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
2016년을 열며 이제 통일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박근혜정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통일 대장정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하고, ‘통일 대박’으로 그 길에 걸림돌이 돼온 우리 사회 저변의 통일회의론을 제거한 데 이어, ‘통일 준비’로 통일 여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제는 기어를 ‘D(Drive·주행모드)’로 놓고 통일을 향해 구체적인 과제를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민주평통은 통일의 대장정에서 뒤에서 따라가는 조직이 아니라 앞에서 선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우리 민주평통은 ‘8천만이 행복한 통일’을 통일의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또한 자유민주 통일은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자발적인 개혁?개방과 이에 대한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평화적으로 실현해야 함을 강조해왔습니다. 바로 독일 통일이 이처럼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자유민주 통일을 이룩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의 통일 준비 관련 활동도 이러한 기조에 바탕을 두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제17기 민주평통은 ‘통일 준비 본격화’를 중점 활동 방향의 하나로 설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구체적 통일 준비 과제에 대한 국민적 공론화, 남북 시·도 간 자매결연을 중심으로 한 통일 준비의 지방화, 그리고 통일 공공외교 강화를 통한 통일 준비의 국제화를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세 가지 통일 준비 과제를 중점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남북통일 합의서의 초안을 만드는 일입니다. 독일의 법?제도적 통일을 완성시킨 독일통일조약의 한반도 버전을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통일 이후 북한 경제를 시장경제 제도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남북 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북한발전계획을 수립해나가고자 합니다.
셋째로 인적 준비에서는 청년들을 장차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새해에는 ‘통일 준비’에서 ‘통일 추진’으로의 진전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통일 추진은 통일 준비가 완료된 뒤 시작할 것이 아니라, 통일 준비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민주평통의 통일 추진 활동은 정부 정책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과 민생·문화·환경의 3대 통로 제안은 그 지침이 될 것입니다.
통일의 대장정은 이제 시작됐습니다.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남과 북, 그리고 국제사회가 함께 가야 할 길입니다.
그 중심에 민주평통이 있습니다. 8천만이 행복한 통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내야 할 역사입니다.
박찬봉
미 조지아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정책기획관·베이징 6자회담 한국 정부 대표·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남측 대표·남북회담사무국 상근회담 대표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