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평화로 가는 문이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다. 민주평통의 전체회의를 서울이 아니라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에서 연 이유가 있다. 평창과 민주평통이 가야 할 길이 같기 때문이다. 평창이 평화의 문을 열고,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 18기 자문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은 도시들의 빈번한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열렸다. 그래서 올림픽 자체가 평화를 의미한다. 집을 떠나 경기에 참여하고,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분쟁을 중단하는 ‘올림픽 휴전’의 배경을 보면, 왜 올림픽을 평화의 한마당이라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올림픽 주최국으로 한국이 제출한 올림픽 휴전이 11월에 유엔총회에서 의결된다.
평화의 문을 여는 평창
평창은 분단의 한반도, 그중에서도 분단의 땅 강원도에서 열린다. 어쩌면 평창은 올림픽이 열려야 하는 가장 적합한 장소다. 한반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위기를 겪고 있다. 북한은 핵 보유를 향해 질주하고 모든 협상이 중단되면서 날이 갈수록 위기가 증폭되었다. 이제 한반도가 겪었던 도발과 억지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평창을 기회로 위기의 한반도에서 평화의 한반도로 전환할 때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의 길은 북한에게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평창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화해와 평화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핑퐁 외교나, 미국과 쿠바 사이의 ‘베이스볼 외교’는 상호 이해의 기회를 제공했다.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체육 교류도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환경을 물려받았다. 평화를 바라는 기대와 어려운 현실의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평화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얽힌 매듭을 한 번에 자를 수 없기에, 다시 말해 우리의 운명 자체가 매듭을 찾아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다행스럽게 이제 해결의 과정이 시작되었다. 18기 민주평통 전체회의가 열리는 뜻깊은 날에 한중 양국은 그동안의 불신을 해소하고 새로운 신뢰 만들기에 나섰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먹구름을 하나씩 걷어내면 결국 푸른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미 양국이 협의하고, 한중 양국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2020년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평창에서 도쿄를 거쳐 베이징까지, 한·중·일 3국이 올림픽 정신을 공유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원칙은 확고하다”고 하면서, “평화는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며, “평화로운 한반도는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평화는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어질 때 지속 가능하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이루어지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과거 정부는 “통일이 도둑처럼 온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통일을 ‘만들어야 하는 과정’으로 본다. 당연히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북핵이라는 산을 넘어야 우리는 북방경제의 문을 열고,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다. 그래서 평화가 민생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무기가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평화의 문을 열어야 협력의 길도 열린다는 점을 깨닫기를 바란다.
국민적 합의와 민주평통의 역할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대화와 토론으로 합리적 결론을 찾은 ‘숙의민주주의’의 경험은 통일 문제에도 매우 중요하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그동안 이념적 갈등의 저수지였다. 아주 오랫동안 분단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제 민주적 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통합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합의를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하다. 합의가 없으면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숙의민주주의의 소중한 경험에서 우리는 새로운 합의의 가능성을 찾았다. 편견이 아니라 소통으로,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냈다.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식과 이성의 눈으로 보면, 다수의 합의를 모을 수 있다.
18기 민주평통은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구심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낡은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토론과 미래 지향적인 목표로 다수의 합의를 모아 지속 가능한 분단 극복의 길을 열어야 한다. 18기 자문위원의 한 사람으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위해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어깨가 무겁다.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