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6 |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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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농업

올겨울 세계적인 제재 속
순부족 식량 40만 톤 어떻게 채울 것인가

지난 4월 8일 평양 인근에 있는 밭에서 주민들이 일하고 그 옆에 한 남성이 소달구지를 끌고 있다. 유엔은 올해 북한에 대한 1억9800만 달러의 지원을 촉구했다. 유엔은 이 기금을 북한 어린이의 만성 영양장애를 초래하는 식량난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지난 4월 8일 평양 인근에 있는 밭에서 주민들이 일하고 그 옆에 한 남성이 소달구지를 끌고 있다. 유엔은 올해 북한에 대한 1억9800만 달러의 지원을 촉구했다. 유엔은 이 기금을 북한 어린이의 만성 영양장애를 초래하는 식량난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핵과 미사일을 김정은을 위한 축포로 쏘아 올린 북한이 세계적인 제재 속에 조용히 파종에 들어갔다. 올가을 이들은 배를 두드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엄혹한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 것인가.


1980년대 말 동유럽 사회주의 경제권이 해체되면서 북한 경제도 심각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농업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1990년대 들어 식량 위기도 겪었다.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농자재 조달이 어려워졌으며 농업기반시설도 지속적으로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사후 김정일·김정은 정권은 만성화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인 농정 시책을 개발·추진하고 부분적으로 농업 생산의 개혁을 시도했다. 농업 생산 분야에서는 종자 혁명, 두 벌 농사, 감자 재배 확대 등을 강조했으며, 농업기반시설 분야에서는 대규모 토지 정리사업과 관개수로 개설 공사를 추진해왔다.

축산 부문에서는 식량난을 반영해 초식 가축 사육을 독려했다. 또한 협동농장에서는 작업분조를 축소하고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했으며, 생산물의 시장 판매를 허용하는 등 생산 동기 유발을 위한 농업 개혁조치를 실험하고 식량 생산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해왔다.

새로운 농정 시책과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북한 농업은 여전히 저생산 상태에 머물고 있는데, 그 근본 요인은 ‘개혁 부진과 자본 부족’에 있다. 북한은 체제 붕괴의 위험 때문에 중국의 ‘생산책임제’ 개혁과 같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하지 못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북한 농업의 비효율적인 집단체제에 주목해 대규모의 자본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북한의 식량 수급 사정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5.5.% 감소한 480만 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5.5% 감소가 일어난 것은 보리, 잡곡, 감자, 콩의 생산은 소폭 증가했으나 주 작물인 쌀과 옥수수 생산량이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이 한 해 필요로 하는 최소 식량 소요량이 약 550만 톤이므로 올해 식량 부족은 약 70만 톤이 된다. 이 중 30만 톤을 해외 시장에서 수입으로 보충할 수 있다 하더라도 40만 톤은 순부족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부족량은 자연재해의 여파로 식량 부족 현상이 심했던 2012년보다 더욱 큰 규모이다.

유엔 제재, 약간의 숨통은 열려 있지만…

식량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올해 초 연이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2010년의 5·24 조치를 한층 강화한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유엔도 움직였다. 유엔은 한국의 제재 발표에 앞서 3월 3일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채택해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조치를 발동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를 유엔 출범 후 70년간 취했던 비군사 분야 제재조치 중 가장 강력하고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치가 실행에 옮겨지면 북한 경제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적절한 타개책이 없을 경우 북한 스스로의 표현대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행사될 수는 없다. 결의 전문에서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수요 충족’을 외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민생과 관련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 승인된 것이라면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딸린 조항도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이번 제재가 북한의 민생, 특히 농업 생산과 식량 수급에 부정적 효과를 크게 가중시킬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제재에 따른 수출 감퇴로 외화가 부족해지고 해외 거래와 운송에 제약이 가해진다면 그 간접적 영향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농업 생산은 수입 화학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식량도 국내 생산이 충분치 않아 일정량을 매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북한의 식량 수급 사정이 제재와 관계없이 예년에 비해 이미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번 제재의 여파가 올해의 농업 생산과 식량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북한 정권에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동참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대북 제재 국면에 대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기대치가 다름을 의미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이 상황은 장기화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국면 전환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은 동북아 평화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끊임없이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이 열리고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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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 박사. 한국농업정책학회 사무국장, KDI 경제모니터 위원, 통일부 장관 정책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자문위원 역임. 현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장,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저서 <대북 식량 지원 프로그램 구축 방향>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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