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017년 1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이후 북·미관계 북·미 잘못된 인식 않도록
대화 국면 조성 필요

미국이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배경과 의미,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북·미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조망해보았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중국 때리기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명분으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당대회 이전에는 국내적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런 미국의 압박과 요구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대회 이후엔 미국과의 직접적 충돌은 피하되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경쟁구도와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중관계는 겉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중관계는 협력 분위기이다. 현재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중국 역시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며, 북한 정권 붕괴라는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한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순응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당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세 가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완전 금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북한 귀국, 북한과의 금융연결망 단절이 그것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북한을 강경하게 제재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중 간 논의 결과 쑹타오 특사를 북한으로 보내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쑹타오 중국 대외연락부장은 평양을 방문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김정은과의 만남은 무산됐으며, 이후 트럼프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무산된 것이다.

| 북·미 접촉 무산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이듬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한 이후 2008년 10월 해제됐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무기 수출 금지, 대외 원조 금지, 무역 제재 등 각종 제재를 받는다.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선박을 해상에서 차단(Interdiction)하는 제재조치를 발표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해상봉쇄(Blockade)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한에 대해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며 이를 기반으로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현재 북·미 간 대치 상황은 지속되고 있으며, 양국은 자국의 대화 목표를 굳건히 견지하고 있다.

2017년 11월 19일 쑹타오 중국 특사(오른쪽)가 최용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김정은은 만나지 못했다.

미국과 북한은 대화의 목적에 간극이 큰 상태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재 대북정책에서 나름대로의 레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앞으로 3개월 후 북한은 완전한 ICBM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미국은 군사적 옵션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ICBM 기술 확보를 완료할 경우 미국이 이를 레드라인으로 보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미국 본토 위협이 현실화된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미비한 기술이 보완된다면 미국 본토까지 북한 장거리 핵·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가게 된다.

둘째, 1960년대 드골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미국이 샌프란시스코를 희생하면서 서울이나 도쿄를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안보 불안감이 생기게 된다. 즉, 동맹국들 간(미국과 한국, 미국과 일본 간) 디커플링(Decoupling)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데니스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1960년대에 러시아를 억지하기 위해서는 5% 신뢰도의 확장억지력 제공만 필요로 했지만, 유럽인들에게 안보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95% 신뢰도의 확장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고 더군다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갖는 안보 불안감과 미국의 확장억지력 제공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매우 클 것이며, 이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동맹에 기반을 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차질로 이어진다. 현재 미국은 이 같은 레드라인을 넘기 전에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만일 대화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더 강한 제재로 북한을 고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상호 오인과 무력 충돌 가능성

얼마 전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조건 없는 북·미 간 대화를 제안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조건과는 다소 입장 차이가 있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최소한의 대화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여전히 북·미 간 대화의 목적에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유엔 장관급 회담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이에 대해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 될 것이며 핵확산 등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북·미 간 입장이 조율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미국은 계속해서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킬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대화하려 할 것이며, 미국이 응하지 않을 경우 대미, 대남 도발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제재를 견딜 수 있느냐이다. 이미 북한은 쑹타오 중국 특사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매우 적어진 상황이다. 미국과의 대화를 거절한 현 국면에서 북한은 더 큰 제재를 견딜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속에서 핵·미사일 개발 완료와 보유를 통해 자국에 유리한 조건에 기초한 빅딜을 하기 위해 미국을 압박할 것이며, 이것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2017년에는 이미 비축해놓은 원유와 석탄이 있었지만, 2018년 북한이 겪을 제재의 고통은 더욱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2월 15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이 보좌관과 굳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할 가능성은 다소 높아 보인다. 북·중 양국이 미국을 한반도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는 공동된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면 중국 입장에서도 막지 않을 것이며, 제재의 빈틈을 여전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등 정치적 상황과 트럼프의 국가 운영 스타일로 말미암아 부처 간 효율적인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며, 이는 대북정책의 구체적 전략 마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미 국무부와 국가안보실(NSC) 간 대북정책 관련 조율의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노르웨이 북·미 간 1.5트랙 회의에 대해 미 NSC는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주도한 국무부 직원에 대한 해임설도 나돌고 있다. 북·미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틸러슨 장관에 대한 해임 가능성이 이미 뉴욕타임스에 실리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북·미 간 상호 오해와 잘못된 인식(Misperception) 가능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되면 북한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상호 잘못된 인식(Mutual Misperception)으로 인한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의회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으며,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북·미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 향후 과제

예를 들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북태평양지역에 낙하시킬 경우, 이것이 잘못돼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미국이 인식하게 되면 미국은 군사적 반격을 가할 것이며, 이는 북·미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 같은 불필요한 북·미 간 긴장 고조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으며, 북·미 간 채널로 긴장 완화가 불가능할 경우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제3국이나 개인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핵 해결을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첫 번째로, 최근 북·미 대화 성사에 미국이 매우 적극적이었지만, 미·북 양국 간의 목적이 너무 상이해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를 다시 성사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현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경우 이를 남북관계로 연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미, 대중 외교를 강화해야 하며, 특히 한미 간 소통을 강화해 대북제재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기회를 우리의 이익과 결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 경쟁체제가 가속화되면서 이에 대비할 외교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 방한 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소위 ‘균형 있는 외교’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기존 미·중 양국에 집중된 외교력에서 탈피해 외교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유럽, 동남아,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강화해 외교와 시장을 다변화하고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외교가 힘들어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외교의 레버리지를 다양화하기 위해 균형외교 개념의 이행을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현욱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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