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베를린 옛 시청사인 ‘알테스 슈타트하우스’에서 열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신한반도 평화 비전’인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 ‘전쟁이 아닌 평화’ 향한 한길 추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6개월 동안의 대북정책 기조는 ‘압박과 대화’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압박은 실행되고 있으나 대화는 북한의 철저한 비협조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한반도 평화 비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북핵·미사일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고 통일 문제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는 물론이고 세계적 축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문제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반도에서 어떻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일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한민족은 영원히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범 6개월밖에 안 된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 문제를 떠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총론은 지난 7월 6일 ‘신한반도 평화 비전’인 ‘베를린 구상’을 통해 밝힌 ‘한반도 평화 5대 원칙’과 ‘4대 대북 제안’에 담겨 있다.

5대 원칙은 ①한반도 평화 만들기 ②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③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④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⑤정치·군사 문제와 남북 교류협력 사업 분리 등이고,

4대 제안은 ①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방문 ②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③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④남북대화 재개 등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만 달성된다면 한반도 평화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백방으로 노력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에 대한 철저한 파괴’는 겨우 말렸으나 김정은의 군사 도발은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결과다. 원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압박과 대화’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압박과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압박은 실행되고 있으나 대화는 북한의 철저한 비협조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 북한의 철저한 비협조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일 만인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우리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5월 21, 27, 29일, 6월 4, 8일, 7월 28일, 8월 26, 29일, 9월 15일)하고 심지어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단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계승’하는 정부라 할지라도 ‘대화’만을 강조하기는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7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하자 7월 29일 새벽 성주 사드 기지에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조치는 보수와 진보는 물론 중국까지 놀라게 했다.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전향적으로 풀고 있는 상황이었고, 특히 중국을 의식해 ‘철수’까지도 고려한 상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뜨거운 감자’를 덜컥 삼켰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 진보 진영과 중국 및 북한은 강력히 반대한 반면, 보수 진영과 미국 등은 적극 환영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하는 등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고 있다. 사진은 7월 28일 북한 자강도 무평리에서 실시된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모습.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7월 6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신한반도 평화 비전’을 통해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9월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높일 것을 강조했다.

그는 9월 21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서도 북한 핵실험(9월 3일) 후 우리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도록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강력한 제재’라는 입장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주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한편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7월 17일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당국 간 회담 개최 제안이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고, 대한적십자사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했다. 두 회담의 제안은 문 대통령이 7월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전쟁이 아닌 평화’

또한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고,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제안했다.

그는 남북한 공동 발전을 위한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경제 비전’을 밝혔고 9월 21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서는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동북아 경제공동체, 다자 간 안보협력,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 등을 역설했다.

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라는 단어를 32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기존의 남북 합의의 준수를 강조하고 북한이 6·15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를 분명히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냈고, 11월 7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도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없이 원만히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 해결 방식은 반드시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이 돼야 함을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곳곳에서 역설했다. 따라서 ‘전쟁이 아닌 평화’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 ‘신한반도 평화 비전’의 미래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신한반도 평화 비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첫째, 북한의 참여 문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기본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함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우리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미국과의 직접대화만 고집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 데 대해 북한이 2개월 넘게 군사 도발을 중지하고 있어서 ‘베를린 구상’ 실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대화의 시금석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여 여부이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9월 16일 정치와 올림픽 분리를 주장하면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시사했다. IOC는 10월 27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시 장비 및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이 있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방을 위해서도 돈을 써야 하지만 평화를 위해서도 돈을 써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화와 전쟁’을 동시에 표명하고 있어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과의 위기 조성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북한의 도발을 이용해 중국의 서진정책(一帶一路) 약화 및 무역역조 해소, 일본의 군사대국화 조장 및 대일 무기 판매,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저지 및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무기 판매, 미국 국민들의 관심 전환(러시아 커넥션 문제를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로 전환) 등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시아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전쟁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시도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결실을 본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폭격’ 저지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말미에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며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실제 북·미 간에는 2, 3개의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든 북·미 대화를 성사시켜 내년 2월 열릴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 역량이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북한도,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한반도 평화 구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상황이 아무리 엄혹해도 보수·진보, 여야, 지역, 세대 등이 힘을 합쳐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 문제를 늘 외세에 의존해 해결하려 했고 그때마다 큰 국난을 당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한반도차(車) 운전자’가 돼야 한다.

전현준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

카카오톡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스토리 아이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