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개정된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북한의 전략 목표는 ‘무력에 의한 한반도 공산화 정책’이다. 2012년 4월 권력 승계 절차를 마무리한 김정은은 대남 우위의 군사력 확보를 위해 재래식 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서 전략적 공격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핵·대량살상무기(WMD), 미사일, 장사정포, 수중전력, 특수전 부대, 사이버 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집중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31일 노동당 중앙회의에서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지시하면서 “적들이 감히 움쩍하기만 한다면 남반부 작전지대의 군사 대상물과 괴뢰 반동 통치기관들은 물론 미제의 반공화국 침략 책동에 편승하는 추종국가(일본)의 관련 시설들과 태평양 작전지대의 미 군사기지들까지 초토화하겠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4월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17년 말까지 5대 핵 타격수단(수소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핵지뢰, 핵배낭) 완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표했다. 2017년 9월 3일에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수소탄 실험이라 주장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시험을 단순히 북한 체제 유지나 대미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 전략의 일환으로 압도적인 한미동맹 군사력을 단시간 내에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군사적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억제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 북한 핵 도발 원천적 억제
1980년대 영변 핵시설에서 5MWe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한 북한은 올해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플루토늄 50여kg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핵무기 소형화 능력 등을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1970년대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현재는 각종 탄도미사일 1000여 발과 이동식 발사대 100여 기를 보유해 한반도와 주변국,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현재 북한은 5년 전보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에) 근접했다. 5개월 후에는 기술이 오늘보다 더 근접할 것”이라고 북한 핵·미사일 수준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리 군은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확장억제 전략’과 3축 체계로 불리는 ‘한국군의 독자적 가용 능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는 2017년 9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건군 69주년 기념사에 잘 나타나 있다.
“강력한 3축 체계는 우리 군 독자적 능력의 핵심 전력인 만큼 조기 구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더불어 한미 연합 방위능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이 실효적으로 발휘돼야 북한의 핵 도발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더욱 안정되고 강력한 연합 방위체제를 우리 군이 주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여기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은 국가 차원의 ‘맞춤형 억제전략(TDS)’과 군사 차원의 ‘미사일 대응 작전개념(4D)’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의 핵심 전력인 3축 체계는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도입된 ‘킬체인(Kill-chain) 체계’와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체계화된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로 정의된다.
‘킬체인’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도.
미국의 전략자산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능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 징후를 보이면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인 3축 체계로 대응한다. 일차적으로 킬체인으로 발사 전의 북한 탄도미사일과 지휘소 등을 선제 타격하고 우리 영토로 넘어오는 북한 미사일은 KAMD로 요격하며, 우리가 공격받을 경우 북한 지도부에 대해 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전력과 정예화된 특수부대를 운용해 대량으로 응징·보복한다는 개념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용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이 실효적으로 발휘돼 북한의 도발이 억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의 완전성이 더욱 제고돼야 한다.
한미 정례 협의기구에서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을 계기로 군사당국 간 실시간 정보 교환과 지휘통제체계 구축, 공동 의사결정 절차 구비, 미국의 전략자산 활용을 포함하는 작전계획 작성 등을 통해 실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 임시 배치를 허용한 것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우리의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보완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조치이다.
그리고 2020년대 초·중반까지 완성할 계획인 한국군의 3축 체계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에 따른 충분한 소요를 반영해 적시에 구축되도록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요소는 3축 체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실시간 탐지 및 조기경보수단의 확보다.
| 3축 체계 보완할 점들
예를 들어 현재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지상탐지레이더와 해상기반탐지레이더는 지구 곡률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고도가 수십km가 돼야 탐지가 가능한데 협소하고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 특성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대응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23년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군사위성 5기 전력화계획을 조기에 달성하고 추가 소요를 검토해 보강해야 한다. 그리고 첨단 적외선감지장치를 장착한 스텔스 무인정찰기와 같은 다양한 탐지수단을 확보해 북한 외곽에서 1년 365일 24시간 탐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방어수단인 요격미사일을 충분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요격미사일 국내 연구개발 전력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전력화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예비한 추가적인 요격미사일 체계 구매계획을 수립해서 배치함으로써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중첩된 다층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부의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북한 지도부에 대한 대량응징보복이 가능하도록 최고의 파괴력과 정확성, 신속성을 갖춘 재래식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올 11월 7일 한미 정상이 탄두중량 제한 해제에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군의 연구개발 수준과 정부의 의지로 볼 때 빠른 시간 내에 대량보복이 가능한 무기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네 번째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다양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정부의 의사결정체계를 좀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의 3축 체계는 ‘정전 시 작전통제권(평시 작전통제권)’ 내에서 우리 군 책임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워 게임을 통해 위기상황 발생 시 의사결정 절차를 숙달하는 ‘정치·군사(Politico-military) 연습’과 같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정치·군사 연습은 위기사태 상황의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쟁 위기 관리를 모의 연습하는 것으로 군사작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심층 분석해 얻어진 전략 상황을 숙달하고 이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정부는 산악 지형이 많은 한반도 특성을 감안해 2023년경을 목표로 군사위성 5기 전력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 북한 도발에 대비한 민관군 대응체계 확립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다소 불안해하거나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지만 핵무기가 우리 영토에서 폭발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자세를 가지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북한의 오판을 최대한 막을 수 있고, 돌발 상황 발생 시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쟁과 무력에 의한 분쟁의 역사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는 1997년에 제정된 통합방위법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민관군이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 핵을 포함한 재래식 공격을 가정한 민방위훈련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실제 활용 가능한 대피소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전파하고, 소위 ‘생존배낭’의 표준안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최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생존배낭을 준비하는 등 위기 시 대응 요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용 가능하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치 사항들을 전파한다면 국민적 호응도도 높아질 것이다.
얼마 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평소 지진대피훈련을 했던 부산의 한 어린이집 3, 4세 어린이들이 배운 대로 안전모를 쓰고 인솔교사들을 따라 2, 3분 만에 대피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평소 훈련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국민들이 정부의 대응을 신뢰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요 억제수단이 될 것이다.
예비역 육군 소장,
정치외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