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역사 탐방

전북 군산의 옛 일본 가옥.

전북 군산 일제강점기 아픔 넘어
근대 역사문화 체험 현장으로

전북 군산은 고대 이래 만경강을 품은 풍요로운 호남평야와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물류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1899년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성된 항구, 철도, 근대시설, 일본인 주거지 등의 식민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그 자취를 통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1930년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김민영 군산대학교 교수

전북 군산은 1899년 5월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천, 목포, 부산 등과 더불어 개항도시의 원형을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다. 특히 내항과 원도심 일원에는 근대를 전후로 한 시기 역사의 흔적인 옛 조선은행과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군산세관, 부잔교, 해망굴, 동국사, 옛 곡물검사소, 옛 일본인 가옥 등 특징적인 근대 건축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시 외곽으로 나가면 옛 시마타니금고, 옛 군산 제1수원지, 임피 역사, 이영춘 가옥(구마모토 농장주 별장) 등도 있다.

전북 군산의 옛 일본 가옥.

지역에서는 이들을 근현대 시기 지역의 역사성(Historical Locality)과 장소성(Identity of the Place)을 살린 역사문화 및 교육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 2014년까지 1단계를 마친 상태다. 이어 2단계 사업인 ‘도시 재생 선도지역 활성화사업’과 ‘근대마을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근대 시기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을 비롯한 역사문화 자원의 활용을 넘어 원도심 재생 사례의 한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즉 개항에서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산업화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근현대사의 대표적인 장소성과 역사성을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근대 역사문화벨트화 사업’과 ‘근대 역사경관 사업’, ‘도시 재생사업’ 등을 통한 군산의 원도심 지역 역사경관 회복과 지역 문화의 활성화 등은 그 재생적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 원도심 지역 역사경관과 근대문화도시 조성

군산 지역 근대 역사문화 자원의 보존과 활용은 개항 100주년이었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지역 내외 및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그 과정에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대 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화 사업’이라는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내항 일원에 대한 보존 및 정비계획이 구체화된다. 이에 따라 2009년 ‘군산 근대 역사문화벨트화 사업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다. 이어 근대 건축 유산을 활용해 역사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원도심 근대 역사경관을 활용한 활성화계획’과 군산역 일원을 대상으로 한 ‘구 역세권 종합개발안’ 구상 등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2000년대 후반 군산의 원도심에 대한 보존 및 정비계획이 좀 더 구체화되고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시범사업의 선정 등 국가 사업비의 확보와 함께 2010년으로 예정됐던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과도 일정한 관련을 갖는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뒤편)과 조형물. 이 조각은 일제강점기 미곡수탈항이었던 군산의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당시 군산시뿐만 아니라 전북도에서도 새만금 방조제를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새만금 방조제를 찾는 관광객을 군산에 체류하도록 유도해 원도심의 근대 문화유산을 새만금과 적극적으로 연계·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1년 9월 30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개관했고, 2013년 6월에는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이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이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한편 군산의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에서 원도심 영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 ‘근대 역사경관 조성사업’이다. 이는 원도심의 격자형 가로망과 그곳에 지어진 근대기 가옥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그리고 그 주된 내용은 원도심 전체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시범적인 ‘집중화 권역’으로 지정한 원도심의 2개 블록에 소공원과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계획됐다. 이로써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의 1단계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군산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옛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

| 도시 재생 선도지역의 활성화

이처럼 군산의 원도심은 개항 이후 군산시의 중심지로서 산업, 행정, 상업, 금융의 중심지였으나, 이후 도시의 팽창과 공공기관의 이전, 내항의 기능 약화로 도심 기능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일련의 사업 외에도 내항지구를 중심으로 조성된 진포해양공원과 근대역사박물관을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과 연계되도록 기획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즉 군산의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의 기틀이 마련됨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도시 재생사업의 추진으로 확장해나가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2009∼2014년)의 보완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마중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근대 건축 보전·정비 연계 주거 재생’, ‘상가 활성화 기반 조성’, ‘지역기업 상생 클러스터 조성’, ‘지역 역량 강화사업’의 4가지 주요 전략에 따라 구상된 것이다. 기타 부처 협력사업으로서는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정비사업’, ‘문화도시 조성사업’, ‘월명 빗물저류조 설치사업’, ‘근대 역사경관 조성사업’ 등이 있으며 지자체 사업으로서는 ‘군산시 대표 관광지 육성사업’, ‘구 시청사 부지 복합공간 조성사업’ 등이 있다.

근대 역사경관 조성사업지구 체험공간 조감도.

또한 근대문화도시 2단계 사업으로 신흥동 일원에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 및 자원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근대 역사문화의 인문 요소를 활용해 지역성이 뚜렷한 문화경관 창출과 다양한 근대 역사문화 체험 및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자 진행하는 사업으로 ‘근대마을 조성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군산시 신흥동 35-7번지 일원의 1만9004㎡에 달하는 지역이다. 현재 인문 및 관광 환경과 건축물 현황 조사를 통해 기본구상(안) 수립 및 개발 방향이 제시되고 있으며, 타당성 조사(경제성 분석)를 통해 시설물 수요 분석 및 시설 규모 산정을 진행하고 시설물 관리 운영 및 활성화 대안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다.

이 지역은 근대 시기 일본인 거주지의 주변부로 한국인 부두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역이었으며, 현재는 새마을운동 이후의 건축물(1970∼80년대) 위주의 마을이 형성돼 있다. 또한 대규모 도시 재생사업 지역과 역사경관지구와 접하고 있어 ‘근대마을’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 지역 정체성과 시대적 가치 구현 기대

이상의 사업 추진과 함께 무엇보다 군산 구 도심권의 지역 재생 및 활성화와 근대 역사경관의 회복을 통한 지역 정체성 구축, 나아가 근대 역사문화 유산의 보존을 통한 시대적 가치 마련 등이 기대되고 있다.

군산의 원도심은 2008년 이후 추진된 1단계 사업과 2014년부터 2단계로 추진 중인 도시 재생 선도사업 및 근대마을 조성사업 등으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원도심권이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유동인구의 증가로 이곳이 사실상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양식 간이역과 일본 가옥의 건축양식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군산시 임피역.

하지만 일련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들 대상지는 역사적으로 고대 이래 한·중·일 3국과 인연이 깊은 ‘기벌포 전투’는 물론, 고려시대 이후 유수의 조창지로서 세계 최초의 함포사격으로 유명한 ‘진포해전’의 중심지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군산진’을 중심으로 한 경제 물류의 요충지로서 그 시공간적 배경과의 연계적 맥락을 잘 이루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새만금 권역을 포함한 해륙의 연계는 물론 식민지 시대를 넘어 6·25전쟁 이후 ‘해망동’을 중심으로 하는 피난민 정착지역 등 지역의 현대사와의 연계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군산은 정미소에서 자동차 기계부품을 넘어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지로서 새만금을 품은 신산업도시로 성장함은 물론,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의 생생한 교육체험 현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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