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6 |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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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금융 제재 속의 북한 은행

“김정은의 宮中경제, 피가 마르고 있다”

북한의 지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연이은 제재로 북한 은행들은 정상가동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북한의 지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연이은 제재로 북한 은행들은 정상가동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외화를 마련하는가. 스위스를 시작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 제재는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북한 은행들이 외화를 마련하는 그 비밀스러운 통로를 알아본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의 통치자금과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 제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5월 18일 오후 6시부터 금융, 수출입, 선박 및 항공기 운항, 교육 등을 포괄하는 다방면의 새로운 대북 제재안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위스 내에 있는 모든 북한 관련 자산이 동결되고, 일체의 금융 서비스도 금지됐다. 그러나 스위스 내 외교공관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은 예외로 했다.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 은행이 북한에서 지점을 열거나 자회사 또는 관련 기관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고, 기존의 지점과 계좌는 6월 2일까지 폐쇄토록 했다. 이로써 4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지도부의 비자금 주요 출구가 막히게 되었다. 북한 당국이 오랫동안 활용해온 국제 금융시장의 한 창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수출입 분야에서는 사치품 관련 제재가 대폭 확대돼 선물용 김부자 명함시계 단골 구입처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김정은 통치자금 줄을 끊어라

북한과의 밀월관계를 강화하는 듯했던 러시아도 단호한 조치들을 잇따라 취하고 있다. 김정은의 성대한 대관식인 노동당 제7차 대회 첫날인 5월 6일 러시아는 북한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푸틴 대통령의 명령 초안을 공개하더니 5월 19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조치 통지문을 시중은행에 보내 유엔이 승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북한과의 금융 거래를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 은행의 지점과 사무소는 결의 채택일인 3월 2일부터 90일 이내 폐쇄되고, 러시아 내 북한 은행 계좌들도 대량살상무기(WMD)와 연관됐다면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제재 대상인 북한의 개인과 기관, 단체 등이 보유한 채권도 즉시 동결됐다. 준비 중인 대통령 명령에 따르면 북한의 석탄, 철, 철광 등 광물 수입도 중단되게 된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연대 또는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은행에는 창광신용은행, 단천상업은행, 압록강개발은행, 조선대성은행, 대동신용은행, 조선광선은행(조선광선금융회사), 조선무역은행, 동방은행, 일심국제은행이 있다. 모두 외환 은행들이며 직간접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참여하는 북한 기관들의 은행 업무를 담당했거나 연루됐기에 제재를 받게 되었다. 군수산업, 당 39호실, 군 소속 은행들이 대부분이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 외화관리 은행이지만, 711국으로 무역은행에 소속돼 있는 조선광선은행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종사하는 기관들의 금융 서비스를 보장하거나 방조했다는 이유로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

아직까지 제재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요주의 은행들은 당 행정부와 39호실에 소속돼 있는 은행들이다. 지금은 군 총정치국으로 옮겨간 동북아시아은행, 군 소속의 제일신탁은행, 조선대성은행과 유사한 사명을 띤 고려은행, 당 통전부가 운영하는 고려상업은행, 제일신용은행, 무역은행 외에 10국으로 위장 편재돼 있으면서 군수자금 조달 등 특수 목적에 활용되고 있는 조선금강은행 등이 그것이다.

이 은행들은 대북 금융 제재로 해외에 대표부를 개설하거나 외국 은행들과 제휴를 맺을 때 그리고 북한 외환은행들의 주요 업무인 송금이나 현금 업무 등 필수적인 국제 금융 활동을 할 때 큰 곤란을 받고 있다. 외화 수익의 큰 원천인 금괴(Gold Bullion)의 거래도 여의치 않다.

북한 당국에 많은 달러를 벌어다주는 인력 수출에서 생기는 급여 회수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 경제 가운데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궁중경제’의 흐름이 막히거나 더뎌지게 된 셈이다.

오죽하면 북한 고위관리들은 2005년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자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을 때 거의 유일한 국제 금융 통로가 막혀 “심장을 옥죄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하소연했겠는가.

주민들은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

북한의 은행업은 단일은행제도(Mono-banking System)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원 거래는 모두 조선중앙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조선중앙은행은 평양에 본점이 있으며 11개의 도 총지점(9개 도청 소재지와 라선특별시, 개성직할시)과 210개의 지점(시·군·구역)이 있다.

