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한국, 북한, 미국 등 당사국들의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의사소통에 달려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한국, 북한, 미국 등 당사국들의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의사소통에 달려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현실주의적 기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냉전 청산…
성실·인내심 있는 노력 필요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높지만 합의된 사항에 대한 일괄 타결과 신속한 이행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냉전구조 청산의 길로 갈 것인가는 북·미 양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의사소통에 달려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연쇄 개최는 한반도 냉전구조를 전환시킬 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역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김정은 정권과 냉랭한 관계를 나타냈고, 특히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데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고, 그로 말미암아 전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에 이어 시진핑의 평양 방문이 예상되면서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나타날 북한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통해 대북정책에 관한 미·일 양국의 입장 조율에 나서면서 남·북·미 관계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아베 정권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문하는 한편,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향도 내비치는 식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뒤처질 우려를 차단하는 데 힘쓰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이어 북·러 정상회담과 가스 연결사업을 준비하면서 정세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동북아 관련 국가들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외교를 촉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시키고 한반도 평화 체제 형성은 물론 역내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흔들리는 냉전구조

한편 남북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4월 20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재하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의 완료를 선언하고 새로운 단계의 발전 전략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핵무력 건설의 성공을 공식화하고 그 조건하에서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정책 전환인 셈인데, 이것이 성공할 것인가?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4·20 결정이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핵무력 완성이라는 정치적 자신감과 국제 제재가 가져다준 경제적 곤경이라는 모순된 배경이 함께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달려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는 다시 비핵화 이행, 그것은 다시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에 달려 있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반도 안보 상황은 그만큼 기존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기가 복잡함을 의미하지만, 그 구조가 해체 징후를 보이면 걷잡을 수 없을 것임을 암시한다.

결국 남북, 북·미 관계는 병행해서 전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비핵화와 평화 체제에 관한 포괄 접근의 진전에 의존할 것이다.

북한 노동당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4월 20일, 서울과 평양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양측 최고지도자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미 간의 관계 개선이 예고된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조건 중 하나인 남북관계는 2018 정상회담을 분수령으로 대결에서 협력으로 전환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것도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밝게 할 것이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때부터 견지하고 4·20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을 통해 공식화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및 대외관계 개선’ 방침도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북한이 보이는 전향적인 자세가 한국과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와 조화를 이룬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뚜렷하다고 언급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지지한 것은 좋은 예이다. 4·20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고, 바로 앞에서는 남북 종전선언 협의를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4·27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 체제의 병행 추진이 전쟁 재발 방지와 항구적 평화 체제 수립의 초석이 되고, 그를 위해 남북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이 상호 협력하는 데 합의한다면 그것은 남북, 북·미관계 병행 발전의 토대를 닦는 일이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관계 정상화의 길잡이?

4월 21일 현재까지 남북 정상회담의 준비 경과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양국 간 접촉 사실과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회담 장소와 일정이 결정되지 않고 의제도 가닥이 잡혔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4월 20일 서울과 평양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양측 최고지도자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4월 20일 서울과 평양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양측 최고지도자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그 자체가 세계적인 이목을 끄는 대형 뉴스이다. 전쟁을 겪은 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적대적 양국관계의 정상화와 한반도 냉전구조의 청산에 관해 논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가 좀 더 깊이 다뤄질 것이 분명하다. 그 수준에 따라 양국관계 정상화와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로의 전환 방법의 가닥이 잡혀질 것이다. 또 회담 의제에 인도주의 및 인권 문제도 다뤄질 것이다.

전쟁을 겪은 양국 사이에 실종 군인 확인, 군인 유해 발굴, 억 류 미국인 송환, 북한 인권 개선(이상 미국 측 관심사)과 전시 민간인(시설) 피해, 재미 이산가족, 식량 및 의료 지원(이상 북한 측 관심사) 등이 양국 간 인도주의 협력 차원에서 논의될 것이다. 미국 측이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수준에 따라 회담 분위기가 좌우될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간주하고 있는 인권 문제는 상징적 수준에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에 즈음해 북한과 미국이 내놓고 있는 기본 입장은 팽팽하다. 핵심 사안인 북핵 문제에 관해 북한은 조건부 비핵화 입장인 반 면, 미국은 CVID로 표현되는 강력하고 근본적인 차원의 핵 포기를 목표로 한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 위협과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을 해줄 경우 비핵화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선언 지지 입장을 밝혀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북한이 미국 측에 요구하는 군사 위협 해소 및 안전보장 방안은 전략자산 전개 중단, (핵)공격 포기, 평화협정 체결, 관계정상화 등이다. 그 대신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비핵화 방안은 핵실험 중단, 핵위협 포기, 핵비확산 준수, 국제협력 등이다.

그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는 일면 유화적 태도를 보이며 정상회담에 응할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강경한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유화적 태도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고 비핵화 의지가 있고,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4·20 핵실험 중단 결정을 평가하는 것 등이다. 그와 반대로 강경한 자세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 이전까지는 제재를 계속할 것이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 압박을 지속할 것이며, 정상회담 중에도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는 으름장 등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난제는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현실 앞에서 일괄 타결과 그 이행을 추구하는 의욕 사이의 큰 격차에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능력을 고도화해놓은 채 비핵화를 천명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제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대북제재와 군사 위협을 무기로 일괄 타결과 즉각 이행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서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와 평화 체제는 동전의 양면같이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일괄 타결 구도를 지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양측과 대화가 가능한 관계를 활용해 일괄 타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압축된 이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양측의 상반된 입장 속에서도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외교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양국 간 접촉 사실과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양국 간 접촉 사실과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일괄 타결과 신속한 이행은 불확실

현실적으로 비핵화 및 평화 체제 접근 구도가 남북, 북·미관계를 선도할 것이다. 특히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한다고 해도 합의된 사항을 이행·검증하고 추가 관심사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일정한 시간 차이가 있을 것이다. 1973년 베트남과 미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관계를 정상화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렸다. 무엇보다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제재가 완전 해제되는 데 정치, 군사, 인권 등의 문제와 의회, 여론의 영향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김정은 정권이 핵 개발 중단 및 비확산 공약으로 정상회담에 나서려고 하는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완화와 안보 보장을 어느 수준에서 제시할지 공은 미국 측으로 넘어가 있는 형국이다.

결론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높은데 일괄 타결과 그 신속한 이행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냉전구조 청산의 길로 갈지는 북·미 양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성실하고 인내심 있는 의사소통으로 결정될 것이다.

서보혁 서 보 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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