동이다. 덕분에 어린이, 청소년, 청년, 학부모뿐 아니라 고무장화 신은 농부도 이곳을 방문한다. “이런 활동이 카페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마을 사람들이 모임을 주선하고 쉬어가며 차 마시는 사랑방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자문위원은 대학에서 불어교육학을 전공했다. 교육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교육 전문지 기자, 대안교육가로도 활동했다. 결혼해 아이 낳고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인간의 기본 조건인 의식주를 고민하면서 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삶을 꿈꾸게 됐다. 그는 “내 힘으로 삶을 일구겠다는 고민이 나를 함양으로 이주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2년 2월 사비를 들여 개점한 카페빈둥은 그의 인생 고민을 풀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제 카페빈둥은 ‘함양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이가 마을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을 운영한다더라’는 소문이 퍼져 방문객이 늘어났다. 이들 중에는 윤학송 민주평통 함양군협의회장, 곽성은 상임위원도 있었다. 두 사람을 통해 민주평통을 접하게 된 그는 올해 9월 함양군협의회 자문위원이자 간사로 임명됐다.

“민주평통에서 청소년 평화통일 교육과 시민강좌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카페를 운영하면서 시도했던 마을 모임과 각종 활동을 이곳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양군협의회 사업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참하기로 마음먹었죠.”

| 함양의 변화 가능성, 대도시보다 클 것

요즘 이 자문위원은 민주평통의 기본사업 외에 누리소통망(SNS)을 활용해 평화통일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있다. 민주평통의 역할과 위상을 알리는 동시에 평화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리란 생각에서다. ‘다음 세대’를 위한 특색사업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함양군협의회 워크숍에선 그동안 추진해온 ‘통일노래 개사 대회’를 내년부터는 중고생들과 함께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평화나 전쟁을 주제로 한 그림책 목록을 보급해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이 자문위원은 “학생들이 바쁘고 여유가 없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잘 이뤄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교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은진 자문위원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시도했던 주제가 있는 이야기, 찾아가는 영화 상영회나 음악회 같은 작은 마을
모임을 함양군협의회 조직에 맞게 꾸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양군은 인구 4만 명인 전형적인 농·산촌 소도시다. 인구 절벽을 실감하는 곳이다. 이 자문위원은 함양군협의회 모토인 ‘군민(郡民) 속으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함양은 대도시보다 변화가 더디고, 주민들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안보’ 위주의 통일관이 만연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런 지역에서 제일 부족한 것이 ‘다양성’이에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포용력도 부족하고요. 하지만 민주평통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함양의 변화 가능성은 어떤 대도시보다 클 거예요.”

그의 이런 확신은 그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은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소소하지만 내실 있는 활동에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찾아가는 영화 상영회나 음악회 같은 작은 마을 모임을 함양군협의회 조직에 맞게 꾸려볼 생각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자문위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문위원들이 평화통일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동시에 군민들과 함께 소통해야 해요. 자문위원들이 ‘스피커’ 역할을 해낸다면 이곳에서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바람이 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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