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편지쓰기 대회 수상자인 이수현·정다율·최지윤 학생(사진 왼쪽부터)에게 상장과 부상을 수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북녘 또래친구에게 쓰는 통일 희망 편지’를 주제로 한 ‘초등학생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가 열려 수상자를 선발하고 시상식을 가졌다. 대상 수상 작품 등을 소개한다.
“비록 지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지만, 우리의 하나 된 마음이 서로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언젠가는 서로 만나게 될 거야.”
민주평통이 주관한 ‘초등학생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수현(대구 송현초 6학년) 학생의 편지 중 한 구절이다.
<사진>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 금상 수상자인 서울 우암초등학교 1학년 정다율 학생의 편지
‘북녘 또래친구에게 쓰는 통일 희망 편지’를 주제로 한 이번 편지쓰기 대회에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전국 425개 초등학교에서 6224명의 학생이 응모했으며, 민주평통은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1차 심사, 11월 24일 최종 심사를 거쳐 11월 30일 입상자를 발표했다. 심사에는 한국문학협회 소속 소설가, 수필가 등이 참여했다.
시상식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대구 송현초등학교 이수현 학생에게 민주평통 의장(대통령)상과 장학금이 수여됐으며, 금상 수상자 2명(서울 언남초등학교 최지윤, 서울 우암초등학교 정다율)에게는 교육부 장관상, 통일부 장관상과 장학금이 지급됐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상이 수여되는 은상, 동상, 장려상, 특별상은 소속 학교장을 통해 전교생 조회시간에 전해질 계획이다. 민주평통은 “수상작들이 쉽고 평이한 문체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을 잘 표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대회’는 통일 미래세대 육성을 위해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미래세대들이 통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한반도 통일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성장하길 바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상식은 지난 12월 10일 오후 2시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열렸다.
박찬봉 사무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어린이들은 통일의 주역이기에 이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 세대가 노력해야 한다”면서 “글쓰기 대회 등을 경험한 어린이들이 미래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상을 수상한 정다율(서울 우암초 1학년) 학생의 어머니 배성진 씨는 “학교에서 통일과 관련한 체험학습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북한 바로 알기 교육도 활발히 하고 있어 놀랐다”면서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까지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대상 수상자 이수현 학생, 금상 수상자 최지윤 학생, 금상 수상자 정다율 학생(왼쪽부터)의 수상식 장면
대상 수상자 이수현 학생(대구 송현초 6학년)
“외교관으로 통일 기여하고 싶어”
대상을 수상한 이수현 학생은 장래 꿈이 외교관이다.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다. 책을 좋아해 지금도 한 달에 두세 권 이상 독파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자기 생각이 뚜렷해 시상식장에서 통일에 대한 자기 소신을 또박또박 밝혔다.
“북한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학교에서 우연한 기회에 대회를 알고 참여했는데, 편지 쓰면서 통일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통일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의 아픔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된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외교관으로서 통일에 기여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이수현 학생의 아버지 이동진 씨는 “두 돌도 채 안 돼 한글을 스스로 깨치고 시사 문제도 자주 질문한다”면서 “편지쓰기 대회가 통일교육에 자연스럽게 기여하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금상 수상자 최지윤 학생(서울 언남초 6학년)
“북한 자유롭게 여행하는 꿈 꿔”
편지쓰기 대회 입상자들은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상을 수상한 최지윤 학생도 마찬가지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책벌레다. 관광 가이드인 어머니 덕분에 여행도 많이 다녔다. 특히 통일전망대를 다섯 번 넘게 다녀와 북한 사회에 관심이 많다.
최지윤 학생은 ‘새가 되어 날아갈래’ 제하의 금상 수상작에서 “통일전망대에서 북한과 우리나라가 고작 400m밖에 되지 않는 거리여서 놀랐다. 이렇게 가까운데 다른 나라처럼 산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비둘기가 되어 마음의 문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통일 의지를 다졌다. 학교 글쓰기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할 정도로 글쓰기에 소질을 보여온 최지윤 학생은 “통일이 되면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좋은 친구들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편지쓰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북한 사람들이 무섭기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작] 철조망을 넘은 우정의 메시지
대구 송현초등학교 6학년 이수현
To. 북녘의 내 친구에게
안녕, 친구야? 나는 지금 환한 가을 학교 책상 위에서 너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있는 이수현이라고 해.
우리가 서로 등을 돌린 지 벌써 60년이 넘었구나. 1950년 6월 여름날의 새벽에 처음으로 시작된 치열한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가슴 아프게 느껴져. 지금 전 세계는 마치 너와 내가, 한반도의 북녘과 남녘이 처음부터 갈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마치 한반도 땅덩이가 높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는 38선을 따라 둘로 쪼개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나라 이름도 South Korea(남한)와 North Korea(북한)로 나뉘고,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
그런데 우리가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하고 나뉘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가슴 아파할 사람이 우리들 중에 과연 몇이나 될까? 익숙하면 무뎌진다는 말도 있듯이, 남북이 분단된지 어느덧 60년이 넘었고, 그 긴 세월 동안 우리를 이렇게 오고갈 수도 없게 갈라놓은 현실이 그저 가슴 아플 뿐이야.
그래, 나에게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지. 사실 이렇게 분단을 안타까워하며 통일을 부르짖는 나 역시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어. 세상은 우리가 나누어졌든 하나이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바삐 돌아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분단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서로의 대치 탓에 지출되는 막대한 국방비 때문에 우리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하나둘씩 생의 마지막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시는 이산가족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아직 살아계신 분들도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짓고 계시지.
이제 더 이상 그분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아니면 적어도 통일을 원하는 조그만 소망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자성어 중에서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어. 열 숟가락이면 밥 한 공기가 된다는 뜻이지. 나는 이 한자성어가 통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통일은 마치 밥을 짓는 것과 같아. 밥을 지으려면 쌀도 필요하고, 물도 필요하고, 불을 피우기 위한 땔감도 필요하지. 그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밥을 지을 수 있어. 그리고 재료만 준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짓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해. 불을 때고, 밥물을 재고, 밥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 모든 것이 밥을 짓는 과정의 일부가 되는 거야.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밥이 없으면 살 수 없어. 하지만 매일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밥이다 보니 그 중요성에 무감각해지기 쉬운 거지.
나는 통일이라는 밥을 지어서 한반도 전체에 고슬고슬 뿌리고 싶어. 마치 김밥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야. 한반도 위에 정성스럽게 뿌리면 김 색깔처럼 어둡게 나누어진 한반도가 새하얗게 변하겠지? 그러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야.
나는 진심으로 변화를 원해. 한반도에서 분단으로 불행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바라. 그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기를 소망해. 비록 나는 아직 열세 살밖에 되지 않았고, 세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분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한반도를 통일하는 외교관이 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되어 통일의 필요성을 모든 학생들에게 널리 알릴 거야.
우리가 둘로 나누어지기 전의 그 행복한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남북의 운동선수 팀이 하나 된 연둣빛 한반도기를 앞세워 Korea라는 이름 아래 형제애를 나눴던 그 경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반도의 두 책임자가 서로 화합했으면! 남북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으면! 이 모든 것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우리 것이 될 수 있는 걸까? 이런 행복들은 왜 우리에게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비록 지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일들이지만, 나는 통일을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통일은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거라고 믿어.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편지까지 주고받고 있으니, 우리의 하나 된 마음은 서로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언젠가는 서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소망하며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지.
부디 내 메시지가 철조망을 넘어 너에게 전달되길. 비록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우리가 같은 소망을 지니는 순간 우리는 친구가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