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박람회 2016 “그래서 통일입니다”
5월 27~29일 통일 염원 다지는
다채로운 공연·체험 활동 펼쳐져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 일대에서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준비위원회 주최로 통일박람회가 열렸다. 2박 3일에 걸쳐 펼쳐진 행사를 지면으로 중계한다.
화창한 5월의 광화문광장 하늘 위로 ‘통일박람회 2016’을 알리는 애드벌룬이 둥실 떴다. 160개가 넘는 하얀 천막 부스가 좌우로 빼곡히 들어찬 광장. 각 부스별로 다양한 전시와 체험 활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상설무대에서는 쉼 없이 노래와 춤 등 공연이 눈과 귀를 끌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행사장을 찾은 이들로 2박 3일 내내 ‘사람의 숲’을 이룬 통일박람회 2016은 그야말로 축제 한마당이었다.
지난해 처음 열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통일박람회는 우리 사회에 통일 공감대를 확산하고, 한반도 통일 미래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고자 열린 행사. ‘그래도 통일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던 지난해 행사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면, 올해의 슬로건인 ‘그래서 통일입니다’는 통일을 해야만 하는 당위를 강조하는 한편 통일한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희망을 담고 있다.
개막식은 5월 2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상설무대에서 열렸다. 김덕수 민주평통 상임고문이 이끄는 취타 사물놀이패가 개막 축하 퍼포먼스로 흥을 돋운 데 이어 개막식이 진행됐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막사를 통해 “지금은 남북관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번 행사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조성하기 위해 온 국민의 ‘오감 만족 통일 공감대’를 만드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의 뜨거운 열기를 보면서 통일에 대한 희망이 현실로 다가서는 느낌을 받았다”며 “통일은 ‘비용’이 아니라 ‘희망’임을 확인하는 행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어서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차츰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통일박람회는 새로운 ‘통일의 열차’를 달리자는 뜻을 모으는 행사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번영의 시대는 통일로 풀어간다는 새로운 발상을 모두가 공유하는 통일박람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참석자들을 맞았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에게도 다양한 체험 제공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백승주 국회의원 당선자의 축사에 이어 개막식 공연으로 현대무용과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가 합쳐진 ‘우리들의 노래’가 무대를 수놓았다. 이날 개막식은 반드시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담은 풍선을 날리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
2박 3일 행사기간 동안 서울 광화문 거리는 볼거리, 즐길 거리, 생각할 거리로 넘쳐났다. 광화문 북측광장과 잔디광장에는 ‘함께하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기관 및 단체가 164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다양한 전시와 체험 활동을 펼쳤다. 통일부가 39개 부스를 마련해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이산가족 문제와 통일정책 홍보를 주제로 전시를 했고, 농림축산식품부·농업진흥청·문화재청 및 서울·부산·광주 등 14개 시·도와 대한적십자사, 걸스카우트연맹 등 민간단체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각 대학교 통일 동아리도 각각 부스를 차리고 홍보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북한의 잡지나 책자 등 인쇄물이 전시된 부스, 고려 500년 궁궐 ‘만월대’를 체험해볼 수 있는 부스, 한반도 주요 강의 상수원을 표시한 지도에 다트 던지기를 하도록 한 체험장 등이 눈에 띄었고, 동아일보·채널A 부스 앞에서는 채널A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북한 출신 여성 출연자들이 사인회를 펼쳐 많은 관람객들이 ‘북한 미녀’들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북한 음식 체험 부스에 장사진 이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즐길 거리 역시 풍성했다. ‘꿈꾸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세종로공원 일대에서 펼쳐진 ‘통일 상상 놀이터’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곳. ‘전시존’에는 북한 주민의 삶과 남북한 언어 비교, 통일의 필요성이나 통일 후 유망직업 등 통일 후 우리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선을 보였다.
‘체험관’에서는 남북 전래놀이 체험을 비롯해 북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한반도 지형을 퍼즐처럼 완성하는 ‘우리가 만드는 대동여지도’, 남북 언어 비교와 통일 가상화폐를 체험할 수 있는 ‘통일 드림 카페’ 등이 들어섰다. ‘상상존’에서는 ‘알파냥과 함께하는 한반도 통일 오목’, ‘통일기차·DMZ 생태평화공원 모자이크’, ‘나만의 캘리그래피 통일노트’ 등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인기를 끈 것은 남북한의 음식을 눈으로 비교해보고 직접 맛볼 수도 있었던 남북 음식문화 특별전 ‘맛있는 통일’. 이 특별전 부스 앞에는 북한 음식을 맛보기 위한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50대 주부 김강자 씨는 “친정어머니가 황해도 분이라 종종 북한식 만두를 만들어주시곤 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북한식 만두를 먹어보니 어머니 생전의 추억이 되살아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북한식 군만두, 찐만두와 함께 북한 길거리와 장마당에서 팔렸다는 송편, 찹쌀 꽈배기, 도넛 등도 공짜로 제공돼 관람객들의 마음과 입을 즐겁게 했고, 이하연 요리 명인의 ‘개성 보쌈김치’ 만들기 시연, 유명 셰프 이원일 씨가 북한 음식을 요리해 선보인 5월 27일의 이벤트 역시 여성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심거리였다.
