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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 2016년 남북관계를 위한 제언

“대화 정례화 정착 노력 중요
북, 진정성 있는 대화 나서야”

특집
<사진>왼쪽부터 윤여상 소장, 박인휘 교수, 유호열 교수, 안제노 연구위원, 김근식 교수.

■ 일 시 | 2015년 12월 18일
■ 장 소 | 인천 영종 스카이리조트
■ 참석자 | 김근식 경남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안제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유호열 고려대 교수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가나다 순)

향후 북·중관계는?

김근식 중국 측 설명 그대로 공연 내용이나 참관자의 격 등을 두고 실무적인 협의 수준에서 승강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양국이 북·중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있고, 그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의 해프닝은 화해로 가는 진통이라고 해야겠죠. 다만 중국에서는 ‘북한은 참 다루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너무 한다’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안제노 모란봉악단 해프닝은 북한의 해명이나 진정성에 따라서 중국이 충분히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 의도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윤여상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 문제가 중국 지도부에 ‘김정은 체제의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다’ 하는 인상을 심어준 계기는 됐겠지만 북·중관계에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신을 상징하는 모란봉악단에 대한 대접이 시원치 않았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겠죠.

박인휘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가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기는 하지만 그 사건이 북·중 지도자가 양국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북한이 다른 나라와 문화 교류를 할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7차 당 대회 전후 김정은의 선택은?

유호열 지난 12월 11~12일 개성공단에서 진행됐지만 결렬로 끝난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보듯이 실질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좀 더 큰 틀에서의 합의나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급 회담을 유사한 방식으로 재추진하는 것보다 새해에는 8·25 합의를 이끌었던 2+2 회담을 서울과 평양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해서 회담의 격식과 주제를 합의해 후속 실무회담으로 연결 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집

윤여상 결국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틀을 안고 갈 것인지, 이를 넘어설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담은 이를 보여주는 전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바꾸자는 입장인데 우리 정부도 이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근식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정부가 닫아놓은 것입니다. 북한은 이를 풀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는 등 상당한 유화조치를 내놨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천안함 도발을 하는 등 남북관계를 파탄 냈습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제로 협상을 한다면 북한도 고개를 숙이고 협상에 임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휘 남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해서는 서로 확인을 했다는 점에서 당국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 대화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 북·미 접촉이나 북·중관계 같은 대외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안제노 당국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맞지만 대화 자리만큼은 물꼬를 트고 있고, 우리와 북한의 인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8·25 이후 북한이 어느 정도 도발을 자제해왔고, 이 기조는 경제성장의 효과를 과시해야 하는 오는 5월 제7차 당 대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북한은 목표를 한번 정하면 그에 대한 집요함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안 되면 또 다른 의제로 돌파하기 때문에 북한이 새해 남북관계의 또 다른 방편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개연성도 상존한다고 봅니다.

김근식 북한이 차관급 회담에 합의한 것은 이를 통해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것을 다뤄 우리 정부의 해결 의지를 시험해본 다음 더 고차원적인 문제는 급을 높여서 하자는 게 북한의 의도로 봅니다.

윤여상 북한으로부터 별로 얻을 게 없다고 보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관리해왔습니다. 8·25 합의 때처럼 분명한 성과가 필요할 때에만 남북 접촉에 나섰습니다. 그 외에는 우리 정부가 적극성을 보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주요 현안은?

조봉현 첫째는 경제 협력 재개 여부입니다. 금강산 관광, 5·24 조치 해제, 나진·하산 프로젝트 계약 체결 및 실질적인 가동 등이 변수입니다. 두 번째는 개성공단 최저임금 문제입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최저임금 5% 이상 인상, 토지 사용료 지급 요구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여상 북한 인권 문제는 계속 현안이 될 것이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경제·문화 교류 등 비정치적, 비군사적 사안이 현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휘 가장 중요한 현안은 7차 당 대회를 전후로,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핵 카드, 장거리 로켓 카드 등을 활용하면서 군사력을 과시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포함해 북한에 유리한 외교 환경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을 것인가 등이 핵심 관건입니다.

사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외자 유치나 북·중 경제 교류 등에 열심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김정은의 정책을 평가해주시고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설명해주시죠.

유호열 김정은식 인민을 위한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돼야 하고, 북·중관계와 남북관계 역시 순탄하게 전개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나 협력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봉현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5년 차를 맞이해 애민 행보를 많이 하고, 주민 생활 향상에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입니다. 이런 일환으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집

이희옥 북한의 시장화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화 조치에 따라 형성된 북한의 수혜층이 북한의 도발을 역진 불가능하게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도발에 따른 대차대조표를 명확히 보여주는 한편 북·중 경협을 강화하고 우리도 거기에 올라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윤여상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일정 부분 개선되고 경제지표도 호전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 개혁·개방에는 미치지 못하고 그 성과도 제한적인 수준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적 기조를 유지할 경우 경제적 성과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인민 생활에 긍정적 결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김근식 당 대회 국면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합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인민 중심주의를 내세워 경제적 업적을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활성화와 대외 교역의 증대를 꾀하고 당 대회를 전후로 금융개혁 등 획기적인 경제정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박인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로 체제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은 분명하고, 또한 이러한 상황이 결국 김정은의 리더십에 일정한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성급함 버리고 인내력 발휘해야

유호열 북한의 핵 문제, 한반도의 평화 정착,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비정치 분야 등 쉬운 부분부터 시작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이를 위해 민간 차원, 지자체 및 국제기구와의 연계를 통해 접근하는 노력도 요구됩니다.

조봉현 북한이 고민하고 희망하는 경제 문제를 바탕으로 남북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북한과 실질적인 협력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우리 주도로 2016년에는 남북관계의 새판을 짜는 한 해가 되도록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희옥 신뢰는 내가 생각한 대로 상대가 행동해줄 때 나타납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상대를 생각하면서 내 생각의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낮추고 이를 확대하는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습관화입니다.

윤여상 분단시대를 통일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획기적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이 현재와 같은 분단 관리 전략을 지속할 경우 분단 100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진욱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자 벌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 아래 차근차근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인내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김근식 단숨에 성과 내기를 기대한다거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박에 돌아서는 성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대화와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끈기와 인내심에 근거한 상호 신뢰가 절실합니다.

박인휘 아쉽게 끝난 지난번 남북 차관급 당국자 회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와 북한의 사고방식과 접근방식이 매우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서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을 지속적으로 우리의 우군으로 묶어둘 수 있다면, 북한과의 대화에서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제노 2015년 신년사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2016년에는 7차 당 대회 개최가 예정된 만큼 이러한 입장을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 당국자 역시 실리 추구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좀 더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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