조선중앙은행을 통해 발권, 통화정책 및 통화 조절, 기준이자율 설정 등이 이뤄지며 기본건설자금, 노동보수자금, 유동자금과 계획대부·조절대부·보충대부·협동단체대부·기타대부와 같은 대부자금 등 국가정책·예산자금이 수혈된다.

조선중앙은행을 통해 ‘원에 의한 통제’ 즉, 국가자금의 계획적 이용과 감독이 실현되기도 한다. 중앙은행 기능, 국가 정책금융, 기업 금융이 모두 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주민들의 각종 예금, 적금, 현금 업무 등 개인 대상 금융도 중앙은행의 몫이다.

2003년 한국이 제공한 쌀이 ‘당당히’ 유통되던 북한의 장마당. 북한 금융은 말라가고 있기에 북한 인민들은 자력으로 물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2003년 한국이 제공한 쌀이 ‘당당히’ 유통되던 북한의 장마당. 북한 금융은 말라가고 있기에 북한 인민들은 자력으로 물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외환, 대외 무역 결제, 외채 등은 단일은행제도 원칙에 따라 북한 유일의 외화 관리기관인 조선무역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북한에 상주하는 모든 공관과 국제기구, 외국 회사, 대리인, 외국인들은 원칙적으로 조선무역은행하고만 거래하게 되어 있다. 무역, 비무역 결제를 모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행표(Traveller's cheque), 현금, 무현금 행표 결제도 조선무역은행이 담당한다.

이론상으로는 북한 주민들도 조선무역은행에 외화 계좌를 틀고 정기예금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단일외환은행 제도가 1970년대 김정일 후계체제 개시를 계기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대대적인 선물정치와 엘리트 관리를 위한 통치자금 조성을 맡은 특수경제부문과 당 39호실을 만들며 산하에 조선대성무역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군수산업부문에 창광신용은행, 당 38호실에 고려은행, 군에 일심국제은행, 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정부문에 동북아시아은행 등이 생기면서 부문별 외환 은행들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각 은행들은 재정성, 중앙은행 등 국가 재정·금융 통제기관들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금 관리, 국제 결제를 하였으며 결국 외화 관리에서 국가의 통일적인 지도·통제가 파괴되게 되었다. 현재 이렇게 작동 중인 외환 은행들은 20여 개가 넘는다.

단 하나의 통로만 있어도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장기간의 경제난과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에서 금융, 은행업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상태이다. 중앙은행을 통한 국가 자금의 공급과 회수는 월급을 일부 지급하는 수준으로 몰락했고, 국가 전체적인 자금 순환은 요소요소 그 연결고리가 끊겼다.

주민들의 은행 이용은 최악의 수준이다. 필자도 수십 년간 평양에 살면서 중앙은행 본점이나 지점을 이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거주지에 은행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지냈다. 적금통장이 한두 개 있었으나 인민반장을 통한 강제저금만 했을 뿐 돈을 찾은 적도 없었다.

대다수의 주민들 형편도 마찬가지이다. 은행을 통한 개인들의 외환 거래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 원 거래도 하지 않는 형편이고, 북한 은행들의 신용 수준이 최악인 상황에서 범의 아가리에 몇 푼 되지도 않는 소중한 달러를 맡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지금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고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대북 포위망을 점점 더 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왜냐면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은 외환 은행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국가는 은행을 포함한 북한 전역을 철저히 통제·관리하고 있기에 99%의 은행이 업무를 하지 못해도, 단 하나의 통로만 열려 있으면 탈출과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가능하다.

유엔제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조선통일발전은행은 제네바의 Banque de Commerce et de Placements SA, Geneva와 루가노의 Banca Commerciale Lugano 외에 말레이시아,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지에도 광범위하게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의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 마카오 지점, 러시아 은행, 카자흐스탄의 2개 은행, 헝가리와 폴란드 은행들과도 다양한 협조를 추진 중이다. 고려상업은행은 이탈리아, 독일, 홍콩 소재 HSBC와 거래하고 있다.

앞으로 대북 제재의 관건은 북한의 돈줄을 어떻게 차단하는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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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일성대 영문학 학사, 국민대 정치학 박사 수료. 평양컴퓨터대 교수, 북한 대외보험총국 동북아시아은행 과장, 싱가포르 주재 북한 동북아시아은행 대표, 국민대 강사, 통일부 자문위원 등 역임. 현재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객원연구원, 김일성대 재경총동문회장,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진행. 저서 <대선 이후 북한의 대남 대응행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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