이번 박람회는 ‘생각하는 통일’이라는 테마로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 행사이기도 했다. 27일에는 아름다운 공원과 고궁을 걸으며 라디오 프로그램(‘박준형·정경미의 2시만세’)을 청취하면서 통일을 생각하는 이색 이벤트 ‘통일 사랑 라디엔티어링 걷기대회’가 열렸고, 28일에는 주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통일 염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일, 세계가 외치다’ 행사가 광화문 상설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같은 날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는 통일의 방향과 방안을 고민하는 ‘통일 세바시’ 행사가 열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 추상미 영화감독, 탈북민 이현서 씨 등 5명의 명사가 특강을 진행하며 진지하고 차분하게 참가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2박 3일간 다채롭게 펼쳐졌던 행사는 29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광장 상설무대에서 치러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합창단의 폐막 축하공연이 펼쳐졌고, 폐막 선언과 치사, 우수 부스 시상, 통일 풍선 날리기 등의 세레모니가 통일의 꿈을 다지는 축제의 끝을 장식했다.
축제의 마무리는 행복하고도 아쉬웠다. 지난해보다 훨씬 풍성하게 치러낸 성공적 행사였다는 점에서 행복했고, 2박 3일의 짧은 기간과 북녘 동포가 이 행복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박람회를 준비했던 이들,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았으리라.
“내년에도 이 행사에서 다시 모입시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합시다. 언젠가는 통일박람회를 북녘 땅에서 한민족 모두 함께 즐깁시다!”
감동과 환희의 무대, ‘2016 통일음악회’
이번 통일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5월 28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평화통일 음악회’. 홍용표 통일부 장관,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배정호 사무처장, 경인지역 간부 자문위원,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 국제로타리클럽 임원과 민주평통 자문위원 및 가족 등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화려한 축제의 막이 열렸다.
음악회 한 시간 전부터 이미 많은 시민이 좀 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기다렸고, 7명의 군악대가 이끄는 모듬북 공연이 오프닝을 장식할 즈음부터 이미 열기가 달아올랐다.
민주평통 배정호 사무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평화통일과 위대한 선진 강대국 건설이라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오늘 이 행사는 평화통일과 선진 강대국의 비전을 노래로 승화하기 위한 자리”라며 통일음악회의 막을 열었다.
KBS 한민족방송 진행자 김희영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국내 정상급 음악인들의 무대가 하나하나 이어졌다. 첫 무대로는 남성 성악 4중창단 ‘벨트라움’이 나서서 배정호 사무처장이 작사한 ‘불어라 통일의 바람아’와 ‘You raise me up’을 불렀다.
뒤이어 탈북민의 애환과 통일 열망을 담은 노래 ‘두만강의 눈물’과 ‘통일동반자’를 탈북가수 김정원이 불렀다. 김 씨는 “많은 탈북민이 두만강을 건너며, 혹은 압록강을 건너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는데, 저 역시 눈물을 흘리며 압록강을 건너 대한민국으로 왔다. 지금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데 대해 하루하루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감사를 느끼며 지낸다”고 소감을 말해 관객들의 열렬한 격려를 받았다.
민주평통 실천 홍보대사인 소프라노 강민성의 ‘그리운 금강산’, 바리톤 김진추의 ‘가슴으로 부르는 통일노래’ 등이 불릴 때도 600여 관객은 미리 나눠준 태극기를 흔들며 출연자들과 통일 의지를 함께 나눴다.
가장 신명을 북돋은 프로그램은 민주평통 주최 전국 통일 퍼포먼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청소년 그룹 ‘레드스톰’의 댄스 무대. 국악과 록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악에 탈춤과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결합해 남북 화합을 상징한 발랄하고도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음악회 마지막 순서로 역사어린이합창단 36명의 ‘달려라 통일열차’, ‘우리는 GK 통일세대’ 합창에 이어 주요 내빈들이 무대에 올라 감사 인사를 했다.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꿈’이 필요하다. ‘끼’도 필요하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통일의 꿈도 많이 꾸고, 우리 1030세대의 풍부한 끼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오늘 출연자들이 부른 ‘희망의 나라로’는 1931년 만들어진 노래인데, 여기서 말하는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통일한국의 모습”이라며 감동을 표현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지금은 여기서 우리끼리 음악회를 했지만 머잖아 북쪽 땅에서 북녘 동포와 이 같은 행사를 함께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는 무대에 오른 내빈들과 출연진, 객석 모두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감동의 무대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