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8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함께 열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핵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활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과제 “자주국방으로 효과적 대북 억제”
국민적 공감대 속 추진 필요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달성을 목표로 전시작전권의 조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의 진척 현황과 조기 전환을 위한 우리의 준비 자세를 점검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란 한미 연합사령부가 행사하는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스스로 행사하도록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작전권 전환 대신에 전시작전권 환수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전환과 환수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각각 다음과 같다.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행사는 여전히 양국 대통령으로 꾸려진 한미 통수기구의 전략 지시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형식면에서는 공동의 작전지휘체계가 지속되는 것이어서 동일체계 내에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전환’이 올바른 용어라는 것이다.

반면에 ‘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 귀속되면 미군 4성 장군 대신에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시작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다시 찾아온다는 의미에서 환수가 맞다는 것이다. 전자가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사령부 구조에 중점을 두는 반면에 후자는 사령관 직위 보임에 따른 한국군의 독립성 확보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생기는 개념적 차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원래 한국군 최고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4일에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됐다. 당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군의 작전지휘권이 미국에 위임돼 있었기 때문에 한국군에 대한 작전 통제는 결과적으로 미 대통령, 미 합참의장, 미 태평양사령관, 유엔군사령관, 한국군의 계통을 거쳐 행사됐다.

이러한 체계는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 창설과 함께 새로운 형태로 변화된다. 한미 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한국군 및 주한미군에 대한 유엔군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이 한미 연합사로 이전되고 그 결과 작전 통제가 한미 양국의 군 통수권자(대통령), 한미 국방장관회의(SCM), 한미 군사위원회(MCM) 및 한미 연합사령관의 계통을 따르게 된 것이다.

작전통제권 체계는 1994년에 다시금 변화한다.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으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 연합사령부에 속해 있다. 참여정부 당시 양국은 전시작전권도 한국군으로 전환하도록 합의했으며 그 전환 시기를 2012년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는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북핵 위협 증대와 한국군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가 두 번이나 연기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연기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데 당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는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두 번째 연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못 박는 대신에 전환 조건을 명시했다. 즉, 양국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합의를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이라고 부른다.

|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세 가지 조건

그러면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초기 필수 대응 능력을 구비하고 동시에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을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는 안정적인 전시작전권 전환에 부합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작전권 전환의 핵심은 첫 번째 및 두 번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군이 전시작전권 행사에 필요한 핵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참의 전쟁기획 능력 및 작전 능력 확보, 효율적 작전 통제를 위한 연합 지휘·통제·정보(C4I) 능력 구축, 대북 대응을 위한 킬체인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 능력 확보 및 한국군의 적정 전쟁 탄약 확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달성을 목표로 전시작전권의 조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전시작전권의 전환 시기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건에 의한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가 시기에 의한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로 다시금 바뀐 형국이다.

그런데 시기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은 미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2015년 합의 당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가 더 이상 연기되지 않도록 시기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변경했는데 이것이 또다시 시기에 기초한 전환으로 회귀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사령부가 실시하는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공군 F-16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 달성을 가속화해서 2020년 중반으로 예상되던 전환 시기를 현 대통령 임기 내로 당기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전시작전권 전환 달성의 구체적 조건이 정해져야 한다. 현재는 전시작전권 전환의 구체적인 조건과 달성 기준 등이 미비한 상태다.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의 큰 그림은 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달성돼야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이 달성됐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따라서 한미가 이를 협의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

둘째는 대북 초기 작전 수행을 뒷받침할 한국군의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킬체인, KAMD 구축 및 감시정찰 자산의 확보 등이 시급하다. 현재 한국은 킬체인 능력 확보와 KAMD 구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정찰위성의 독자개발 지연 등이 그러한 사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능력 구비를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 동력 확보와 추가 재원 마련도 필요한 실정이다.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에 작동될 연합 방위를 위한 연합사령부 구조도 합의해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에 고려된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의 작전지휘 구조는 양국군의 독자적 작전 지휘를 보장하는 병립형 작전지휘 구조였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관계와 유사한 작전지휘 구조로서 한반도 전구(Theatre) 작전 시 양국 군은 각자의 작전통제권을 보유하면서 한국군은 미군의 지원을 받고, 미군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형태였다.

| 미래사령부의 구성과 역할

하지만 한반도 전구에서의 연합작전 필요성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병립형 작전지휘 구조는 연합형 작전지휘 구조로 변경됐다. 즉, 한국과 미국은 2015년 11월에 체결된 ‘한미 간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계획(COT-P)’을 통해서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한반도 전구의 작전지휘 구조를 현재와 유사한 연합사령부 체제로 정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함께 편성된 ‘미래사령부(가칭)’를 창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국은 한국군 4성 장군이 미래사령부의 사령관직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현재 추진 중인 미래사령부는 과거 연합사령부와 유사하나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 직위를 담당하는 형태를 갖게 될 전망이다.

원래 한국과 미국은 2017년 10월에 열린 제49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이러한 미래사령부의 구조를 확정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참모조직 형태 등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양국이 합의해야 할 또 다른 사안도 존재한다. 첫째는 미래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 부대의 범위 문제다. 과거 한미 연합사 체제에서도 모든 한국 부대가 연합사의 작전 지휘를 받은 것은 아니다.

11월 13일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함정.

예를 들어 특수전사령부와 같은 부대는 연합사령관이 아닌 합참의장의 작전 지휘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미국도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몇 개 부대는 자신들이 직접 지휘하겠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 중 어떤 부대가 미래사령부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는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유엔군사령부(UNC)의 역할 및 유엔군사령관의 위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에는 유엔군사령부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유엔군사령관 직위는 미국에 위임된 상태다. 따라서 한국군 장성인 미래사령부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직위를 겸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미군 장성인 미래사령부 부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게 되는데, 전시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시에 유엔군사령관은 16개 전력 제공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로부터 동원된 병력과 물자를 통제해야 하는데 미군 장성인 미래사령부 부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할 경우 결과적으로 한국군 미래사령관이 한국에 파병된 외국군을 작전 지휘하는 모양새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 국민적 공감대 형성 중요

이상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일 것이다. 전시작전권 문제는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의 문제이나 기본적으로는 효과적 대북 억제와 전쟁 수행을 위한 군사적 효율성 확보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증대하는 이때에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확보하면서도 효과적 대북 억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전시작전권 전환 방안 마련에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조남훈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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