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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다. 사진은 2013년 개성공단의 모습. 남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다. 사진은 2013년 개성공단의 모습. 남북관계 제도화에 중요한 의미
평화, 번영, 통일의 초석 역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두 정상은 개성지역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합의사항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개성지역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가 갖는 의미, 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과 역할,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따르는 과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한다. 그에 앞서 연락사무소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본다.

일반적인 국가 사이의 외교관계는 대사관 설치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면 왜 남북 간에는 대사관이 아닌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남북관계는 일반적인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9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와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이 이러한 점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 제3조의 해석상 북한은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 역시 우리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정치적인 실체 사이에 대사관을 설치하게 되면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를 국제법상 국가 승인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법질서하에서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게 하게 되면 헌법 제3조에 반하게 되는 것이다.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정치적 실체 사이에는 이익대표부(Interest Section), 연락사무소(Liasion Office), 상주대표부(Permanent Mission) 설치를 통해 대외관계가 이뤄진다.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 상주대표부 설치·운영에 관한 확립된 국제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대표부란 이익대표국(Protecting Power) 역할을 수행하는 제3국의 대사관에 자국 국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주로 비자 발급, 무역 및 투자 촉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소속직원은 대체로 외교사절의 신분상 특권을 보장받는다. 연락사무소는 일반적으로 수교 이전 또는 외교관계의 중단 상황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외교적 임무를 수행한다.

남북관계 채널로서의 연락사무소

상주대표부는 외교관계가 부재한 국가 간에 상호 의사를 교환하고 양자관계를 조정·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남북한과 자주 비교되는 구 동서독은 1972년 기본조약 체결 시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토대로 상주대표부를 운영했다.

남북 간의 연락사무소 설치 합의는 4·27 판문점 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남북은 1991년에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기본합의서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판문점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속 조치로 1992년 ‘남북연락사무소의 설치·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차이점은 1992년 남북연락사무소 합의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의 자기 측 지역에 ‘각각’ 설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판문점 선언은 개성지역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연락사무소는 상대국 수도에 각각 설치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는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성지역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는 향후 재개될 수 있는 교류·협력을 대비한다는 측면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 재개 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현안을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는 남북관계의 제도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화돼야 한다. 정상 간, 총리 간, 그리고 실무급의 회담이 정례화·상설화돼야 한다. 더불어 군사·안보, 경제, 사회문화, 환경, 보건, 체육 등 분야별 대화가 추진돼야 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 일행이 탄 차량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6월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 일행이 탄 차량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기 위해 6월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이와 같은 각급별, 분야별 남북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합의사항들을 이행함으로써 남북관계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동연락사무소는 이와 같은 남북관계 제도화의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개성지역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운영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과 평양의 연락사무소 설치, 상주대표부 설치 등 단계별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판문점 선언은 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과 역할로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긴밀하게 하는 것과 민간 교류와 협력의 원만한 보장 등 두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과 역할은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후속 회담과 합의서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긴밀한 남북 협의, 원만한 민간 교류·협력

첫째,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회담과 교류·협력 사업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은 제1조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 및 접촉 활성화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 공동행사의 적극 추진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 공동 진출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의 시급한 해결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통한 이산가족·친척 상봉 등의 제반 문제 협의·해결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합의했다.

둘째,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한 사항들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도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판문점 선언은 제2조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상호 협력과 교류 및 왕래·접촉의 활성화에 따르는 군사적 보장대책 논의에 합의했다.

셋째, 남북 간의 경제 교류·협력,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논의도 장기적으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단시일 내에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논의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야 남북경협 재개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해제되거나 최소한 완화돼야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남북 경제교류 재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넷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도 공동연락사무소의 역할에 포함돼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여성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은 이후 남북관계 경색의 시발점이 됐다. 향후 남북 교류·협력 재개 과정에서 남측 인원의 북한 왕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신변안전 문제가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현재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는데 이들에 대한 신변안전, 영사 접견권 보장 및 송환 문제도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해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오가는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오가는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설치 장소, 규모, 소장 위상 등 합의해야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6월 1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가졌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에 설치하고 조속히 가동할 것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실제로 설치돼 운영되기까지는 몇 가지 실무적인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장소이다. 남측은 공동연락사무소의 조속한 가동을 위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설치하는 입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비교적 최근인 2009년에 준공돼 별다른 개·보수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측은 과거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며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던 장소였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건물 사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무소는 개·보수가 필요해 가동을 위해서는 종합지원센터에 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제기되는 또 다른 실무적인 문제는 공동연락사무소의 규모와 소장의 위상이다. 우리 정부는 연락사무소 구성을 소장 이하 30~40명 선에서 구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1992년 남북연락사무소 합의서는 연락사무소 소장을 국장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설치하게 될 공동연락사무소 소장도 국장급에서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연락사무소 인원들에게 편의 제공과 면제 특권을 어느 범위까지 보장할 것인가도 향후 실무회담을 통해 협의되고, 합의 내용이 공동연락사무소 합의서에 명시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남북이 판문점 선언과 6월 1일 고위급회담을 통해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관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뤘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디테일에 대한 문제들도 어렵지 않게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이미 경제협력협의사무소 운영의 경험이 있다. 이는 향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큰 자산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오가는 차량이 없어한산한 모습을 보이는경기 파주시 문산읍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오가는 차량이 없어한산한 모습을 보이는경기 파주시 문산읍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

오양열 이 규 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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