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민주평통은 6월 18일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오른쪽)와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아갈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나누었다.

민주평통은 6월 18일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오른쪽)와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아갈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나누었다.

김영희 “한반도가 강대국 각축장 되지 않아야”
VS
이관세 “지금이 한반도 평화 정착시킬 중요한 기회”

남북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1차 여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민주평통은 6월 18일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와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모시고 지난 6월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공고히 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앞으로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전 중앙일보 대기자인 김영희 칼럼니스트는 외교·안보·국제 문제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이관세 소장은 남북문제 전문가이다.

김영희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스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말 그대로 역사의 대전환이자 큰 출발이며 첫걸음이라 하겠다. 물론 앞으로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이루리라 생각한다.

이관세 | 이번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동영상 한 편을 보여줬다. 북한의 밝은 미래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담은 영상이었다. 이는 미국이 이번 회담을 성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후속 합의 등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었지만 상호 신뢰가 부족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번 두 정상 간의 합의는 과거와 달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북, 핵 내려놓고 경제 개발 선택

김영희 |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전, “그가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1분 안에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촉, 직관력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 도중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달리 이번 회담은 정상 간의 합의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감 형성과 개인적인 친분 형성은 이 번 회담의 최대 성과다. 신뢰는 최고의 자산이다. 물론 평화로 가기까지 길고 험난한 여정이 이어지겠지만, 이번 회담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이관세 |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은 각종 노동당 관련 회의와 전국 단위 행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전략 노선 전환의 필요성과 당위성, 정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명분을 축적해 왔다. 북한은 생존 차원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개발·완성한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정상국가로서 면모를 갖추는 등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는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이 올해 들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건 없이 핵·미사일 시험 동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 속에서 체제 안전보장과 비핵화를 추진하며 대외관계 개선·협력을 토대로 한 경제 개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영희 | 그동안 북한 김씨 왕조 정통성의 뿌리는 ‘핵’이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정통성의 원천인 ‘핵’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이제 군도 국가보위뿐 아니라 경제 건설에서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핵이라는 정통성 대신 경제에서 그 정통성을 찾는다는 말이다. 달러를 유치해야 경제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개발을 중심으로 한 정책 노선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_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김영희_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올해 9월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각국 정상들로부터 회담 신청이 쇄도하는 등 몸값이 크게 뛰어오를 것이다.”

이관세 | 그동안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을 강력하게 요청해왔다. 단순히 자신의 체제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라기보다 정상국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테러지원국인 북한이 경제를 부흥시키려면 국제 금융기구에 가입하고 선진 첨단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대외 지원과 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협력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체제 안전이 보장되고 북·미관계 개선 등이 이뤄져 대외관계 협력을 토대로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희 | 지난해 7월경 북한과 미국 간에 경천동지할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었다. 이방카 트럼프와 자레드 쿠시너, 고위관료가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전화통화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즈음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 상태에 빠져 이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했고, 경제에 집중하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만약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고 북한과 미국이 곧바로 정상회담을 가졌더라면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 한국은 큰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문구로 비핵화 의지 표명

이관세 |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빠졌다며 우려하는데, 미국 국무부가 밝혔듯이 6·12 선언은 CVID를 추진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북·미 상호 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과 절차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이번 회담을 전후한 여러 차례의 실무 협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것이 합의사항이다. 조만간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고, 심도 있는 검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합의문을 보면 무엇보다 새로운 북·미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상호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배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세하고 세부적인 합의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이행이 바탕이 되는 실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있다.

김영희 | 일각에서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이다’ 혹은 ‘이 게임에서 트럼프가 졌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약자다. 합의문에 CVID란 문구가 들어가게 되면 북한이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전제하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양국 사이에 이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에 이미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란 뜻이 들어 있다.

이관세 | 이번 회담 공동성명이 구체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합의 내용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평가다. 물론 좀 더 구체적으로 방식, 시기 등까지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구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상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이행 조치에 주력함으로써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북·미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이관세_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조건 없이 핵·미사일 시험 동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 |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종전선언은 빠를수록 좋다. 종전선언은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하나의 형식이다. 올해 9월 유엔총회가 열린다. 이때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데 이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면 각국 정상들로부터 회담 신청이 쇄도하는 등 몸값이 크게 뛰어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정상국가로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한반도가 강대국의 각축장 되지 않도록 해야”

이관세 |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표현되더라도 지난 70년간의 적대관계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아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서 완벽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무리이다. 6·12 회담 이후 신속한 실무회담과 약속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이 이뤄져 불신 해소와 함께 진정성을 보이기를 바란다. 또한 ‘판문점 선언’, 6·12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적대관계 해소에 따른 한반도 안보체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

김영희 |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통전화로든 회담으로든 세세하게 자주 이야기해줄 것이다. 일본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평화를 실현하고자 개최한 일련의 정상회담이 특정 국가를 홀대해 ‘패싱 논란’이 벌어지고 한반도가 4강들의 이해 각축장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항상 주지하고 주변국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관세 | 지금의 흐름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북한 입장에서도 경제 발전과 개혁·개방 등을 통해 정상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려 평화, 번영, 통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절대로 남이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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