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의 실크로드’가 눈앞에 대륙 가는 철도 길 열린다. ‘철의 실크로드’가 눈앞에
대륙 가는 철도 길 열린다

한국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에 성공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철도 구상을 위한 국제적 기반이 마련됐다. 남북 경협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남북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가는 대륙 열차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정식 서명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1조 6항에 ‘남과 북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간다’고 명시했다. 특히 이날 선언문에서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역사적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조만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언문에 포함된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단절됐던 한반도와 동북아 공간의 복원을 의미하며, 이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남북 간 경제 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선인 것이다.

닫힌 영토, 폐쇄적 영토에서 열린 영토로

6월 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가 열렸다. 북한을 포함한 회원국 28개국 전원 찬성으로 대한민국의 가입이 의결됐다. 국제철도협력기구는 195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철도 관계 장관회의에서 설립된 국제철도기구로서,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북한을 포함한 28개국의 철도 협력체다. 본부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다. 이 기구의 설립 목적은 유라시아 철도망의 발전과 활성화에 있다. 철도 운송에 책임 있는 중앙정부기관 또는 행정기관이 가입돼 있다. 이번에 한국이 가입함으로써 회원국은 총 29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제여객운송협정(SMPS), 국제화물운송협정(SMGS)과 운송 요율을 관장하고 있으며, 이 기구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남북 및 대륙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한국은 반드시 국제철도협력기구에 가입해야 한다.

6·15 남북 공동선언 직후 한국 정부는 2002년부다터 경의선·동해선 철도를 대륙철도와 연결하기 위해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을 검토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회원 가입을 신청해 27개국의 찬성을 얻은 상태였으나, 북한이 남북 철도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보적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6월 1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이 회담의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남한의 요청으로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이다.

이후 6월 7일 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회의에서 북한을 포함한 회원국 전원 찬성으로 한국의 가입이 결정됐다. 남북 철도가 러시아, 중국 등을 거쳐 유럽으로 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찬성과 한국의 가입은 1년 안에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해 철도 운영을 시작하자는 남북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사업으로 이제 한반도는 ‘닫힌 영토, 폐쇄적 영토’에서 ‘열린 영토’ 개념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섬처럼 닫힌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대륙으로 나아가는 열린 미래의 공간인 것이다.북한의 교통시설은 주철종도(主鐵從道)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철도가 주된 교통수단이며, 도로는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객 운송의 60%, 화물 운송의 90%를 철도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 철도의 영업 연장은 5,226km이며, 남한의 4,077km보다 약 1,150여 km 더 길다. 하지만 단선, 노후화, 전력 부족 등으로 북한 철도는 평균 시속 20~50km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2001년 서울 프라자호텔 로비에 설치된 남북한과 러시아, 유럽을 잇는 대형 철도 지도. 머지않아 한반도 1일 생활권뿐 아니라 동북아 1일 생활권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2001년 서울 프라자호텔 로비에 설치된 남북한과 러시아, 유럽을 잇는 대형 철도 지도. 머지않아 한반도 1일 생활권뿐 아니라 동북아 1일 생활권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과거 남북은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에 착수했고, 2007년 완공해 시험 운행을 한 바 있다. 특히 경의선은 2007년 12월 11일에 개통해 접경지역인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를 1년간 운행했다. 경의선은 북한에서 가장 양호한 구간(개성~신의주)으로 간단한 점검 보수 후 개통에는 문제가 없다. 이 노선은 국제여객노선으로 평양∼베이징 간에 주 4회 운행(약 23시간 소요)하고 있다. 남북 간 합의만 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갈 수 있다.

반면 동해선, 경원선은 북한에서 상당히 열악한 노선으로 즉시 개통이 어려운 상태이며, 대대적인 철도 현대화가 필요하다. 동해선 남측 구간인 제진~강릉 간 110km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동력 ‘철의 실크로드’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남북 간 경협특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호 필수불가결한 주요 기반시설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으로 개성공단 100만 평을 조성할 수 있었고, 금강산 관광이 한 해 30만 명 다녀올 정도로 활성화됐다.

이처럼 과거 남북은 남북 접경지역에서 3대 경협사업(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으로 작은 남북 경제 공동체를 경험한 바 있다. 이제는 동쪽으로 나진, 서쪽으로 신의주까지 연계되는 광의의 남북 경제 공동체로 확대해가야 할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북한에 다양한 경협특구를 조성하고 이를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제 최근의 남북 및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급변할 남북 경협의 미래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미래학자들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경쟁은 더 이상 기업 대 기업 또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의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연결되면 수송시간 및 비용 절감 등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뿐 아니라 대륙 경제권과의 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는 바닷길로 30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그 절반인 14일로 단축된다. 남북 간 인천에서 남포로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할 때 바닷길로는 800달러가 들지만 철도로는 200달러면 충분해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렇듯 아·태 가교 국가 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안했다. 이 구상의 핵심 정책인 환동해 경제벨트와 환황해 경제벨트의 핵심 축이 각각 동해선, 경의선이다. 동해선 축의 환동해 경제권은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만주횡단철도(TMGR)로 연결할 수 있는 남북한의 동해안권과 러시아 극동·중국의 동북 지역을 포괄하는 인구 약 1억5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약 2조 달러의 거대 경제권이다. 경의선 축의 환황해 경제권은 TKR~TCR로 연결할 수 있는 남북한의 서해안권과 중국의 동부 연안을 포괄하는 인구 약 6억 명, GDP 약 6조7000억 달러의 거대 경제권이다.

이렇듯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위한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사업은 대륙 경제권을 겨냥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창출 ▲북한 경제의 성장 및 변화 견인 ▲남북 간 경제 통합 ▲그에 따른 평화 번영을 동북아 지역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최근 화두가 되고있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의 연계 차원에서 새로운 접점을 제시할 필요가있다. 한국은 교역 1조 달러 시대를 개막했으며 중국,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의 수출입 교역액이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의 교통량에 대비해 남북 및 동북아 철도 연결사업은한반도 경쟁력 제고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중국은 동북 3성의 성도인 ‘하얼빈~장춘~선양 간 고속철도’를 2012년에 개통했다.

중국 전체가 이미 2만km 이상의 고속철도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2015년에는 선양~단둥과 장춘~훈춘 구간의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조만간 중국~한반도 고속철도 연결사업이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지역의 경제 통합에 대비한 남북 및 남북·중 간의 동북아 고속철도 건설 및 산업 협력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가오고 있다.

한반도 1일 생활권 눈앞에

이제 한반도 1일 생활권을 넘어 동북아 1일 생활권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는 TSR 물류 운송시간을 2주에서 1주로 단축하는 획기적인 ‘TSR 7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남한, 북한, 러시아는 이를 한반도까지 연결하는 ‘TKR~TSR 8일 프로젝트’를 추진해볼 만하다. 최근 한반도 주변국 철도 네트워크의 선진화에 대한 기대로 남북 철도의 부가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요컨대 우리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성장을 위해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국제 철도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투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초국경적 협력 메커니즘을 선도해야 한다.21세기 남북 철도는 분단의 역사를 접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우리 앞에 한반도·동북아 1일 생활권, 남북 경제 공동체, 통일시대라는 한반도 도약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통일의 견인차인 남북 철도는 그 미래로 가는 길이다.

나 희 승 이 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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