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 모두가 위기를 맞아 불안해한다. 그러나 이제 북핵 문제를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기는 사실 불안한 터널의 끝일 수 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수록 어찌 보면 해결의 시작이 머지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은 새벽을 예기케 하고, 캄캄한 어둠은 터널이 다 끝나감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의 북핵 위기가 해결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자신해야 한다. 결국 북핵 문제는 ‘위기’라는 우리의 인식을 프레임의 전환을 통해 ‘기회’라는 인식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임은 사실 극단의 위기 속에서 해결의 창이 열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화성-15형’을 성공시키고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공언한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에 진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정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제 김정은이 목표를 일단락 지은 만큼 담대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의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다. 동일한 현상을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무장 국가의 위용을 과시한 만큼 이제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핵 보유를 전제로 북·미 협상을 과감하게 제안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남북관계에도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며 개입할 수 있다. 시각을 전환해보면 핵무력의 완성이 위기이기보다 해결의 첫 단추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북한의 핵무력 완성은 위기의 심각성과 동시에 이제 더 이상 핵문제 해결을 미룰 수만은 없음을 인식케 하고 있다. 아직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자위하면서 북핵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하거나,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제재에만 몰두하기엔 이제 상황이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3개월 시한이 거론되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조건 없는 대화를 시사하면서 북한과 일단 만나서 날씨나 탁자 얘기라도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작금의 북핵 위기 심화가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추동케 한다는 점에서 해결의 시작을 가져오는 셈이 된다.
물론 북핵 위기의 정점은 미국으로 하여금 과감한 협상의 시도를 가능케 하지만 협상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는 다른 대안이 없는 군사적 옵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이면서 동시에 최후의 통첩일 수도 있다.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미 협상의 문을 열어주고, 더는 북핵 문제를 좌시할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턱을 낮추고 대북 협상의 손을 내민다면 2018년 북핵 위기의 최정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프레임 바꾸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