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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기 민주평통 간부 자문위원 초청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자문위원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 넘어
동북아 평화 실현 제시

통일부에서 최근 <문재인의 한반도정책-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란 책자를 발간했다. 여기엔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려는 대북·통일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리돼 있다. 그 내용을 짚어보았다.

며칠 전 우편함을 열어보니 작고 예쁜 책자가 도착해 있었다. 초록색 잔디밭에서 한 손에 물감통을 들고 서 있는 소년이 하얀 구름이 곳곳에 떠 있는 파란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평화를 그려나가는 모습의 표지가 눈에 띄었다. 분명 작고 가벼운 책자이기는 하지만 종이가 좋았기 때문일까? 손안에 들어온 책자는 자못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통일부에서 발간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

책자를 펼쳐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정책을 정리해 소개하는 내용을 수록해놓았다. 이 책자는 목차가 나오기도 전에 첫머리부터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은 열린 정책’이라는 사항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해놓았다.

첫째,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단순히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범주를 넘어 평화와 통일, 신경제지도 등을 포함해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포괄적 구상이라는 점을 밝혀놓았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참여와 열망 속에 출범한 정부답게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과 함께 이 정책을 채워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

셋째,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나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밝혀놓았다. 넷째, 이렇게 다양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정책을 만들고 난 뒤에는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추진할 것을 약속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의견을 기다린다’는 문구로 마무리했다.

사실 어느 정부인들 국민의 참여와 의견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으랴마는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의 참여와 의견을 기다린다는 표현은 그 자체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선명한 붉은색 글자로 12월 20일 수요일을 특별하게 표시해놓은 채 이날이 대통령 선거일이 될 것이라고 안내하는 문구가 씌어 있는 2017년 달력을 보고 있노라면 문재인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 지난 5월의 어느 봄날에 갑자기 출범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을 감상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남북 간 상호 존중의 정신

우편함에서 꺼낸 조그맣고 단단한 책자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에는 다음 네 가지 배경이 존재한다고 정리해놓았다. 네 가지 배경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화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최우선의 가치이자 정의이며 번영의 토대라고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겠다고 선언하는 이유는 도발과 제재, 다시 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극복하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근본적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그 전략은 바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해놓았다.

둘째, 남북 간 상호 존중의 정신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위 문재인 정부의 ‘3No’ 입장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으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으면서 남과 북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혀놓은 것이다. 결국 ‘3No’ 입장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1989년 이래 역대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구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본정신에 따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한다고 밝혀놓았다고 하겠다.

셋째, 일관성과 지속성을 추구한다고 밝혀놓았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존중하고 계승할 부분은 더욱 발전시켜나가면서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넷째,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정책의 범위를 동북아시아의 이웃 국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로 널리 확장하겠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한반도정책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는 한편 주변 국가와 국제사회에 널리 이익이 되는 협력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혀놓은 것이다.

| 평화 공존, 공동 번영

통일부가 펴낸 작은 책자를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바로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항목의 정책 배경이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을 구성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한반도정책의 양대 정책 비전과 3대 목표, 4대 전략, 5대 원칙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이라는 양대 정책 비전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 공존 그 자체를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한반도정책을 통해서 평화가 경제협력을 보장하고 경제협력이 평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북핵 문제 해결 및 항구적 평화 정착,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 등 3대 목표를 제시해놓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4대 전략을 제시해놓았다. 4대 전략의 내용은 단계적·포괄적 접근,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병행 진전,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 등으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5대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한반도의 평화와 분단 극복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주도의 한반도 문제 해결 원칙, 평화 지키기를 넘어 평화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 유지 원칙, 이른바 ‘3No’ 정신에 따라 상호 존중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 원칙,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국민과의 소통 및 합의 중시 원칙,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정책을 추진한다는 원칙 등이 그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독일 한글학교 어린이들이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손도장을 찍어 만든 한반도 액자를 전달받고 있다.

책자를 한 장씩 넘기면서 평화와 번영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할 것을 선포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대북정책과 공유하는 측면도 많고, 차별성을 지닌 측면도 지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 스스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추구해온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추구한다는 점을 천명해놓은 만큼 그 정책적 연속성은 충분히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그 이름부터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대북정책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반도정책으로 구별해놓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반도정책이라는 명칭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정책적 노선의 범주가 단순히 남북한 관계에 묶여 있지 않으며 동북아시아를 넘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평화 노선을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 같다.

| 구체적 전략 제시 미흡 아쉬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추구하는 만큼 그 내용도 아름다운 문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은 책자 속 내용을 그대로 구현하는 날이 이 땅에 하루속히 찾아올 것을 기도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다만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 정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그 전략이 과연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이 어디 나오는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21일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7년은 이 글을 쓰는 나에게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재정적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북한연구학회 회장에 취임한 뒤에 막상 업무를 시작하고 보니 어느 것 하나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잘 진행되던 사업도 하필 내가 회장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엎어져서 예상하지도 못한 난관에 부닥치는 일이 많았다. 문득 실패의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짓눌리는 경험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하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일상을 만들어가는 대안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좌절에 빠져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 현실에 주저앉는 것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2017년 12월 마지막 날을 며칠 남겨둔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나름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사실에 감사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희망 그대로 국민들의 참여와 의견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한반도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을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김석향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2017년 북한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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