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6 |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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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우리나라 최초이자 하나뿐인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백록담의 초여름 풍경. 폭우가 내려 큰 담수호가 형성되었다. 한라산 백록담의 초여름 풍경. 폭우가 내려 큰 담수호가 형성되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발굴·보호·보존하기 위해 1972년에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등재를 시작으로 모두 12점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유산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 양영훈 여행작가 |

화산섬 제주도는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형과 생태계는 매우 독특하다. 그런 점들을 높이 평가한 유네스코는 지난 2007년에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포함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한라산(漢拏山)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名山)이자 영산(靈山)이다. 예로부터 금강산, 지리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숭배되었다. 해발 1950m의 정상은 남한 땅의 숱한 산봉우리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게다가 자연 식생이 풍부하고 풍광도 빼어나서 1966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 1970년에는 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원시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문오름 분화구의 곶자왈 숲길.원시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문오름 분화구의 곶자왈 숲길.

한라산에는 18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그중 약 300여 종은 특산식물이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식물이다. 고도 차이에 따라 뚜렷하고 다양한 식생 분포를 나타내기도 한다. 산기슭에는 굴거리나무·동백나무 등의 난대림, 중간에는 단풍나무·졸참나무·산벚나무 등의 온대림,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는 구상나무·털진달래·눈향나무·돌매화 등의 아한대 식물이 주로 자생한다. 그중에서도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의 고산지대에만 자생하는 침엽수인데, 한라산은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 자생지이다.

한라산은 높이에 비해 오르기 쉽고 자연 풍광이 독특해서 일 년 내내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언제 찾아가도 가슴 떨리는 풍광을 보여주지만, 특히 영실 코스의 선작지왓 일대에 연분홍빛 털진달래가 만발하는 5월과 흰 눈에 뒤덮인 구상나무 군락이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 같은 장중함을 느끼게 하는 겨울 풍광이 인상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암동굴인 만장굴 입구.세계 최대 규모의 용암동굴인 만장굴 입구.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도 전역에는 160여 개의 용암동굴이 흩어져 있다. 그 가운데에서 20여 곳은 거문오름(456m)의 화산 폭발 당시에 분출된 용암이 제주도 북동쪽 해안까지 약 13km를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한다.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인 만장굴, 기어가는 뱀의 형상을 닮아 ‘사굴(蛇窟)’로도 불리는 김녕굴, 내부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한 벵뒤굴,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의 특징을 함께 갖춘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제주도에서 가장 깊은 수직동굴인 선흘수직동굴 등이 바로 거문오름이 낳은 용암동굴들이다. 이 동굴들의 형성 시기는 지금껏 약 20만~30만 년 전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8000년 전에 형성됐다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모태인 거문오름은 동부 중산간지대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다. 주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혼자서 거문오름에 오르거나 분화구 안의 곶자왈에 들어가기를 꺼린다고 한다.

거문오름 능선길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 내부와 알오름 전망대.거문오름 능선길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 내부와 알오름 전망대.

거문오름은 제주도 오름만의 특징들을 두루 갖추었다. 분화구(굼부리)의 북동쪽 사면이 터진 말굽형 오름인 데다가 분화구의 내부는 둥그런 분지를 이룬다. 또한 분화구 내에는 새끼 오름인 알봉, 뜨거운 용암류가 바다 쪽으로 흘러가며 형성된 용암하도, 크고 작은 용암동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화산탄, 갖가지 상록수들로 울창한 곶자왈 등이 형성돼 있다. 이처럼 생태학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거문오름은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됐다.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4551m, 깊이는 108m에 이른다.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이나 산굼부리와 비슷하지만, 둘레는 두 배가 넘는다. 분화구의 내부에는 ‘선흘곶’이라 불리는 곶자왈이 형성돼 있다. 곶자왈이란 용암이 흘러간 곳에 나무와 각종 넝쿨식물들이 원시림처럼 얽혀 있는 숲을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이다.

