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경기도 지역 8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2017 민주평통 역사·통일골든벨’ 경기도 대회에서 고양시 관내 고등학생 4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중 2명은 전국 결선대회 출전 티켓도 땄다. 박호영 고양시협의회장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본선에서 모두 탈락해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는 4명이나 수상해 기쁩니다. 협의회가 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의 목적, 이를테면 건전한 통일관과 올바른 역사관 함양,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몇 달 전 관내 청소년들과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로 통일안보 견학을 다녀온 박 회장은 학생들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통일에 무관심한 철부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지한 표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일산대진고, 비즈니스고 학생들과 교사, 자문위원까지 약 120명이 안보 현장 견학을 다녀왔어요. 부서진 천안함의 선체를 직접 보면서 학생들 스스로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는 자리였죠. 46명의 순직 용사들을 기리는 아이들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습니다.”
고양시협의회 주최로 열린 ‘여성 지도자 통일공감 좌담회’에 많은 여성 자문위원들이 참가했다.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온도 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박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 차원의 통일교육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에게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머뭇거려요. 남북이 분단된 지 72년이나 지났으니 크게 와닿진 않겠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정부 주도 아래 일관성 있고 지속 가능한 통일교육이 필요합니다. 꾸준한 교육은 이들의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을 반드시 변화시킬 테니까요.”
박 회장의 이런 확신은 경험에서 얻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 행사에서 박 회장은 통일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생각만큼 적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작년 여름 백마중학교에서 ‘탈북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 이야기’를 개최한 적이 있어요. 탈북 학생의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북한의 실상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죠. 강연이 끝났는데도 식당까지 따라와 물어볼 만큼 열기가 대단했어요. 이런 사례를 보면 앞으로 민주평통이 나아갈 방향은 차세대 통일리더를 위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탈북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 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탈북민을 보듬고 이해하는 자세 지녀야
지난 1년간 고양시협의회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 ‘화합’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다른 지역 협의회와의 협업, 관내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 탈북민과 여성 활동 지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5월 통일 사업 활동을 목적으로 여수시협의회와 자매결연을 했습니다. 두 지역 간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자문위원 워크숍도 여수를 중심으로 한 순천, 통영, 진주 등 임진왜란 3대 대첩 현장이 위치한 한려수도 벨트로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 피해가 났을 때는 경주시협의회를 통해 작은 성의를 전달했다. 꼭 통일과 연관된 일이 아니어도 할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통일로나눔봉사단’도 그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2015년 통일로나눔봉사단을 결성해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통일로나눔봉사단 자문위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들어 직접 전달해드리고 있죠. 내 부모처럼 여기고,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시의 천안함 및 제2함대 안보 현장 견학.
박 회장은 “통일의 시작은 여성의 참여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일 문제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성의 섬세함과 엄마의 감성은 통일 공감대 형성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탈북자 내 여성의 비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여성의 참여도 높아져야죠. 여성 자문위원의 비율이 높은 저희 협의회의 경우, ‘경기 리더스포럼’이나 ‘북한 이탈 여성 행복대학’ 등 여성이 주도하는 다채로운 통일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이 다니는 기숙형 대안학교 및 탈북민 가정 지원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박 회장은 탈북민에 대한 편견 대신 보듬고 이해하는 자세를 당부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곧 민주평통 18기가 시작됩니다. 고양시협의회는 지금처럼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소통하는 자세로 17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은 버리고 머리 대신 가슴으로 그들을 품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통일도 우리 가까이에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