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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군사회담 틀 복원
군사적 긴장 완화 유도해야
6월 14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개최됐다.2007년 12월 12일 제7차 회담이 열린 이후 실로 10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하고, 2007년 6월 4일에 합의한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 관련 합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4월 27일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판문점 선언의 군사 분야 이행 방안 협의를 주 임무로 열린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3개 조 13개 항으로 돼 있고 군사 분야 합의는 2조에 집중돼 있다. 2조 1항에는 일체의 적대 행위 중지와 함께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가 명시돼 있다. 2항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3조에는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 및 접촉에 대한 군사적 보장 대책 등을 담고 있다. 그리고 4조 1항에 명시된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을 이룬다는 내용도 향후 논의해야 할 대상이다.

당초 판문점 선언에서는 군사당국 간 회담을 자주 열되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우선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5월 16일 개최키로 합의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지연됐다. 당시 북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였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탈북자(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임)가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강연을 남측 정부가 방관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중국식당 집단 탈북 여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남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다면 향후 문재인 정부와 대화가 어려울 것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왼쪽)가 6월 14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7년 12월 이래 10년 6개월 만에 열렸다. 김도균 남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안익산 북측 수석대표(왼쪽)가 6월 14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7년 12월 이래 10년 6개월 만에 열렸다.

北, 정상회담 기념식수 사진 가져와

이런 상황에서 5월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극적으로 열려 잠시 중단된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판문점 선언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6월 1일에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재개됐고, 이 회담에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6. 14.)과 체육회담(6. 18.), 적십자회담(6. 22.) 일정들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 우리 측에서는 김도균 육군소장(국방부 대북정책관)을 수석대표로 한 5명의 대표단이, 북측에서는 안익산 육군중장(우리 측 소장에 해당)을 단장으로 역시 5명이 참가했다. 쌍방 대표단에는 각각 해군이 포함됐다. 이는 이번 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설정과 충돌 방지 관련 논의를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담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북측 안익산 단장은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기념식수 사진을 가져와 크게 자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소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정신으로 만리마 속도로 회담을 진행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을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를 실현해보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담은 장장 12시간에 걸쳐 전체회의와 수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이어가면서 공동보도문을 조율해나갔다. 별도의 점심, 저녁시간도 없이 계속 접촉을 이어간 것은 그만큼 공동보도문 협의 과정에 진통이 있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안익산 북측 단장은 종결회담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회담 하지 맙시다. 남측 입장은 이해하지만 회담을 잘 준비해주길 바란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회담 시간이 길어진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이번 회담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군사 분야 합의사항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6일 제기한 비무장지대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관련 논의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측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남북 군인들이 시범적으로 함께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끝에 채택된 공동보도문 핵심 합의사항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완전 복구이며, 둘째는 2007년 6월 4일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합의한 6·4 합의서, 즉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선전 활동 중지 및 수단 철거를 위한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주목할 회담의 의의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군사회담 틀 복원, 쌍방 입장 확인

첫째, 10년 6개월 만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틀이 복원됐다는 점이다. 2004년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북한의 정전협정체제 무실화로 군사정전위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 문제를 책임 있게 논의할 창구로서 장성급 군사회담이 제기됐고, 북측의 호응에 따라 개시된 것이다. 이후 2007년 12월까지 일곱 차례 회담이 열렸고, 공동 어로 등 충돌 방지 방안 등을 협의해왔다. 장성급 군사회담은 군사 실무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의 가교 역할을 해온 회담인데, 이 회담이 다시금 열려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이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합의 이행 방안에 대한 쌍방의 입장을 확인하고 우선 실천 가능하며 시급한 사항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특히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복원을 통해 당장 남북 군사당국 간 소통 채널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향후 남북 교류·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이를 군사적으로 지원·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서해지구 통신선의 경우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통신선과 함께 서해 해상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통신연락소 채널도 있다. 이번 기회에 모두 복구된다면 서해 해상에서의 충돌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2004년 6·4 합의서 전면 이행을 합의했다는 점이다. 6·4 합의서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피격 도발로 사실상 무효화됐다.

상대방을 향한 무력 공격을 금지한 조항을 북한이 먼저 위반했고, 이에 대한 제재 조치로 우리 측도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고 각기 철거에 합의함으로써 6·4 합의서의 남은 조항은 서해 충돌 방지 관련 합의사항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기대했던 남북 국방장관회담의 일정이나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고위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 설치는 합의하지 못했다.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우리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남측 대표단이 6월 14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남측 대표단이 6월 14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첫째,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해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관련 포괄적 합의를 유도하는 일이다. 2000년 9월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계기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렸고, 비무장지대 일부 구역을 개방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2007년에도 10·4 선언의 군사 분야 이행을 위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평양에서 열려 합의서를 도출한 바 있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의 군사 분야 이행 문제를 협의할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문제들을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군사 실무회담을 통해 이행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군사회담의 정례화, 제도화에 합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남북 기본합의서와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 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을 시행하는 것이다. 자주 만나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

둘째, 남북 군사 실무자 간의 직통선 복원에 합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방부 장관과 인민무력상, 합참의장과 총참모장 등 고위 군사당국자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이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1992년 합의한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이미 핫라인 구축과 운용에 합의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서는 군사분계선을 마주 보고 대치하고 있는 남북 군단 간, 서해와 동해 함대사 간의 직통전화를 가동하는 것도 충돌 및 확전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서해 경계선 재설정 주장 땐 단호히 대처

해군이 2016년 6월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 등에 대비한 서해해상기동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해군 함정들이 함포사격을 하고 있다. 해군이 2016년 6월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 등에 대비한 서해해상기동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해군 함정들이 함포사격을 하고 있다.

셋째, 군사적 신뢰 구축에 도움을 주고 우선 이행 가능한 의제를 적극 발굴해 실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하고 북측도 관심을 보인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도 의미 있는 과제이다. 특히 북·미가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에 합의한 만큼 전쟁의 상흔을 청산하고 인도주의적 의의도 있는 유해 공동 발굴작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그 필요성을 언급했고, 북·미 정상 간 합의에도 포함된 사안이어서 적극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넷째, 상호 합의한 사항은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합의를 했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합의를 해놓고도 자기들에게 유리하면 지키고, 불리하면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왔다. 그런 과정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과 신뢰 구축은 물론 이 땅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끝으로 향후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NLL 일대 평화수역 설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종래 주장해왔던 유엔사 해체, 서해 경계선 재설정 우선 논의 등을 거듭 주장할 경우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나가야 한다.

문 성 묵 문 성 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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