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17일 전화 통화와 22일 유엔총회에서의 정상회담 등에서 한국이 미국의 첨단 무기를 도입·개발하는 데 상호 협력하는 문제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 미국 전략 자산의 순환 배치를 강화할 예정이지만 우리 스스로 더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해서다.
북한은 내년 상반기까지 플루토늄 원자탄 또는 수소탄을 10발가량, 앞으로 3년 이내에 우라늄탄을 최대 100발까지 생산할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이처럼 과도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핵 위협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재래식 도발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앞으로 평화적인 남북한 통일 과정을 유도하려면 북한의 도발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잘못된 판단으로 도발 사태가 발생하면 한반도 안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가게 되고, 그럴 경우 남북대화나 교류는 더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첨단 무기와 군사적인 자산을 확보해 강력한 억지력을 갖춰야 북한이 쉽사리 도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SM-3 미사일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개념도.
정부가 우선적으로 도입하려는 첨단 무기와 군사 자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 3축 체제다. 3축 체제는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이다.
킬체인은 유사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등을 미리 제거하는 계획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미리 제거한다고 해서 불법적인 행동은 아니다. 북한이 화학 및 생물학 무기나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우리에게 쏘면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사전에 제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KAMD는 한국군 킬체인의 자위권적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올 경우 이를 공중에서 요격해 파괴하는 시스템이다. KMPR는 우리 정부의 많은 대화 노력과 북한의 도발 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기어이 도발할 경우에 북한의 전쟁 지도부를 제거하는 등의 강력한 응징작전을 수행하는 작전 개념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방부가 미국에서 도입하려는 무기와 군사 장비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이미 추진 중인 것도 있고, 도입을 검토 중인 장비도 있다. 한국이 이런 군사 장비와 무기체계를 미국에서 도입하려면 미 국방부에 우선 요청을 하게 된다. 그러면 미 국방부는 미 국무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등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력하겠다는 말은 이런 절차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는 한국이 미국에 판매 요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다. 이후 국방부는 다시 미국을 설득해 수출 승인을 받았다. 미국이 첨단 무기와 군사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이유는 안보적인 우선순위와 기술 유출 문제 때문이다.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는 현재도 어떤 국가에도 판매하지 않는 게 원칙으로 돼 있다. 일본에서 구매를 원하지만 팔지 않고 있다. F-22는 전 세계 어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여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미 공군으로서는 이를 통해 공중 우위 전략을 계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방부가 미국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군사 장비 가운데 하나가 앞서 언급한 글로벌 호크다. 글로벌 호크는 20km 상공을 비행하면서 지상에 있는 물체를 확인해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준다. 사람의 얼굴까지 식별할 수 있다. 과거 이라크 전쟁 등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한국 공군은 2018년부터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글로벌 호크가 도입되면 평시에는 비무장지대(DMZ) 남쪽 상공을 비행하면서 북한의 평양 시내 움직임까지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전시에는 북한 상공을 직접 비행하면서 북한군의 전차와 야포, 병력의 이동 상황을 정찰해 우리 공군에 알려주면 공군 전투기가 직접 투입돼 타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킬체인의 핵심 장비다.
글로벌 호크(RQ-4B)와 F-35 전투기(아래).
또 다른 무기는 스텔스 전투기 F-35의 추가 구매다. 한국은 2018년부터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미국 록히드 마틴과 체결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군은 당초 60대를 원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일단 40대를 먼저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고, 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해 한국으로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국방부의 킬체인 계획을 지원해주기 위한 일환으로 F-35 20대를 더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35 전투기가 들어오면 북한이 도발할 경우 북한 상공에 직접 침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와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동식 발사대 등을 현장에서 타격해 제거할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F-35 전투기는 동체 길이가 15.6m에 높이가 10.6m로 상당히 큰 규모이지만 레이더상에는 골프공 크기로 나타난다. 이런 첨단 스텔스 특성에 따라 북한의 방공 레이더망 사이로 침투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전투기의 레이더로는 F-35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조종사가 눈으로 직접 볼 때까진 F-35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F-35는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북한 공군 전투기를 미리 알 수 있어서 먼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F-35의 존재를 알 수 없는 북한 전투기는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격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F-35는 북한군의 도발을 억제할 킬체인의 핵심 무기체계인 것이다.
| PAC-3와 고층방어체계 SM-3
KAMD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엇(PAC-3)도 도입을 추진 중인 무기체계다.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수도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 외곽지역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곳곳에 배치했지만 구형인 PAC-2다. PAC-2는 북한 전투기 요격 능력은 탁월하지만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100% 신뢰하기 어렵다. PAC-2는 탄도미사일이나 적 전투기 등 요격 대상에 다가가면 탄두가 터지면서 표적에 충격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항공기에 대해선 매우 신뢰도 높게 파괴할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공중에서 파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에 따라 국방부는 개량형인 PAC-3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PAC-3는 표적 앞에서 터지는 게 아니라 표적과 직접 충돌해서 파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PAC-3를 배치하면 수도권 상공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등의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산산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 PAC-3 1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확률이 대략 85% 정도 되는데 일반적으로 2발을 발사한다. 그러면 요격 성공률이 98%로 올라간다. 국방부는 PAC-3를 올해 도입해 내년부터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9월 22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이 밖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KAMD를 보강하기 위해 고층방어체계인 SM-3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M-3는 고도 500㎞ 상공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해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매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지상 가까이가 아니라 50km 상공에서 터뜨리면 강력한 전자기파가 발생해 한국 대부분 지역의 휴대폰,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전자장비의 반도체 칩이 파괴된다. 그래서 문명사회가 원시사회처럼 변한다. SM-3는 북한의 핵탄두가 폭발하기 전에 더 높은 고도에서 파괴해버리기 때문에 북한의 핵 사용을 차단할 수 있다.
|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이 같은 첨단 무기가 도입돼 사드, PAC-3, SM-3 등으로 구성된 3중 방어체계가 갖춰지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호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국방부는 또 북한이 전쟁 등으로 도발하면 북한의 전쟁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KMPR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가 미군이 사용하는 은밀 공중 침투용 수송기다. 그 외에도 한국이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와 정찰위성 등에 필요한 핵심 장치들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국산 무기로만 우리 군을 무장하지 않고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핵 무장이 머잖았고 이 문제로 말미암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예방적 선제타격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핵 무장을 하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안보적 차원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억지할 수 있어야 북한과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도 가능하다. ‘평화를 바라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로마시대 베제티우스의 말이 있듯이 엄중한 안보 현실을 안고 있는 우리로선 무엇보다 안보가 튼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국과 미국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군사안보연구소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