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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한 11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 자금성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과 한국의 전략적 고민 북한 핵·미사일 해법 차이 확인
세밀하고 정교한 외교 추진 필요

11월 9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윈윈(win-win)의 신형대국관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조화로운 한중·한미관계 유지, 안정적인 북·미 및 남북관계 구축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미, 대중, 대북정책을 고민하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미·중관계는 적어도 지역적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과 갈등이 일상화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뉴노멀 시대에 19차 당대회 이후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주석이 가장 처음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은 상당한 관심과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윈윈하는 신형대국관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5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이란 비전을 제시하며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삼은, 과거 중국의 영광과 유구한 역사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금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며 대내외에 커진 중국의 힘과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주요 핵심 이슈로 제기된 무역 불균형 문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대규모 미국산 물품 구매, 시장 개방 약속, 미·중 경협 확대 등으로 미국과의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했다. 또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견지 및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우회적으로 고수하며 미국의 강한 요구와 압력에 적절히 대응했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식 개혁·개방 성공을 통한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적어도 역내 지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대국으로 도약했다는 강한 자신감과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역내 질서 구축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강력한 시진핑 1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등 새로운 중국식 질서를 적극 추진하며 제도, 질서, 규범을 놓고 미국과의 본격적인 경쟁과 갈등이 예상된다.

| 쌍중단, 쌍궤병행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해결 방안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고 함께 단결하고 북한 정권이 더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며 양국 모두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 추구에 합의를 했다”면서 “향후 한반도 사안에 있어 좀 더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나가자”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주장한 데 반해 중국은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및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란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북 제재 및 영향력 발휘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상호 간 서로 다른 해법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불공정 거래, 지적재산권 문제 해결 차원에서 중국은 2535억 달러(약 280조 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및 구매계약, 시장 추가 개방 약속, 미·중 경협 계획 발표 등의 상당한 경제적 성과와 이득을 미국에 안겨주었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기업인 대표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중 간 경제통상 분야 협력 강화는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미국 기업들에 더 좋은 투자 환경 및 시장을 만들어줄 것”이라 강조하며 미·중 간 경제협력 확대를 촉구했다.

향후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및 신형국제관계 구축 차원에서 대규모 미국산 제품 구매, 신규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을 적극 추진해나가면서 동시에 북한 핵·미사일, 동·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의 일정한 합의점을 시도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되고 중국 중심의 신형국제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선포한 이상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식 해법인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지속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기존 대북 제재와 압박 방식에서 벗어나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같이 말이 아닌 ‘행동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만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첫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실질적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양국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어 해결 방안을 놓고 미·중, 한중 간 상당한 인식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강한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에 맞서고 주권 수호와 생존을 위한 차원에서 핵무기 포기는 불가능하며 이라크, 리비아와 같은 역사적 실패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 협상 무용론과 완전한 비핵화

한편 중국은 줄곧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수하나 단독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은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어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촉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집권 2기를 맞이해 중국은 미국이 만들어놓은 기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국식 규범을 만들고 제도를 구축하면서 중국 주도의 새로운 역내 질서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결국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과 쌍궤병행 해법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미·중, 한중 사이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향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나간다면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가능성이 높아 다시금 한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제재 정책과 중국의 쌍중단(쌍궤병행) 정책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적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한 추가 도발로 말미암아 중국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은 한층 강화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대북 원유 공급 전면 중단과 같은 북한 정권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강력한 대북 제재보다 대북 제재 무용론 및 한중 간 사드 합의(3NO) 등을 제기하며 쌍중단과 쌍궤병행 이행 촉구를 더욱 강조할 것이다.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대표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고 있다. 양국은 이날 2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협정을 맺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무용론과 완전한 비핵화(CVID)를 주장하며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 시사, 단독 제재 및 세컨더리 보이콧 실시, 해상 봉쇄와 비행금지구역 설정, 미국의 전략자산 추가 배치,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MD) 체제 가속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 동참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과 상시적 위협이 지속되는 매우 복잡한 한반도 안보 정세 구도 속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은 한국에 상당한 도전 및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19차 당대회 이후 중국은 과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에서 벗어나 시진핑의 분발유위(奮發有爲, 적극 분발하여 성과를 이루어낸다)로의 대외정책 변화를 선언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 쌍중단 및 쌍궤병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진핑 집권 2기를 맞는 중국은 더 이상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어 한미동맹이 대중 포위전략 일부인 지역동맹으로 성격이 변화된다면 한중관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예컨대 향후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다시금 한국이 한중 간 ‘3NO 원칙’을 무시하고 중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 위협하는 미국의 MD 관련 전략무기를 배치한다면 한중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 대중관계 전략이 필요하다.

| 전략적 안보 이익에 영향

19차 당대회에서 2050년까지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을 강조하며 중국 중심의 신형국제관계 질서 구축을 제시한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경제적 가치는 점차 축소되는 데 반해 안보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19차 당대회에서 중국은 핵심이익(Core Interest)과 주권 문제는 절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누차 강조한 만큼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한·미·일 3국 군사동맹 추진 및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다시금 한중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결국 향후 한국은 우호적인 미·중관계 촉구, 조화로운 한중·한미관계 유지, 안정적인 북·미 및 남북관계 구축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미, 대중, 대북정책을 고민하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조속한 한중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를 위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한중 협력모델 창출을 적극 모색해나가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흥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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