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준비, 국회도 나서야 한다
지난 4월 13일 치러진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된 20대 국회가 막을 올렸다. 4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이지만 선거기간 중 장밋빛 구호를 외쳤던 선량들에게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을 걸어보게 된다.
그런데 대북정책과 통일 준비에 관한 한 우 리 국회는 그 역할이 왜소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국회를 향한 불만은 모든 분야에서 나오고 있지만,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국회가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참으로 한탄스럽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대(對)북한 문제는 행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처리해야 하는 성격이 강하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은 최고 리더십의 고유 영역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 역시 이러한 견해에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혀서 생각해보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우리 내부나 국제사회를 향해 통일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일에 있어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990년 전후 구소련의 붕괴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미 의회는 몇 차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사회주의 정권들의 몰락이 예상치 못한 반작용을 야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영역에서 정교하면서도 치밀한 입법조치들을 결정하였다.
미국은 구소련 주민들이 미국의 풍요와 자유로움에 물씬 노출되도록 소련 지방 곳곳에 ‘아메리칸 오피스’라는 일종의 ‘무료 문구점 혹은 상품점’을 설치했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미 의회가 창의적으로 고안해낸 아이디어였다.
과거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이 오랫동안 외교 분야에 천착한 공로는, 몇몇 이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자유정신과 민주주의를 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궁극적인 변화와 통일을 위해 우리는 지금 제재 국면이라는, 살짝 에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대결 일변도의 정책을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비핵화, 북한 변화, 평화통일, 이러한 목표를 위해 중심을 잡고 우리의 문제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뚜벅뚜벅 정도를 걷자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더욱더 내실 있게 통일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선출된 우리의 선량들이 이러한 과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한다. 새로 시작하는 20대 국회에서는 통일의 기반을 닦는 내실 있고 견고한 입법 활동이 적극 추진되기를 기원해본다.
박 인 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