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vol 116 | 20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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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문위원과 대통령의 통일대화

“꿈, 끼, 꾀, 깡, 끈, 꼴, 꾹으로
꿀이 나오는 통일을 이뤄가자”

미국지역 자문위원들을 초청해 통일대화를 하기 전 연설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미국지역 자문위원들을 초청해 통일대화를 하기 전 연설을 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과의 통일대화는 박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관심 속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열렸다. 어떤 정신으로 통일을 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과 통일을 위한 제언들이 쏟아진 자리였다.


5월 17일 워커힐을 떠나 청와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주고받는 미국지역 자문위원들의 대화가 구수했다. “저것이 중랑천인가? 포토맥강보다 깨끗해졌네….” “여기가 왕십리인가, 답십리인가?” 한국을 자주 찾는다 해도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진 못했을 터이니 기억을 더듬어 맞춰보느라 여념이 없다. 청와대가 가까워질 때쯤 나이 지긋한 분의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소싯적 산 데가 청와대 옆이야. 그땐 경무대라고 했어요. 경호를 세게 하지 않아 경무대 뒷산 개울에서 놀기도 했지요. 이승만 대통령은 경찰관 몇몇을 데리고 지나가시곤 했지.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옛일이 펑펑 솟아오르네….”

청와대 앞에서 내린 그는 “낯익은 것은 산뿐”이라며 북악산에 눈을 고정시켰다. 식장인 연무대로 들어갈 때 검색이 있었다. 경호원들은 “카메라와 캠코더는 갖고 들어갈 수 없으니 맡겨달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간 자문위원들이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는데 짤막한 멘트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했다. 그 순간 모두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머리 위로 올라간 수많은 팔이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플라밍고의 군무’처럼 회전했다.

먼저 유호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재미있는 표현을 써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통일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을,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한 글자의 우리말 일곱 개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는 꿈, 통일에 대한 비전이지요. 둘째는 끼, 통일을 하겠다는 열정입니다. 셋째는 꾀,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넷째는 깡, 강단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다섯째는 끈, 하나가 됩시다. 여섯째는 꼴, 통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일곱째는 꾹~. 집요하게 밀고나가는 인내입니다. 꿈, 끼, 꾀, 깡, 끈, 꼴, 꾹, 이 일곱 가지로 ‘꿀’이 나오는 통일을 이뤄갑시다.”

이어 연단에 선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를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할 때 한 할머니 자문위원이 손녀 사진을 꺼내 먼발치의 대통령과 나란히 보이게 한 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대통령 행사는 늘 긴장됐는데, 어느 틈엔가 이렇게 자유로워진 것이다. 1차적인 공식 행사가 끝나 테이블 대화가 시작되자 뒤에 있던 자문위원들이 대통령을 보고자 몰려와 헤드테이블에는 자연스럽게 둥근 ‘인(人)의 장막’이 둘러졌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자 박 대통령이 손바닥을 귀에 대며 알아들으려고 애를 썼다.

박 대통령에 대한 호기심

자유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공식 행사로 들어가자 배창준 휴스턴협의회장, 황우성 보스턴협의회 간사, 홍지영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 자문위원이 나서서 미주 자문위원을 대표해 정책 제언을 했다. 배 회장은 북한 인권 사진전과 미국 시민 3500명이 참여한 북한인권법 서명운동 등을 소개하며 감동을 일으키는 통일운동을 할 때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황 간사는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 참전용사를 거론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희생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제언했다. 홍 위원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포들과 2세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 완성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해외 차세대들이 희망을 가지고 조국에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내 행사는 소프라노 강민성 씨 등이 나와 ‘우리의 소원’과 ‘희망의 나라’를 힘 있게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대통령과의 기념사진 촬영과 청와대 관람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경내를 걸으면서 자문위원들은 통일을 놓고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갔다. 워커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자문위원이 “통일을 하려면 꿈, 끼, 깡 그리고 뭐가 필요하다고 했지?”라고 묻자, 곳곳에서 “꿈”, “꾀”, “꼴”이라는 답이 쏟아졌다. 그리고 한참을 뜸들이다가 “대동단결하는 ‘끈’과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꾹’도 있었어요”라는 응답이 나왔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과의 통일대화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통일의지를 저절로 배워가는 편안하면서도 실속 있는 자리였다.

“뭐라고요?” 헤드테이블로 많은 자문위원들이 모여들어 의견을 내자 박 대통령이 귀에 손을 대며 알아들으려 애쓰고 있다. “뭐라고요?” 헤드테이블로 많은 자문위원들이 모여들어 의견을 내자 박 대통령이 귀에 손을 대며 알아들으려 애쓰고 있다.

대통령 격려사(요약)

민주평통 미국지역 자문위원의 청와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우리의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없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북한의 잘못된 전략적 셈법을 변화시켜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북핵과 미사일 사태의 핵심 당사국으로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가 이달 초 이란을 방문했는데, 이란은 국제사회와 핵 협상을 타결한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호텔 방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북한도 이란을 본보기 삼아 핵 개발을 중단하고 문호를 개방한다면 우리와 국제사회의 많은 지원으로 발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서독 정부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동독이 통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국제 환경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한반도 환경을 조성해서 평화와 행복의 통일시대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 다시 한 번 해외 자문위원 여러분의 고국 방문을 환영하며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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