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동계스포츠 최고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9일 개막해 25일까지 열전을 펼친다. 이어 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3월 9일부터 1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남북한이 오랜 경색 국면을 깨고 1월 9일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온 민족의 축복 속에 대회가 치러지게 됐다.
평창에서 펼쳐질 동계패럴림픽에 북한의 참가가 확정됐지만 북한의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 체육에 대한 소개는 많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을 ‘특정보호대상’으로 설정하는 등 장애인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200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이 장애인에 대해 취한 조치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법률의 제정과 조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북한은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장애자보호법’을 제정했다. 장애자보호법이 제정되기 이전 북한에서는 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직으로 1998년 7월 ‘조선불구자지원회’가 발족됐다.
그런데 법 제정 이후 ‘불구’라는 부정적인 용어 대신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해 2005년 7월 ‘조선불구자지원회’가 ‘조선장애자보호연맹’으로 확대 개편됐다. 조선장애자보호연맹은 각 도와 시·군에 산하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연맹 산하에 조선농인협회, 조선맹인협회,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조선장애자예술협회가 설립돼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장애자보호법에서 ‘장애자의 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장애자보호법 제49조에 따라 2011년부터 6월 18일을 ‘장애자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조치와 함께 북한은 2013년 7월 3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2016년 12월 6일 비준함으로써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이 됐다. 그러나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경제난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장애인 정책과 체육
북한 당국은 장애인에 대한 공식적 통계 자료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사회가 폐쇄적이고 당국이 공식적으로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규모 등 북한 내 장애인의 전반적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이 부분적으로 실시한 표본조사,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북한 내 장애인들의 체육 활동에 대해서도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와 조선신보 등의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북한에는 장애인 체육을 관장하기 위해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산하에 ‘조선장애자체육협회’를 두고 있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던 이분희가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다.
북한은 2012년 런던 하계패럴림픽 때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조선장애자체육협회는 조선장애자보호연맹의 다른 산하 단체와 달리 장애자보호법에 조직의 설치 및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장애자보호법 제25조에는 “장애자의 체육 사업을 통일적으로 지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과 지방에 장애자체육협회를 내오고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선장애자체육협회의 구성과 함께 장애자보호법에서는 관련 기관들이 장애인의 건강에 유익한 체육 종목을 선정하고 장애인들의 체육 활동을 장려하도록 규정(제25조)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장애자보호법을 개정하면서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필요한 지역에 장애인들의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도록 명시(제27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장애자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북한은 장애인의 체육 활동 활성화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2012년부터 국제 장애인 체육경기 참가
북한은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가하는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0년부터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주관으로 ‘장애자 및 애호가 탁구경기’를 개최하고 있는데, 처음 평양에서만 진행되다가 함흥, 원산, 신의주, 남포 등 지방 도시들로 확대되고 있다.
원래 이 탁구 경기는 1년에 한 번 열렸으나 2015년부터 봄과 가을 두 차례로 늘었다. 윤철 조선장애자보호협회 서기장에 따르면 이 탁구 경기는 국제장애인체육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선발 기회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관영매체 등을 통해 장애인 체육이 알려지고 있지만 장애자보호법에 규정된 대로 장애인들의 생활체육이 실제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정보 획득의 제약 때문에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은 2010년대 이후 장애인 체육 관련 국제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북한은 패럴림픽을 관장하기 위해 2011년 9월 민족장애자올림픽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총회에서 준회원국, 2013년 11월 22~24일 아테네에서 개최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서 정식 회원국이 됐다.
오는 3월 열리는 평창동계패럴림픽 때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이분희 서기장과 현정화의 27년 만의 재회도 주목된다.
북한은 2012년 런던하계패럴림픽 수영 자유형 50m 종목에 임주성 선수가 출전하면서 처음으로 하계패럴림픽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하계패럴림픽 대회에도 500m 달리기에 시각장애인 김철웅, 원반던지기에 지체장애인 송금정 선수가 출전했다. 또한 2014년 10월 인천에서 개최된 인천아시안패러게임에 탁구 4명, 수영 3명, 육상 1명, 양궁 1명 등 총 9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에도 참가했다. 이 밖에도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으로 구성된 북한 농아축구팀은 2014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2016년 12월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해 오스트레일리아 농아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북한의 패럴림픽 대회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독일 본에 본부를 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는 2016년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북한 탁구선수 13명과 수영선수 8명 등 21명에게 패럴림픽 대회가 채택하고 있는 ‘장애등급제도’와 규정, 분류 방법에 대해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남북 장애인 체육 교류 활성화 기대
위에서 보듯이 북한은 하계패럴림픽에는 참가했지만 동계패럴림픽 참가는 이번 평창 대회가 처음이다. 평창패럴림픽 참가를 결정하면서 북한의 출전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킨슬러재단 신영순 대표에 따르면 북한 크로스컨트리 선수 2명(마윤철, 김정현)과 감독, 코치, 통역관 등 5명이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초청으로 1월 21일 시작된 ‘2017-2018 월드 파라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출전했다고 한다.
비록 런던하계패럴림픽 참가 이후 북한 장애인들의 국제 체육경기 출전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내 장애인 체육의 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초로 참가하는 평창동계패럴림픽 대회를 계기로 북한 내 장애인 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평창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팀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남북 장애인 단체, 특히 장애인 체육단체의 교류 등 남북 장애인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