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과 3일,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평화·협력을 기원하는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와 남북 예술인들의 합동공연(연환공연) ‘우리는 하나’가 지상파 3사를 통해 녹화 방송되면서 북한의 공연시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제에 예술단과 시범단 공연이 진행된 시설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공연시설, 특히 평양 시내 주요 공연장 시설들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의 대규모 공연시설들은 대부분 평양 시내에 밀집돼 있고, 각 시·도마다 규모가 큰 공연시설이 건립·운영되고 있다. 2012년 집권 이래 김정은 위원장은 공연장 등 예술시설보다는 주민 후생복지시설, 편의봉사시설 등 넓은 의미의 문화시설 건설에 주력해오고 있다. 특히 평양 시내에 각종 시설 건립을 집중해왔던 이전 시대와는 달리, 지방 대도시에도 그러한 문화시설들을 건립해오고 있다.
4월 1일 남측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펼친 평양 태권도전당 외관
우리 예술단의 첫 공연 장소인 동평양대극장(평양 직할시 대동강구역 소재)은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다음 해 7월에 개최한 ‘평양축전(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치르기 위해 1989년 5월에 개장한 시설이다. 개관 당시 2000석이었던 동평양대극장은 개·보수 공사를 거쳐 2007년 1월에 재개관했는데, 좌석 간 간격을 넓혀 1500석으로 줄였다. 2002년과 2005년 남한 대중가수들이 방북 공연한 극장으로, 2008년 2월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이 공연한 곳도 이곳이다.
이 극장은 북한을 대표하는 중앙 공연단체인 만수대예술단이 혁명가극, 음악무용(소품, 서사시, 이야기, 종합공연)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는 전용 공연장이지만, 축전 개·폐막식, 기념음악회, 회고음악회, 예술소조 공연, 영화 상영, 경희극 공연, 음악과 모래그림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4월 1일 남측 태권도 시범단이 공연을 펼친 평양 태권도전당 외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개최
남북 예술단 합동공연이 진행된 류경정주영체육관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1998년 10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측과 합의를 맺고 류경(柳京, 평양)에 건설한 1만2300석 규모의 실내체육관이다. 총 공사비 5600만 달러 중 현대아산이 84%를 부담해 착공 4년 만인 2003년 10월 6일 완공해 개관했다. 개관 이틀 후 개관을 기념하는 ‘통일음악회’가 열려 남측 대중가수 등과 1100명의 참관단이 최초로 휴전선을 통해 육로로 평양을 방문했고, 2005년 8월 23일에는 조용필의 단독 공연이 있었다.
개관 기념행사 당시 북측은 공연 행사를 대규모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하는 데 대해 매우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축전 개·폐막식 장소뿐 아니라 모란봉악단, 조선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 등의 공연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60년 8월 13일 개관한 평양대극장(중구역 소재)은 2300석의 좌석과 2000명 이상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 그리고 700석 규모의 소극장을 갖추고 있다. 피바다 가극단의 전용극장으로 혁명가극(‘혁명의 승리가 보인다’), 민족가극(‘춘향전’)이 주로 공연된다. 예술단체 창립이나 최고지도자 문건 발표 정주년 기념보고회, 주체적 문예사상 연구모임 등 정치적 성격을 띤 행사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대표적인 공연시설로 4000석 규모의 만수대예술극장(중구역 소재)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혁명가극을 비롯해 혁명연극, 음악·무용 서사시와 같은 대형 종합공연을 목적으로 건립돼 1977년 1월 1일 개관 공연을 가졌다. 당초 만수대 예술단의 전용극장이었으나, 근래에는 은하수관현악단(해체), 모란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이 더 많이 이뤄져왔다.
4월 2일 평양대극장에서 남측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 밖에 평양 시내 주요 공연장 시설로는 모란봉극장(1946년 개관, 1958년 재건축, 800석 규모, 국립교향악단 전용극장), 봉화예술극장(1982년, 대극장 1918석, 소극장 800석), 윤이상음악당(1992년, 600석 규모, 윤이 상관현악단 전용극장),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 음악당(2006년, 800석), 국립연극극(2003년 개관, 2010년 재건축, 620석 규모, 국립연극단 전용극장), 평양무용대학 무용극장(2010년, 460석), 인민군교예극장(1964년 건립, 1979년 확장, 1640석 규모, 조선인민군교예단 전용극장), 평양교예극장(1989년, 3500석 규모,평양교예단 전용극장), 평양요술극장(2002년, 300석규모, 평양교예단 요술 전용극장), 평양웃음극장(1994년에 기존 평양예술극장을 개조, 국립희극단 전용극장), 평양인형극장(1961년, 380석 규모, 평양인형극단 전용극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주요공연장에서 우리 예술단들의 방북 공연이 자유롭게 열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