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지역 자문위원 대상
제17기 해외지역회의
이제는 ‘언제’가 아니라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이 참석한 제17기 해외지역회의가 지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고 한미 공조관계의 발전을 모색하는 나흘간의 뜨거운 여정에 미국 내 15개 협의회 자문위원 700여 명이 함께했다.
미국지역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제17기 해외지역회의는 5월 16일 저녁, 테너 김진과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강민성 씨의 아름다운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 공연에 이어 환영 만찬을 주최한 유호열 수석부의장은 만나는 외국인들마다 “Are you from Japan?” 혹은 “Are you from China?”라고 물어오던 미국 유학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유호열 수석부의장은 “그러나 최근 워싱턴 방문에서는 한국말로 ‘한국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백인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다는 뜻”이라며 “여기에는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 자문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유 수석부의장은 “대한민국 주도로 평화통일을 이루면 2050년에는 미국 다음의 강대국이 되거나, 또는 두 번째로 소득이 높은 나라가 통일한국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목표”라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본 회의는 이튿날 아침 김기철 미주부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유호열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과 배정호 사무처장의 업무보고,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의 국정보고 순으로 진행됐다.
통일이 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민주평통의 지난 35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통일 문제로 고민을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는 말로 기조연설의 서두를 연 유호열 수석부의장은 “통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언제 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유 수석부의장은 “독일 통일 당시만 해도 통일의 가능성은 우리나라 쪽이 더 큰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통일의 시기가 아닌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라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한 결단이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젊은 세대 40%가 통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원치 않는다고 답한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통일에 반대하는 40%의 응답자들에게 답을 주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유호열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배정호 사무처장이 2016년 민주평통 주요 업무에 관해 보고했으며,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북핵 대응과 평화통일 외교’라는 주제로 국정보고에 나섰다.
임 차관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된 한반도 정세와 미국 대선 및 일본 총선, 한미동맹의 공고화, 한중관계의 내실화, 한일관계 개선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변화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테러와 기후변화 등으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정세에 대응할 수 있는 평화통일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임 차관은 2016년 외교부의 4대 추진 과제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대응 △능동적 동북아 외교로 한반도 평화의 공고화 △전방위적 평화통일 지역외교 전개 △통일 지원을 위한 국제 인프라 강화를 제시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 억지를 위한 대북 제재의 필요성과 압박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 모두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통일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에 이어 배창준 휴스턴협의회장과 황우성 보스턴협의회 간사, 그리고 홍지영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 자문위원이 통일정책에 관한 제언에 나섰다.
18일 회의에서는 ‘세계와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주제로 한 김영민 SM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문화 강연이 마련돼 세계 각지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의 뜨거운 현장을 소개했다.
이어 ‘남북관계 현실과 통일시대 준비’라는 주제로 두 번째 국정보고에 나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준비한 두 장의 사진으로 한반도의 현실을 설명했다. 얼핏 보면 언제 찍은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은 1950년 6·25전쟁 당시 폐허가 된 서울을 촬영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폐허가 된 민가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홍 장관은 “지난 10년간 북한은 4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앞으로 또다시 5차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이러한 불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 기조가 다시금 강조돼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월 북한의 도발 이후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대화론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대화가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대화와 협력을 잠시 미루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하고 “2016 통일박람회 슬로건인 ‘그래서 통일입니다’를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가슴에 새기고 널리 퍼뜨려줄 것”을 당부했다.
북한 주민 의식 변화시키고 기회 주는 것이 핵심
‘내가 본 북한 : 알아야 할 이야기’라는 주제 아래 배정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통일 토크콘서트는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가 함께했다. 남파공작원 출신인 곽인수 위원은 북한의 경제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북한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식량난과 전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고층건물이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는다. 전력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건설해놓고도 가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겉은 그럴듯해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계 결함, 부품 불량, 기술력 부족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모든 대북정책의 핵심은 북한 주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강철환 대표는 “대북 지원은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가가 현실화될 때만 이행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정권이 바뀔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한미관계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국방대 김영호 교수의 특강에 이어 각 협의회별 분임토의가 진행됐다. 김 교수는 특강에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론의 향배에 주목하고 한미동맹 발전의 중·장기 로드맵에 대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공공외교 강화 차원에서 대미 민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오후 분임토의와 배정호 사무처장 주최 환송 만찬을 끝으로 사흘간의 대장정을 마친 자문위원들은 19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답사하는 통일 현장 체험 활동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2016 민주평통 주요 업무보고
배정호 사무처장 세부 과제 보고,
“선도적인 통일 준비 추진할 것”
‘2016년 민주평통 주요 업무보고’에서 배정호 사무처장은 “제17기 민주평통의 활동 목표는 ‘국민 속으로 선도적 통일 준비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는 자문위원들만의 행사가 아닌 교민과 함께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하고 △국민 공감을 통한 통일 준비 환경 구축 △국민 동행 쌍방향 소통과 여론 수렴 내실화 △국민 결집을 통한 통일 준비 본격 추진 등의 세부 과제 수행에 관해 보고했다.
먼저 ‘국민 공감을 통한 통일 준비 환경 구축’에 대해 배 사무처장은 “실천적 통일·대북정책 의제를 개발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법정 회의체를 운영하고, 통일 환경 변화에 대응한 실효적 통일·대북정책 추진을 위해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건의 내용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통일운동의 거점으로 지역회의를 육성하고 해외 자문위원의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 동행 쌍방향 소통과 여론 수렴 내실화’의 방안으로는 생활 현장의 풀뿌리 통일 여론 수렴 기능을 강화하고 봉사와 헌신, 참여와 희생을 통해 지역·계층·세대 간의 갈등 해소, 국민 대통합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실천 방안을 소개했다. 탈북 청소년 멘토링, 의료봉사단 등의 지원사업 확대로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일반 국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세대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통일운동을 전개해나가는 방안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 결집을 통한 통일 준비의 본격 추진’의 세부 실천 내용으로는 국내지역회의와 해외지역회의 개최를 통해 통일 역량을 결집하고 자문위원들의 통일 역량 극대화를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통일창조형 미래 세대 육성을 위해 중·고교생 통일골든벨과 청소년 통일 공감 문화사업을 통해 청소년의 통일 의지를 고취하고, 청년 통일 역량 강화를 위해 통일 준비 한마음 청년 통일문화축제를 추진하고 대학생 통일 동아리 운영을 통해 통일 미래 리더 양성을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