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에 남을 두 개의 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 완성하자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공동발표문은 과거 남북 및 북·미 간에 행한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두 정상의 이행 의지가 강한 주권적 의사가 반영된 세기의 문서이자 세계의 냉전을 종식하는 역사적 문서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지속적이고 강력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을 주고받는 것을 골자로 한 6·12 북·미 공동성명에서 네 가지를 합의했다.

첫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둘째 북·미 평화체제 수립, 셋째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넷째 미군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즉각 송환 및 수습 약속이다. 여기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것은 한반도 비핵화 대목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면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합의됐다고 한다.

새로운 북·미관계 및 북·미 평화체제 수립

미국 측은 CVID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항간의 비판에 대해 “표현상 ‘완전한 비핵화’가 CVID보다 약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행 측면에서는 “‘완전 비핵화’가 더 깨끗하고 파워풀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은 미국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두 정상은 북·미 공동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위해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고위당국자 간의 후속 협상을 열도록 공동발표문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로드맵은 공동합의문의 첫 번째 합의사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두 번째 합의사항인 ‘북·미 평화체제 수립’에 함축적으로 포함돼 있다. 여기서 평화체제(Peace Regime)라는 말이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에서 전통 국제법상 평화협정(Peace Treaty)보다 더 현실성 있고 적합하다. 평화체제는 평화협정이라는 법적 측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관리를 모두 고려한 군사적 측면, 그리고 평화협정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국제 정치적 보장장치도 포함된 포괄적 의미를 가진다. 북·미 두 정상도 평화협정이라는 용어보다 북·미 ‘평화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면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란 과거의 북·미 적대관계 및 교전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 관계 및 평화 상태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북한을 적대국가로 보는 적성국가 법령(Enemy Act)에서 북한을 명단에 포함시키고 있고, 북한을 테러 지원 국가 리스트에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현재까지 무역에 대해서 미국 시장에 전혀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생산품도 미국 시장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인정한 무관세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경제 발전의 길이 막혀 있다.

이를 해소하는 첫 번째 관문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란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상기 양 법령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미국 연방의회의 특별한 입법 조치를 요한다. 즉, 북·미 공동성명 이후 북한과 미국은 조속히 상대를 적으로 보는 국내 법령을 조속히 개폐해야 한다. 북한도 국내 법령에서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법령이나 정책을 모두 폐기해야 한 다. 그래야 북·미관계에서 국가 간 정상관계가 회복되고, 외교관계 수립 및 통상관계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래서 북·미 공동성명이 첫 번째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적대관계 종식)’은 북·미 평화체제를 위한 첫 관문이다.

둘째로 ‘북·미 평화체제 수립’이란 전자의 적대관계 종식을 기초로 미래 지향적으로 1953년 정전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북·미 평화체제 수립은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서 문제가 되는 네 가지는 ▲당사자 문제 ▲내용 문제 ▲평화협정 이후 비무장지대(DMZ)의 군사적 관리 문제 ▲국제적 보장기구 문제 등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얽힌 문제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로 당사자 문제가 있다. 1953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평화체제의 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이다. 이를 두고 과거 수십 년 동안 남북 간에 많은 소모적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남북 기본합의서 제5조는 “남과 북은 현정전 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 상태로 전환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에서 평화 문제의 당사자가 남북한임을 문서로 최초 합의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는 남북이 실질적 당사자이고, 미국과 북한은 협조자로 볼 수 있다. 남한은 1953년 정전협정의 직접 서명자는 아니지만, 전쟁터가 한반도이고 가장 많은 전쟁 희생자가 남북한 국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서 문제가 되는 네 가지는 당사자 문제, 내용 문제, 평화협정 이후 비무장지대(DMZ)의 군사적 관리 문제, 군사적 보장기구 문제 등이다. 사진은 2015년 북한 DMZ 지뢰 도발 당시 육군 1사단 수색 7팀이 DMZ 수색작전을 마친 뒤 GP 통문을 통해 복귀하는 모습.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서 문제가 되는 네 가지는 당사자 문제, 내용 문제, 평화협정 이후 비무장지대(DMZ)의 군사적 관리 문제, 군사적 보장기구 문제 등이다. 사진은 2015년 북한 DMZ 지뢰 도발 당시 육군 1사단 수색 7팀이 DMZ 수색작전을 마친 뒤 GP 통문을 통해 복귀하는 모습.

따라서 남북한이 평화체제의 실질적 당사자임을 북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또 국제법상으로도 정전체제의 서명 당사자와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적대관계 종식 및 불가침 선언은 북·미 간 및 남북 간에 하고, 종전선언은 남북한과 미국이 하고, 미래 지향적인 평화체제 수립은 남북한과 미국 등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하는 평화체제의 로드맵으로 가야 한다.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 제4항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3자 혹은 4자가 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둘째로 평화체제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이다. 전통 국제법상 평화협정은 전쟁 종결의 법적 명시, 양국관계의 정상화, 전시 중 발생한 미해결 문제 처리(영토, 전범 처벌, 손해 배상 문제, 포로교환 및 유해 송환) 등이 골 자다.

그러나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체제는 분단국가의 특수한 성격상 영토 경계 획정이나 전범 처벌 등 예민한 문제를 포함시킬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평화 상태 전환에 대한 법적 명시 조항, 국가관계 정상화, 평화협 정 이후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관리 문제, 한반도 평화 보장을 위한 국제관리위원회 설치가 주된 내용이어야 한다.

셋째로 평화협정 이후 비무장지대의 군사적 관리 문제다. 평화협정이 합의되면 현 정전협정을 지키고 있는 3대 기구, 즉 군사분계선(MDL),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시위원회의 기능이 자동적으로 정지된다. 평화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한 관계는 잠정적 과도기다. 자칫하면 이 과도기간이 너무 위험하다. 이 과도기간에 군사분계선을 남북 기본합의서상의 ‘남북 불가 침선’으로, 군사정전위원회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로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중립국 감시위원회는 ‘한반도평화국제관리위원회’로 새로이 창설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국제적 보장기구 문제는 위에서 네 번째 언급한 중립국감시위원회 대신에 ‘한반도 평화국제관리위원회’ 신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두 정상 이행 의지 반영된 ‘세기의 문서’

결론적으로 6·12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북·미 평화체제 수립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귀결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은 적대관계 종식-불가침 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적대관계 종식은 남북 및 북·미 사이에, 불가침 선언은 남북 및 북·미 사이에, 평화협정 및 평화체제는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사이에 하면 된다.

6·12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북·미 평화체제 수립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귀결된다. 6·12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북·미 평화체제 수립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귀결된다.

4·27 판문점 선언의 서언에 따르면 남북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6·12 북·미 공동발표문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공동발표문은 과거 남북 및 북·미 간에 행한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두 정상의 이행 의지가 강한 주권적 의사가 반영된 세기의 문서이자 세계의 냉전을 종식하는 역사적 문서다.

우리는 양 문서가 각자의 국내적 차원에서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국내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속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남은 문제는 판문점 선언과 북·미 공동발표문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에 따라 질서 있게 이행되도록 온 겨레와 전 세계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이 장 희 이 장 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한국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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