성산일출봉 정상의 드넓은 분화구.성산일출봉 정상의 드넓은 분화구.

거문오름의 분화구 안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상록수림 아래로 길게 가로놓인 용암협곡이 맨 먼저 눈에 띈다. 폭 80~150m, 깊이 15~30m에 길이가 약 2km에 이르는 협곡이다. 협곡 주변의 넓은 삼나무 숲을 지나면 한낮에도 어둑한 상록활엽수림이 시작된다. 분화구 한복판에 있는 알오름에는 데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사방으로 훤히 시야가 트인 이 전망대에서는 9개 봉우리가 연이어진 거문오름의 능선, 분화구 내의 원시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내부를 가로지르는 탐방로를 따라가면 주민들이 한때 농사를 짓던 경작지 터, 숯을 굽던 숯가마 터,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구축한 갱도 진지와 병참도로 유적 등을 볼 수 있다. 깊이가 35m로서 제주도에서 가장 깊다는 수직동굴도 이곳에 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여러 동굴 가운데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만장굴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라는 만장굴의 길이는 총 7.4㎞에 이르지만, 초입 1km 구간만 개방된다. 최대 너비 18m, 높이 23m의 동굴 내부에는 용암종유석, 용암석주, 용암날개 등의 2차 생성물이 곳곳에 형성돼 있다. 특히 높이가 7.6m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용암석주, 제주도의 축소 모형 같은 용암표석(돌거북)이 눈길을 끈다.

만장굴에서 자동차로 약 22km를 달리면 제주도 본섬의 동쪽 끝인 성산일출봉에 도착한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세계적인 지질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약 5000년 전에 얕은 바다에서 수성화산이 분출하면서 형성된 성산일출봉은 사발 모양의 평평한 화구가 섬 전체에 걸쳐 있다.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새벽 풍경.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새벽 풍경.

제주도의 여느 오름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다. 높이 180m의 깎아지른 해안 절벽 위에 형성된 분화구에는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 서 있다. 그 형상이 마치 거대한 성과 같아서 ‘성산(城山)’, 해돋이가 장관이어서 ‘일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1.44㏊(6만4800여 평)의 넓은 분화구에는 초원이 형성돼 있어서 옛날부터 주민들이 마소 방목지로 활용했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성산포 주변의 해안과 바다는 127종의 해안식물과 177종의 해산동물(海産動物)이 서식하는 청정 해역이다. 이처럼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자생하고 지형, 지질, 경관적 특성이 뚜렷한 일출봉 전체와 주변 1㎞ 이내의 해역은 지난 2000년에 성산일출봉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0호)으로 지정됐다. 2010년 10월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고, 이듬해에는 ‘대한민국 자연생태관광 으뜸명소’로도 선정됐다.


세계자연유산 탐방 안내


한라산 :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관음사, 어승생악 등 6개 탐방 코스가 있다. 그중에 어리목+영실 코스, 성판악+관음사 코스가 인기 있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보려면 성판악·관음사 코스를 이용해야 된다.
문의 -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064-713-9950~3)

거문오름: 이곳을 방문하려면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전화(1800-2002)나 인터넷 홈페이지(www.wnhcenter.jeju.go.kr)로 전날 오후 5시까지 예약해야 한다. 당일에는 예약시간에 맞춰 센터에서 출입증을 받은 뒤 해설사의 인솔 아래 탐방한다. 정상 코스(1.8km)와 분화구 코스(5.5km)를 섭렵하는 데는 3시간 30분쯤 소요된다. 오전 9시~낮 1시에만 입장이 가능하고, 하루 탐방인원은 450명으로 제한돼 있다. 등산화, 트레킹화, 운동화 등을 착용해야 한다. 슬리퍼, 샌들, 구두 등을 신으면 입장 불가.
개인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성산일출봉 : 매일 일출 1시간 전부터 일몰 때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개인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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