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남북이 서로 증오의 대상이 되도록 부추겨진 가운데 우리는 그동안 경쟁적이고 개인적인 이기심, 집단적 이기주의에 기울어진 삶을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이번 평화걷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습니다. 소리를 질러본 것도 처음, 대낮에 춤을 춰본 것도 처음, 통일이라는 말도 수십 년 만에 처음 외쳐보았습니다. 용기 있고 매력 있는 동행인들과 함께 걸으며 함께 해방된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내 안에 차오르게 되었습니다.”
-‘2018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참가자 결의문 중에서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4박 5일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원지역회의와 여성분과위원회, 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2018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행사였다.
별다른 홍보 없이 103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닫혔던 남북대화의 물꼬도 다시 트였다. 1월 17일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리기로 결의하는 합의문이 발표되는 희소식이 이어졌다. 하늘도 축복하는 듯 행사 기간 내내 겨울답지 않게 날씨는 맑고 기온은 따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외세에 의한 분단이 가져온 현실을 일깨워준 ‘하늘색 심포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향이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인 재일동포 2세임에도 조선학교 출신들은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다.
‘2018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참가자들은 춤추고 대화하고 함께 걸으며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 정부가 입국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건 없이 맞아주는 북으로 2주간의 조국 방문을 한다. 그들이 북에서 만나는 이들의 모습은 밝고 솔직하고 따뜻했다. 어떻게 이념이나 체제를 넘어서야 하는지 가슴으로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나흘간 강릉, 속초를 거쳐 고성의 비무장지대(DMZ)를 걸었다. 함경도에서 속초로 피난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모여 사는 아바이마을, 금강산을 마주한 채 가시철망으로 가로막힌 고성 DMZ에서 분단의 현실과 이산의 아픔을 모두 가슴으로 느꼈다.
‘여성의 힘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참가자들은 춤추고 대화하고 함께 걸으며 평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경자 씨는 “내 일생 중 가장 의미 있고 가슴 벅찬 경험을 하고 있다. 이 경험은 마침표가 아니라 평화통일의 그날까지 진행형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금자 씨는 “아무런 이유 달지 말고 그냥 서로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산가족과 예술인들, 만남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만나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기자가 16일 출정식과 19일 고성 DMZ를 동행 취재했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기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전했을까.
‘여성의 힘으로 한반도에 평화를’은 ‘2018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의 고갱이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가짜 평화와 안보를 앞세워 시샘하고 방해하는 세력들이 왜 없으랴. 가장 센 무기 ‘평화’를 앞세운 지혜로운 여성들의 평화를 바라고 다지는 발걸음이 이어져야 한다. 평화의 바람이 통일의 바람이 되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총을 내려놓게 하고, 녹슨 철망을 부숴 마침내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민주평통 서울 노원구 협의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